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인적인 일로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왔다. 모교인 UC 버클리에서 열리는 행사와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열리는 벤처 창업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숙소는 샌프란시스코 시내 교통이 좋은 곳의 값싼 호텔에 묵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예정일을 며칠 안 남겨두고 호텔을 예약하려 했더니 웬만하면 모두 세금 포함해 200달러(약 23만원)가 넘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텔은 자동차가 없이는 접근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렌터카 비용을 생각하면 결국 200달러 이하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없었다. 바쁜 일정 속에서 잠만 자면 되는 것인데 그렇게 큰돈을 지불하기는 너무 아까웠다. 잘못하면 2박에 50만원 가까운 돈을 쓰게 되는 셈이었다.

그때 갑자기 ‘에어비엔비(Air bnb)’라는 웹서비스가 떠올랐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화제를 모으기 시작한 이 서비스는 값싼 숙박을 원하는 여행자와 집 안의 남는 방을 대여해 수입을 얻고자 하는 집주인을 인터넷으로 연결해주는 일종의 공유 서비스다. Airbnb라는 이름은 간이침대를 뜻하는 공기 침대(Air bed)와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여관인 B&B(Bed and breakfast)를 결합한 말이다.

좋은 아이디어 같지만 나는 사실 이 서비스에 대해 좀 부정적이었다. 어떻게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을 자신의 집에 들일 수 있을까? 그리고 또 어떻게 낯모르는 가족의 집에 들어가서 편안히 묵을 수 있을까? 이 두 가지가 나의 가장 큰 의문이었다.


‘Airbnb’ 홈페이지에서는 숙박객들이 남겨놓은 리뷰를 읽을 수 있다.

그런데 너무 비싼 숙박비용이 나로 하여금 Airbnb.com을 한번 들여다보도록 했다. 샌프란시스코와 버클리 근처를 중심으로 검색해봤다. 그러자 샌프란시스코에서 멀지 않은 오클랜드와 버클리 쪽에 생각보다 많은 방들이 나왔다. 그중에 마음에 드는 방을 하나 발견했다. 1박에 겨우 54달러(약 6만3000원)였다. 지하철역에서도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샌프란시스코까지 대중교통으로 3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30명이 넘는 예전 숙박객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실명으로 긍정 리뷰를 남겨놓았다는 것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래도 낮에 체크인하려고 갔는데 집주인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하는 사소한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집주인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질문했다. 그러자 걱정할 필요 없고 그 시간에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답장이 몇 시간 안에 도착했다. 내 걱정은 대부분 해소된 셈이다. 그래서 바로 웹사이트에서 카드로 결제했다. 2박 108달러 외에 Airbnb로 가는 수수료 12%인 13달러를 더해서 총 121달러(약 14만1000원)를 냈다. 그러자 집의 약도, 주소, 집주인의 휴대전화, 이메일 등 연락처가 표시된 깔끔한 영수증이 이메일로 날아왔다.


“거의 매일 예약이 차 있다”

실제로 집에서 묵은 경험은 내가 원하던 딱 그대로였다. 집주인인 젊은 부부는 내게 아파트의 현관과 집 열쇠를 넘겨주었고 나는 그들을 방해할 필요 없이 마음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었다. 내가 필요한 대로 아침 일찍 샤워한 후에 집을 나서서 볼일을 보고 저녁에 들어와서 취침하는 방식으로 깔끔한 방에서 무사히 이틀을 보냈다. 체크아웃도 그냥 열쇠를 집주인에게 건네주는 것으로 끝이었다.

이렇게 여분의 방을 렌트하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다는 집주인에게 얼마나 자주 예약이 들어오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믿지 못하겠지만 거의 매일 예약이 차 있다”라고 대답했다. 지하철역에서 워낙 가까워서 그런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또 내가 체크아웃하면 바로 다음 날 숙박비 108달러가 자신의 계좌로 입금된다고 한다.

그 집을 나서면서 이거야말로 비용을 절약하기 원하는 여행자와 남는 방을 활용해 여분의 돈을 벌고자 하는 집주인 모두에게 윈윈(Win-win)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Airbnb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 여행에서 최소한 300달러는 더 숙박에 지불했어야 했을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지만 적당한 가격의 호텔방은 찾기 힘든 서울에서도 잘 될 수 있는 모델이 아닐까?

기자명 임정욱 (전 라이코스 CEO)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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