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은 초유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MBC에 재직한 20여 년 동안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 보직 간부 자리를 내놓고 파업에 참여한 한 사원의 말이다.

그가 말한 창사 이후 최초 기록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해고. MBC는 기자들이 파업을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2월29일 박성호 기자회장을 해고한 데 이어 닷새 만에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기자)을 해고했다. 2년 전 해고된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PD)을 포함해 ‘사장 한 명이 세 명을 해고한 것’은 MBC 창사 이래 최초라고 한다. 두 번째는 보직 간부들의 파업 러시. ‘뉴스 공정성 추락에 책임을 통감’하며 파업에 참여한 최일구·김세용 전 앵커 등이 보직을 사퇴하고 노조에 가입했다. 현재까지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에 동참한 사원은 총 24명이다. 마지막 세 번째, 현직 해외 특파원 7명이 사장 퇴진 성명을 낸 것도 최초다.


ⓒMBC 노조 제공3월7일 김재철 MBC 사장(가운데)이 방문진 이사회를 마치고 나오자 MBC 노조원들이 그를 둘러싸고 사장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견 간부들이 보직을 내놓고 파업에 동참한 까닭은 무엇일까? 파업에 합류한 ㄱ씨는 “방송 파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더 이상 내세울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파업 초기만 해도 그는 ‘중간관리자로서 회사 내에서 해야 할 몫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ㄱ씨는 “김재철 사장이 애초에 이 사태를 잘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회사 측이 ‘시간은 우리 편이다. 파업이 장기화돼 월급을 못 받으면 지쳐서 들어온다’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

다른 보직 간부 ㄴ씨는 파업에 동참한 이유로 인사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지난 2월, 권재홍 보도본부장과 황헌 보도국장이 발령 나는 것을 보면서 절망했다”라고 말했다. ‘공정 방송에 역행하는 인사’라는 노조의 주장에 공감한다는 그는 “거꾸로 가는 인사를 보며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특혜’로 보직 간부 회유했지만

파업 전만 해도 김재철 사장은 그전에는 없던 각종 우대책을 펴며 간부들을 자기편으로 챙기려 했다고 한다. ㄷ씨는 “아이패드 지급은 기본이었다.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수당이 늘었다. 지난해 연말에는 보직 간부를 대상으로 해외연수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전에는 MBC는 평등한 조직 문화가 강해서 보직 간부에 대한 이런 ‘특혜’가 거의 없었다. 이 같은 우호 관계는 보직 간부들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끝났다. 파업에 동참한 ㄹ씨는 “김재철 사장이 보직을 내려놓은 사원을 범법자 취급한다”라고 말했다.

보직 간부들까지 파업에 동참 중인 가운데 회사 측은 강경한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3월7일 김재철 사장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정기 이사회에 참석해 “수갑을 차지 않는 이상 사장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라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같은 날 임원회의에서 논설위원실 해체 등 조직 개편을 지시했다. 보직을 사퇴한 한 간부는 “김재철 사장이 느닷없이 조직 개편을 지시해 남아 있는 보직 간부들도 황당하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김재철 사장은 “남아 있는 보직자를 우대하겠다. 공채를 뽑지 않겠다. 모든 인력을 프리랜서화하겠다”라는 말도 보탰다.

3월9일 현재, 파업 40일째를 맞은 MBC 파업 사태는 점점 더 꼬여가는 양상이다. 회사 측은 앞으로도 보직 사퇴자를 포함한 파업 참가자들에 대해 징계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3월5일에는 노조 집행부 16명 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30억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노조는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며 배임 등 혐의로 김 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번에 보직을 사퇴한 한 간부는 “김 사장은 4월11일 총선까지 어떻게든 버티려 할 것이다. 절박한 싸움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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