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토호의 비리 의혹을 둘러싸고 지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청와대 김백준 총무기획관(69)의 이름이 심심찮게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1년 선배인 김백준 총무기획관은 1977년 현대 계열사인 국제종합금융에 근무하면서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던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BBK 사건 당시에는 공동 투자자, 청와대에 들어가서는 이 대통령 개인 재산을 관리하는 이른바 ‘집사’로 불렸다.

강릉의 (주)승산이라는 레저 회사에는 한동안 김 기획관의 장남이 근무했다. 역시 고려대 출신인 강릉시 최명희 시장이 승산과 ‘토지 맞교환’을 통해 특혜를 제공했는데, 그 과정에 청와대 김 총무기획관의 장남 김형찬씨가 모종의 기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강릉시의회 특위에서 이 문제를 조사했던 한 의원은 “권력형 비호가 없고서는 이런 대담한 특혜를 설명할 길이 없다”라고 말했다. 문제의 토지는 승산이 경매로 낙찰받은 강릉시 초당동 소재 토지와 강릉시가 보유하던 안현동 땅이다. 


두 곳 모두 경포대에 인접해 있고, 공시지가도 각각 35억원과 34억원대로 비슷해서 겉으로는 맞교환에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감정평가에선 각각 43억원과 86억원대로 나왔다. 이 교환 결정은 공교롭게도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던 2007년 12월 말에 전격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킨다. 앞서 승산은 초당동 땅을 경매로 낙찰받은 지 3일 만에 강릉시에 시유지 교환 요청 문서를 접수했다. 강릉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대한 법률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곧바로 가결해주었다. 처음에는 강릉시의회에서 특혜라며 이 안건을 부결했다. 그러자 최명희 강릉시장은 12월20일 같은 회기 안에 다시 이 안건을 시의회에 상정해 통과시켰다. 명백한 일사부재의 원칙 위배였다.


ⓒ시사IN 정희상(주)승산이 강릉시와 맞바꾼 경포대해수욕장 인근 부지에 대규모 콘도미니엄을 짓고 있다.


완공되면 개발 이익 수천억원대 예상

국유재산 관리법상 국가기관 간 토지 교환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삼아도 되지만 국유재산을 민간 사기업과 교환할 때는 반드시 감정평가를 거치되 ‘분할’하지 않도록 돼 있다. 하지만 강릉시는 시의 토지를 불법으로 분할해 승산에 특혜를 주었다. 승산은 현재 강릉시로부터 받은 이 안현동 토지 5만3000여㎡(1만5700평) 위에 지상 9층, 객실 206실의 고급 콘도미니엄 건설공사를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완공되면 수천억원대 개발 이익이 생길 것으로 내다보는 노른자위 땅이다. 이 사업에 권력형 유착 비리 의혹이 이는 데 대해 강릉시 측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광 인프라 개발 차원에서 토지 교환을 통해 민간 투자를 유치한 것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승산 측에서도 김백준 총무기획관의 아들이 한때 근무한 것은 맞지만 토지 교환 이전이라서 간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이 여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조짐이 보이자 7월12일 한나라당 소속 강릉시의원들이 소방수로 나섰다. 이날 강릉시의회에서 몇몇 야당 의원이 8개월간 조사한, 승산과 강릉시 토지 맞교환 특혜 사건에 대해 ‘감사원 감사청구 채택’ 안건을 올렸다. 하지만 다수를 차지하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집단으로 부결시켜 청와대 권력 실세로 불똥이 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아냈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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