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
대통합민주신당 내부에서는 정동영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한 7부 능선을 넘었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정치 분석가들이나 손학규·이해찬 후보 캠프 실무자들의 시각도 비슷하다. 당내 선거를 수차례 치러본 경험과 당 의장을 하면서 다져놓은 조직력이 힘을 발휘하고 있고, 상대 후보들의 반격 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역전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동영 후보 측은 후보로 확정되는 즉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양자 구도로 선거판이 재편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지율은 대세론과 함께 상승하고 있다. 10월 초 CBS-리얼미터 조사에서 정 후보는 13.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캠프 안에서는 후보가 확정되고 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을 흡수하면 20~30% 안팎의 지지율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10월 초 현재 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치면 그 정도다. 그러나 정 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서는 회의하는 시각이 여전히 많다. 20% 수준에 머물러 있는 낮은 경선 참여율에다가, 동원 선거 의혹까지 겹쳐서 상처뿐인 승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상징적 근거지라고 할 수 있는 광주·전남의 투표율이 22.6%에 불과했던 점은 당내 인사들에게 충격을 줬다. 호남을 대표하는 후보가 누구냐는 한국리서치 9월 중순 조사에서 73.3%가 ‘없다’고 응답했는데, 실제 투표 행위에서도 그 점이 확인된 셈이다. 광주광역시당의 정경준 사무처장은 “후보 누구도 호남 민심을 사로잡기에는 결함이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90% 넘는 몰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동영, ‘호남 필패론’ 극복이 과제

정동영 후보는 특히 호남 출신이어서 ‘호남 필패론’의 멍에를 지고 있다. 정치 평론가 김형준 교수(명지대)는 “정 후보가 확정되면 대선 구도는 1992년처럼 호남 대 반호남 구도로 짜여질 공산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1992년 선거 때 김대중 후보(DJ)는 김영삼 후보에게 198만 표 차이로 패했다. 이후 DJ는 김종필 후보(JP)와 DJP 지역 연합 등을 통해서야 집권할 수 있었다. 정동영 후보 또한 지역연합 등을 통해 호남 후보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해찬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친노 그룹이 본선 때까지 정 후보를 계속 지지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하나는 친노 그룹이 단일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도 이후 정 후보와 거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정 후보에 대한 원초적인 반감이다. 김형준 교수는 “정 후보가 확정되면 노 대통령과 친노 그룹이 대선을 포기하고 내년 총선에서 정치적 입지를 다지

ⓒ뉴시스손학규(위 왼쪽)·이해찬(위 오른쪽) 후보는 10일1일 밤 전격 회동하고 국민 경선 일정의 일시 중단을 요구했다. 오른쪽은 ‘고민에 빠진 1등’ 정동영 후보.
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중립을 표방했던 초·재선 의원들이 경선 파행 이후 급속히 반 정동영 쪽으로 선회한 점은 또 다른 주목거리다. 이들의 행동 배경에는 ‘당권 밀약설’ 등에 대한 경계심이 크지만, 본선 패배에 대한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다. 이들 또한 친노 그룹과 마찬가지로 10월14일 후보가 결정된 이후 자신들의 행보를 결정할 공산이 크다.
혹시 손학규·이해찬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역전이 가능할까. 선거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두 후보의 지지층 성격이 상이해서 화학적으로 결합할 가능성이 낮을뿐더러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만큼 조직력이 뒷받침되어 있지도 않다. 전문가들은 손·이 단일화보다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의 지지율이 꿈틀대고 있는 점에 더 주목한다.

손학규`이해찬 단일화, '이론으로만' 가능

“3·15 부정선거를 보는 듯하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파행을 보면서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가 내뱉은 말이다. 10월4일 CBS-리얼미터 조사(670명 대상 ACS 전화조사)에서 문국현 후보는 8.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일주일 만에 같은 조사에서 지지율이 두 배로 뛰었다. 같은 조사에서 정동영 후보는 소폭 상승(11.4→13.7%)했고, 손학규 후보는 대폭 하락(9.2→5.8%)했다. 문후보는 여권 후보 중 2위로 떠올랐다. 문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처음이다. 문국현 캠프의 공보 책임자 고원씨는 “정동영 후보의 대선 경쟁력에 의문을 품고 손학규 후보를 지지하던 표심이 문 후보를 제3의 선택지로 삼고 있다”라고 말했다. 단일화 상대 중 한 명으로 문국현 후보의 이름을 직접 거명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 또한 문 후보를 정치권에 연착륙시키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문 후보는 10월14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고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다. 이날은 대통합민주신당의 최종 경선이 있는 날이다. 문 후보는 여권에서 넘어올 사람들을 위해 며칠 더 기다리자는 캠프의 의견을 뿌리치고 14일을 고수했다. “독자적인 토대와 브랜드로 차별화하자”라는 문 후보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다. 창당 날짜는 11월 초로 예정되어 있다. 여권 후보 단일화는 11월이 되어야 가시화될 것이며, 노 정권 책임론에서 자유로우면서 이명박 후보와 분명하게 각을 세울 문 후보가 유리하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문국현 카드, 현역 의원 합류 여부가 변수

하지만 정치권에는 문 후보의 가능성에 고개를 젓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현재는 여권 경선의 파행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만 결국 경선 결과에 따른 종속변수 이상의 의미를 띠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지 정치에서 빠져나와 현실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형준 교수는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이후 친노 세력 일부가 문 후보 쪽으로 결합할 가능성이 있지만, 결

ⓒ뉴시스문국현 후보(위)가 추석 전날인 9월24일 오전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국 문 후보는 단일화의 페이스메이커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11월 초가 고비라고 말했다. 창당하면서 의원들의 합류가 예상보다 적을 경우 거품이 급격히 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몽준 의원은 2002년 11월 국민통합21을 만들면서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1997년 이인제 후보 또한 11월 국민신당을 띄우고 주저앉았다. 정치 컨설턴트인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여당 경선이 죽을 쑤고 있지만, 후보가 정해지면 이명박 대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사이의 메이저리그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문국현 대안론에 대해서는 “가능성 차원에서 얘기해볼 수는 있지만, 정치인의 대중성이란 게 그리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폄했다. 문제는 누가 여권 후보가 되느냐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겨뤄볼 만한 대결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1등을 한 후보가 30% 정도의 지지율을 확보한 상태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뤄낸다면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승부를 겨뤄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대선에서 여권은 희망이 별로 없다.” 박성민씨의 단언이다.

기자명 안철흥 기자 다른기사 보기 ah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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