전설의 ‘짤방’ 하나. 그 이름도 유명한 ‘0.1톤 형욱이의 폭식 습관’. 배가 나온 한 남성이 이마에 손을 갖다 대고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서.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빨리 라면 끓여주세요.” 저런,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현기증이 다 날까. 한편으론 측은하면서도 라면과 현기증이라는 두 단어의 부조화가 사람을 피식거리게 한다.

숱한 패러디를 낳은 이 짤방이 생각난 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 때문이다. 전씨가 2004년 7월 조세피난처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6월3일 〈뉴스타파〉가 보도했다. 동생 재용씨가 비자금 은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한 지 5개월 뒤였다.

그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두 달도 안 된 시점에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계좌를 개설하려 했단다. 전씨의 페이퍼컴퍼니 대행업체인 싱가포르 PTN 본사와 버진아일랜드 지사 직원 사이에 오간 이메일 내용을 보면, 전씨가 “매우 화가 나 있다(very upset)”라고 돼 있다. 공증서류 문제로 새 계좌를 만드는 게 늦어져서다. 그의 해명대로 학비, 생활비 등을 이전하려 했다면 왜 그리 ‘현기증 날 듯’ 화를 내며 계좌 개설을 독촉한 걸까. 동생 재용씨는 아버지에게서 받은 73억원을 노숙인까지 동원해 차명 관리했다는데, 역시나 이 집안 DNA, 예사롭지 않다.

화가 난 분은 전씨만이 아니다.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내용을 방송했던 채널A의 권순활 보도본부 부본부장도 사과는 했지만 많이 억울했나 보다. 그는 6월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연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언론사에 길이 남을 발언을 했다. 한 심의위원이 “증언자가 5·18 때 광주에 왔다는데 근거가 있느냐”라고 묻자 “그럼 오지 않았다는 근거는 있느냐”라고 되물은 것. 방송 근거를 해당 언론사가 아니라 제3자더러 찾아내라고 하다니. 한 문장 써 내려가기도 벅찬 4주차 수습기자는 “유레카”라도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누리꾼들은 당장 ‘외계인도 안 온 근거가 없으니 외계인이라 방송하지 그랬냐’라고 비꼬았다.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에 이어 ‘~하지 않았다는 근거는 있냐’라는 말도 한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것 같다. 그런데 참, 박근혜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에게서 받은 6억원을 환원한다고 하지 않으셨는지? 예? 환원 안 했다는 근거가 있느냐고요?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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