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한향란정보통신부 표지판 위에 임시로 붙여놓은 명패가 표류하는 방통위의 현실을 보여준다.
참여정부의 언론 정책에 관여한 한 인사는 방송통신위원회를 ‘권력 위의 권력’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대다수 국민은 KBS나 MBC 사장이 누가 되느냐에만 관심이 있지, 방송통신위원장이 누구고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라며 ‘마음만 먹으면’ 방송사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기관이 바로 방통위라고 말했다. 이전 방송위원회와 달리 방통위는 과거 정보통신부가 갖고 있던 권한까지 보유한 ‘거대 공룡’이 됐다. 이를테면 방송법에는 종합유선방송사업 허가권 등 정보통신부 장관 단독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거나,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 장관이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 30여 개나 되는데 이 모든 것이 방통위로 이양됐다.

방통위의 힘은 각종 방송·통신 사업자에 대한 ‘인사권’과 ‘재정 지원권’ ‘인·허가권’에서 나온다. KBS 이사 추천권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권은 사실상 ‘사장 선출권’과 같은 말이다. EBS의 경우 복잡한 절차 없이 아예 방통위에서 직접 사장을 임명한다. 물론 인사는 그저 ‘인물 교체’로 끝나지 않는다. 만일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시장 개방, 자유경쟁 논리에 충실한 인사가 KBS 사장 자리에 앉게 된다고 가정해보자. 당연히 아래 국·실장급 간부 인사도 ‘같은 코드’로 진행할 것이고, 공공성보다는 ‘시장주의’가 판을 칠 것이다.

다른 권한 역시 인사권 못지않게 힘이 세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의 말이다. “중간광고 허용, 수신료 인상, 각종 공적 자금 지원 등을 무기로 특정 기사나 프로그램을 뽑아낼 수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땡전 뉴스’의 부활은 일도 아니다.” 그는 또 지난 2004년 재허가 추천이 거부된 iTV와 ‘가까스로’ 통과한 SBS를 예로 들며 “인·허가권을 이용해 방송사 통폐합을 포함, 얼마든지 방송사의 구조와 성격을 바꿀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첫 장관·비서관 인사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조선일보가 최시중 후보자에 대해서만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방통위의 힘’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조선일보의 숙원인 신문·방송 겸업이 허용될 경우, 방송 진출 허가는 물론이고 어떤 신문사가 어떤 채널을 운영할지 결정하는 기관은 방통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명 고동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intered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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