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종교계와 단체가 문제 삼는 항목으로는 ‘성적 지향’뿐 아니라 ‘전과’ ‘정치적 의견’ 등도 있다. 전과나 정치적 의견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면 ‘간첩과 국가보안사범이 국가 요직에 들어가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이 패망’하고, ‘국가보안법이 무력화돼 종북 세력에 의해 결국 월남(베트남)처럼 (한국이) 망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유엔 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 심의에서 한국은 2008년부터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차별금지법을 채택할 것’을 권고받았다. 한국의 인권지수가 국제 기준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뉴시스법안을 포기한 김한길(왼쪽)·최원식(오른쪽) 의원.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은 사실 200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할 당시부터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 현재까지 법이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2007년 법무부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시도하긴 했지만, 당시에도 재계와 개신교 단체의 심한 반발에 부딪혀 좌절됐다. 재계는 학력과 병력 항목에,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성적 지향 항목에 반발했다.

이번에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 민주통합당 김한길 의원, 최원식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공통적으로는 성별·학력·언어·종교 등 20여 개 항목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자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2008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권고가 있은 지 5년이 지나서야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기준에 근접한 차별금지법안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4월18일 민주통합당 김한길 의원과 최원식 의원이 발의안을 철회하면서 차별금지법 마련은 다시 한번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기자명 허은선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le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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