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IT 분야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해야 할 일이 분명한 분야다. IT 홀대 정책을 추진했던 권력자들이 교체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여태까지 IT 정책은 비전문가들이 결정했는데, 이들이 기댄 전문가는 제조업 중심의 재벌과 통신사 그리고 포털 편이었다. 이들 간의 유착 관계를 끊어야 무너진 IT를 복구할 수 있다.
진보는 IT에 있다. SNS가 언론 통제를 무력화하고 진실을 알리는 목소리는 팟캐스트를 통해 전파된다. IMF(외환위기) 이후 몇 년간의 부흥기를 제외하고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에도 IT 상황은 계속 나빠져왔는데, 그것은 정책 입안자들이 IT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IT인들이 나서야 한다. 전문가끼리의 논의도 중요하지만 비IT인, 특히 정책 입안자를 대상으로 한 IT 알리기도 필요하다.
농협 전산망 해킹,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 현 정권에서 유독 IT 분야의 사건·사고가 동시다발로 터지고 있다. 재벌의 IT 분야 자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공공 IT사업 분야의 이익 독차지도 심각한 상황이다. 공공 시스템 통합 분야에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정책이 시행되었지만 이것이 오히려 중소기업을 도산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메일 통째로 뒤지는데 신뢰성?
시스템 통합이란 영화 제작처럼 각 분야의 업체와 인력 그리고 기술을 조화시켜 최종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종합예술과 같다. 대기업의 업무 노하우가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 경험도 없는 업체들이 섣불리 나섰다가는 이익은커녕 지연 배상금 때문에 경영난에 빠질 수도 있다.
통신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제 통신은 카카오톡 같은 플랫폼을 장악한 업체가 주도권을 쥐게 된다. 카카오톡에 음성통화 기능을 추가하게 되면 곧바로 세계적인 사이버 통신사가 된다. 통신사들은 이런 변화 앞에서도 여전히 물리망에 집착하고 있다. 창의적인 서비스가 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런 업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통신사들이 오히려 이들을 견제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장애물이 된다.
정치적 목적을 가진 사업에 골몰했을 뿐만 아니라 주로 통신사 위주의 정책을 펼쳐온 방통위는 가장 먼저 해체해야 할 부서다. 하루바삐 IT 컨트롤타워를 복구해 한국식 보안방식 폐기, 윈도 익스플로러 위주의 웹 환경 개선, 액티브엑스 제거, 망중립성 확립 등 모바일 시대에 필요한 기본 원칙을 확립함으로써 한국이 다시 인터넷 강국으로 부상할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인터넷을 황폐하게 만든 포털사이트도 변화해야 한다. 포털은 불법 복제로 창작자들의 권리를 침해했고 트래픽 독점으로 중소 사이트의 생존을 위협했으며 불공정 검색으로 서비스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검찰도 이메일을 통째로 뒤지고 있다. 신뢰 없는 한국의 미래는 없다. 실명제 폐지, 규제 철폐를 통한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한국의 포털은 수익에만 집착함으로써 검색뿐 아니라 클라우드, 모바일, SNS 등 미래의 기술 주도권도 상실했다. 이제 사용자들은 포털에 콘텐츠를 쌓지 않는다. 개인 이야기는 페이스북에 올리고 최신 정보는 트위터로 전달한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검색에서 원본을 먼저 노출하도록 만들고 광고를 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포털이 중소 사이트와 상생하게 만들어야 경쟁력을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너진 IT를 복구하여 한국이 다시 IT 강국이 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우리는 IMF 국가 부도 상황에서 인터넷 강국으로 변신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그때보다 상황이 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제도를 개선해 창의성을 존중하고 벤처들의 생존을 보장한다면 그보다 더 화려한 날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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