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릿수 지지율 격차를 순식간에 따라잡은 나경원 캠프에도 불안 요소는 있다. 나경원 캠프는 후보부터 스태프까지 구설에 취약하다. 나 후보는 출마 선언 직후부터 2004년 자위대 기념식에 참석한 일로 곤욕을 치렀다. 9월26일에는 중증장애인 시설을 찾아 카메라 앞에서 장애 청소년을 발가벗겨 목욕시키는 ‘대형 사고’를 쳤다. 10월7일에는 시각장애인 예술단 연주회 축사에서 “시각장애인은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우수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애인 딸을 둔 어머니답지 않게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평이 한나라당 안에서도 나온다. 영화 〈도가니〉가 열풍을 일으키자 한나라당 안에서 “5%는 날아갔다”라는 자조가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신지호 의원은 술을 마시고 생방송 TV 토론에 나갔다가 대변인 직을 내놓아야 했다. 신 의원은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박원순 후보의 조부가 징용될 때는 강제징용이 없었으므로 자발적 징용이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가 “일제가 좋아할 역사관”이라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자폭’을 박원순 캠프가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면서 나경원 캠프는 위기를 넘겼다. 

 

ⓒ시사IN 조남진나경원 후보(왼쪽) 지원에 나선 박근혜 전 대표(오른쪽).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나 후보에게는 힘이라기보다는 짐이다. 이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스캔들이 터지며 나 후보를 부담스럽게 했다. 나 후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 봉하마을의 노 대통령 사저를 두고 독설을 퍼부었던 이력이 있는데, TV 토론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얼버무려야 했다. 나경원 캠프에는 오세훈 전 시장의 스태프가 대거 참여하고 있지만, 선거운동 기조상으로는 철저하게 ‘오세훈 지우기’ 전략을 쓰고 있다.

최대 아킬레스건은 ‘복지 딜레마’였다. 나 후보는 지난해 서울시장 경선부터 올해 8월 주민투표 때까지 일관되게 ‘보편적 복지 반대’ 견해를 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 지원을 끌어내려면 견해를 누그러뜨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말 바꾸기’와 ‘박근혜 포기’ 사이의 선택으로 몰릴 수도 있었지만, 야권과 박원순 캠프가 이를 파고들지 못하며 역시 위기를 넘겼다.

나경원 캠프는 몇 가지 위기를 그럭저럭 넘겼다. 현재 추세로 보면 이기는 선거라는 자신감도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빨리 따라잡았다”라는 불안감은 있다. 오히려 진보 표를 결집시키고 안철수 원장 등 ‘히든카드’를 끌어낼 명분을 주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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