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토크 콘서트 〈노브레이크 시즌3〉 
외롭고 우울한 당신을 위해

김제동 토크 콘서트를 다섯 번 보았다. 그런데 아직도 지겹지 않다. 3년 동안 이 콘서트를 찾았던 관객 10만명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제동 토크 콘서트에 가보면 공연이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초반에 공연이 자리를 잡지 못했을 때에는 개인기로 돌파하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다양한 장치들이 더해지면서 콘서트가 안정감을 갖는다.
김제동 토크 콘서트는 사실 ‘디스의 도가니탕’이다. ‘디스’는 남을 깎아내리는 말인데, 신기하게도 김제동이 하면 기분이 안 나쁘다. 모태 솔로로서 셀프 디스, 엄마 등 가족에 대한 디스, 이효리 등 동료 연예인에 대한 디스, 그리고 정치인들에 대한 디스까지, 기분 좋게 깎아내린다. 무대 아래 김제동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그런 그가 무대에 오르면 수천의 사람이 하나가 되도록 만든다. 무대 아래 김제동은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무대에 오르면 수천의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다. 김제동의 아이러니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권한다. (대전 3월3일, 고양 3월10일, 울산 3월11일, 대구 3월17일)


MBC 노조 파업 뮤직비디오 〈MBC 프리덤〉
TV를 끄고 이걸 보라

눈치 없는 사람은 아직도 모르는데, MBC 기자·PD·아나운서 등이 파업 중이다. 김재철 사장 퇴진을 주장하며 한 달째 방송을 중단하고 있다. MBC를 즐겨 보았던 시청자라면 TV를 끄고 유튜브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제대로 뉴스데스크〉 〈파워업 PD수첩〉 등 그동안 각종 압력 때문에 MBC를 통해 방송하지 못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압권은 노조원 450여 명이 만든 〈MBC 프리덤〉 뮤직비디오다. 그룹 UV의 ‘이태원 프리덤’을 패러디한 노래에 맞춰 노조원 450여 명이 함께 대형 몹신을 연출했다. 요즘 유행하는 ‘립덥(Lip-Dup: 립싱크와 더빙이 결합된 뮤직비디오 형식)’ 스타일의 뮤직비디오로 MBC 노조원들의 끼와 재능을 만끽할 수 있다. (www.youtube.com/mbcunion2012)


페스티벌 봄 2012
어디서 이런 작품이 나왔니?

어디서 그런 작가를 발견하고, 어디서 그런 작품을 발견해냈는지 늘 감탄하게 만드는 ‘페스티벌 봄’이 2012년 무대를 연다. 가장 실험적이면서도 또한 가장 안정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페스티벌 봄’은 현대무용·연극·무용·미술·영화·퍼포먼스가 상호 교류하는 다원 예술축제다. 올해도 ‘아시아 컨템포러리’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생생한 지형도’ ‘일본 텐넨 세대가 여는 새로운 지평’ ‘한국의 뉴웨이브’ ‘서구에서 비서구로의 중심이동’이라는 5가지 테마로 작품을 선보인다. 인간문화재 만신 김금화의 삶을 조명한 박찬경 감독의 작품을 비롯해 아방가르드 뮤지컬 〈삶과 시절〉, 일본 프리터 세대의  무거운 현실을 담은 ‘네진 피진’, 잘 훔치고 잘 점거하는 예술가들 이야기, 현실에 자막을 다는 아르헨티나 예술가를 만날 수 있다. (3월22일~4월18일, 서울 종로 아르코예술극장 외) 


아트센터나비 플랫폼 〈디지털 라이브러리〉
시민 품으로 들어온 아트센터

2000년 개관한 이래 국내 미디어 아트의 구심 역할을 했던 아트센터나비가 지난해 9월부터 일반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미디어 아트 관련 자료·서적·작품·동영상 등을 볼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을 카페로 개방한 것이다. 작가와 기획자·연구자는 카페를 세미나 공간으로 쓸 수 있다. 디지털 스크린을 사용하는 4개의 ‘무빙월’에서는 아트센터나비에서 전시했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종로에서 볼일 보고 시간이 남는다면 꼭 한번 가보길 권한다. (10~18시, 주말과 공휴일은 휴관)


〈단편소설 입체낭독극장〉
아주 특별한 ‘낭독의 발견’

천명관·윤성희·김중혁의 단편소설을 무대에서 만나볼 기회다. 그렇다고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은 아니다. 소설 낭독을 기본으로 하되, ‘입체적인 낭독’을 내세운다. 백수광부의 이성열, 극단 북새통의 남인우, 2011년 혜화동1번지 5기 동인에 선정된 신예 김한내가 단편소설을 통해 연출가로서 기량을 선보인다.
〈단편소설 입체낭독극장〉은 기존 낭독 공연이 가지는 밋밋함에서 벗어나 낭독과 연극이 어우러지는 자리다. 문학성과 연극성이 공존하는 무대.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함이 아니라 소설 독자에게 주어진 상상의 여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행간에 숨은 재미를 함께 발견하게 해준다. 문장을 읽고, 보고, 듣는 느낌이다. 어쨌거나 독특한 형식의 공연이 또 하나 준비되고 있는 셈. 천명관 작가의 〈더 멋진 인생을 위하여〉를 시작으로 윤성희의 〈어쩌면〉, 김중혁의 〈1F/B1〉 순으로 상연된다. (3월8~24일/서울 마포 산울림소극장)


일본 AV 배우 영상 자서전 〈누드〉
그녀는 어떻게…

지난해 개봉한 〈S 중독자의 고백〉은 평범한 여성이 성적 탐닉에 빠져 매매춘 여성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이번에는 평범한 여성이 포르노 여배우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애환이다. 보통 여자 ‘히로미’가 일본 국민 AV(성인 비디오) 배우 ‘미히로’가 되는 과정을 실제 주인공의 자서전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에 온 히로미는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시부야 거리를 걷는다. 연예계 데뷔를 조건으로 누드 모델이 되는데 점점 더 진한 에로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 여배우가 되기 위해 참고 견디는데, 현실은 그녀에게 AV 배우라는 진한 선입관을 덧씌운다. 남자친구도 떨어져 나가고 친구들은 멸시한다. 국민 에로 배우가 되었지만 외톨이가 되어가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를 와타나베 나오코가 섬세하게 표현했다. 실제 주인공 미히로도 카메오로 등장한다. (3월22일 개봉) 

※ B급 좌판 아이템은 문화예술 현장 활동가 50명의 추천을 받아 선정합니다.

기자명 정리 고재열·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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