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으로 상처 입은 피해자들을 치유하기 위한 공간이 국내에서 최초로 광주에 마련됐다. 광주 서구 치평동에 위치한 광주트라우마센터는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치유할 목적으로 지난해 10월18일 문을 열었다. 제주 4·3항쟁을 비롯해 최근 발생한 민간인 사찰, 쌍용자동차 강제 진압 등 피해 시기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치유·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센터는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50여 명을 대상으로 가족·개인·집단 상담, 원예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쌍용차 해고자를 위한 심리치유센터 ‘와락’에 참여하는 정혜신씨(정신과 전문의)가 5·18 관련자 집단 상담을 맡았다. 그녀는 지난해 11월2일 첫 상담을 마친 직후 트위터에서 “(5·18 생존자들이) 한결같이 죽음을 이야기한다. … 우리가 쉽게 잊어서 이분들의 상처가 심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2005년 5·18기념재단이 실시한 ‘5·18민주유공자 생활 및 후유증 실태조사’에 따르면, 5·18 유공자의 경우 55.8%가 PTSD를 경험한다. 5·18 관련자들의 자살 비율은 10.4%로 일반인(0.02%)의 500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2012년 8월 현재 5·18 관련자 4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준근 광주트라우마센터 운영지원팀장은 “피해자들은 국가폭력을 경험한 데 이어, 오랜 시간 사회적 낙인에 따른 후유증에 시달렸다.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겠다고 나서는 데만 32년이 걸린 셈이다”라고 말했다.

쿠데타에서 〈26년〉까지
 

- 1979년 12월12일 전두환 신군부 12·12 쿠데타

- 1980년 5월18일 전국 비상계엄, 전남대생 600여 명 교문 앞서 7공수부대와 투석전

- 1980년 5월21일 계엄군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

- 1980년 5월27일 계엄군 전남도청 유혈 진압. 사망 240명, 행방불명 409명, 부상 2052명

- 1981년 2월25일 전두환 제12대 대통령 취임

- 1988년 12월31일 전두환 5공 청문회 국회 출석. 질문 없이 연설문 읽고 퇴장

- 1995년 7월 검찰,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전두환 등 불기소 처분
- 1995년 11월24일 김영삼 대통령, 5·18특별법 제정 지시. 
- 1995년 12월3일 검찰, 전두환 구속

- 1997년 4월17일 대법원, 전두환 무기징역, 노태우 17년형 선고 확정
- 1997년 5월18일 정부 주관 첫 5·18 기념식
- 1997년 12월22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포함한 19명을 특별사면 조치하며 석방

- 2001년 12월21일 국회, 광주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

- 2002년 7월27일 광주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시행, 국립5·18민주묘지로 승격

- 2003년 6월23일 전두환, ‘내 전 재산은 29만1000원’ 발언

- 2007년 영화 〈화려한 휴가〉 상영

- 2012년 영화 〈26년〉 상영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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