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3일(현지 시각) 프랑스 의회가 동성 커플의 결혼과 자녀 입양을 허용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법안 이름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결혼법’. 이 법안이 지난 2월12일 프랑스 상원에서 가결되고 이번에 하원까지 통과하면서 올랑드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추진했던 동성 결혼 합법화 노력의 결실을 보았다. 법안 통과 직후 크리스티앙 토비라 프랑스 법무장관은 “프랑스 국민 다수가 동성 결혼 합법화에 큰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법안 통과 이후에도 여전히 국민투표를 요구하거나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사를 청구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있다.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종교인, 가족 단체가 대부분이다.
프랑스는 다른 국가에 비해 동성애에 ‘열린’ 국가로 인식된다. 1981년 미테랑 사회당 정부가 동성애 혐오(homophobie)를 법적으로 금지하면서 동성애자는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 수 있었다. 파리 중심가에는 게이 바가 즐비하다. 매년 열리는 ‘게이 퍼레이드’도 동성애자뿐 아니라 시민 전체가 어울리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게이 정치인의 등장도 더 이상 뉴스 거리가 아니다. 파리 시장인 베르트랑 들라노에가 게이 시장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2012년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 프랑스인의 약 65%가 동성 결혼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프랑스 사회 내부에선 알게 모르게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존재한다. 가령 동성 커플은 호텔방을 예약하면서 퀸 사이즈의 침대를 요구했다가 트윈 침대가 있는 방을 받는 ‘차별적’ 경험을 자주 겪는다고 한다. 파리가 아닌 지방 소도시나 시골에서는 여전히 손을 잡거나 입을 맞추는 동성 커플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동성애에 대한 이중적 시선은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차별 문제를 다루는 단체 ‘라알드(La Halde)’가 2008년 발표한 ‘직장에서의 동성애 혐오증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동성애자의 12%가 직장에서 커밍아웃한 후 직급 상승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또 8%는 고용 시 차별을 경험했고 4.5%는 자신의 지위보다 월급을 적게 받았거나 성 정체성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답했다. 프랑스 기업들은 직원 고용 시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인증 마크인 ‘다양성 라벨(Lavel diversite)’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내부에서는 이 같은 차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게이의 실업률이 이성애자보다 2배 이상 높다는 통계도 있다.
동성애 차별 금지의 사각지대는 특히 청소년층이다. 이들은 학교나 집에서 받는 놀림이나 따돌림 등으로 자살률이 성인 동성애자보다 11~13% 높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표현들이 스스럼없이 사용되고 있다. ‘호모’라는 뜻의 ‘페데(PD)’나 ‘남색가·바보’라는 뜻의 ‘당퀼레(d’enculle)’와 같은 단어를 일상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사회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프랑스 동성애자들 사이에선 아직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사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번에 통과된 동성 결혼 합법화 법안도 오는 6월 올랑드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시행되기 전 한 달 정도 위헌 여부 심리를 거쳐야 한다. 대중운동연합(UMP) 등 보수 진영이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사를 청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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