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은 ‘무법천지’ 썩은 내 진동해도 검찰은 솜방망이
  • 정희상 기자
  • 호수 201
  • 승인 2011.07.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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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는 토착 비리의 복마전이다. 강릉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친·인척, 청와대 실세 이름까지 거론되는 의혹이 꼬리를 문다. 한나라당과 토호 세력이 비호의 벽을 쌓았다는 소리가 터져나오는 현장을 취재했다.
강원도 강릉시에서 최근 몇 달 사이 시청 공무원이 줄줄이 비리 의혹에 연루됐다. 지난 3월 구속된 민 아무개 산림과장은 소나무를 무단으로 캐내는 과정에서 업자에게 편의를 봐준 대가로 금품 2400여 만원을 받고 6000만원 상당의 임야를 별도로 받기로 약속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여기에는 강릉시 공무원 7명이 연루되었다. 또 6월14일에는 최명희 강릉시장의 오른팔 격이던 김호기 전 자치행정국장이 ‘가벼운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인사 청탁 명목으로 2000만원 상당의 승용차를 뇌물로 받았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검찰 강릉지청이 토착 비리 수사를 열심히 하는 듯한 상황이다. 그러나 실상을 들춰보면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 수사에 솜방망이 처벌을 위한 봐주기 수사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뉴시스작년 지방선거에서 최명희 현 강릉시장(오른쪽)을 지원하는 한나라당 권성동 의원(왼쪽).
먼저 강릉시청에서 ‘왕국장’으로 통하던 김호기 전 국장 뒤에는 한나라당 소속 재선 시장인 최명희 강릉시장이 있다. 두 사람은 지역 고교 선후배 사이로, 김씨가 선거 브레인으로 활동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옛 명주군청 시절부터 공무원 사회에서 자기 라인을 만드는 데 탁월한 수완을 발휘해온 김씨는 명주군이 강릉시에 통합된 뒤 주로 감사 부서 간부로 근무하면서 시청 인사에 깊숙이 개입했다.

현재 그와 관련한 핵심 의혹은 인사 비리 및 민간 업자와의 유착 여부다. 강릉시의 한 공무원은 “사무관 승진 후보자 사이에 (승진하려면) 김 국장에게 4000만~5000만원은 건네야 한다는 말이 파다했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사직한 또 다른 한 강릉시 공무원은 “과거 6급 승진은 고과에 따라 이뤄졌지만 언제부턴가 6급도 돈이 있어야 승진할 수 있었다. 돈을 갖다주지 않으면 계속 닦달을 했고, 적게 가져온 승진 후보자에게는 면전에서 돈을 집어던지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이런 전횡 아래에서 경쟁자의 14년 후배가 과장으로 파격 발탁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시청 발주 공사 및 각종 인허가를 둘러싼 업자와의 결탁 및 금품 수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검찰이 강원랜드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장 자택에서 금품 수수자 명단이 나왔는데 거기에 김씨 이름이 들어 있었던 것. 이와 관련해 강릉시 한 관계자는 “강릉 대림 e편한세상 아파트가 들어선 대지에 소나무가 많았는데 그 소나무가 강원랜드 조경 사업에 다 들어갔다. 소나무 납품을 맡았던 업자가 김 국장에게 뒷돈을 건넨 사실을 검찰 조사에서 실토해 발각됐다”라고 전했다.

강릉시장 오른팔이 명예퇴직한 이유

〈시사IN〉이 추적한 결과 김씨는 ‘ㄱ임업’이라는 업체에게서 4000만원 상당의 현대 베라크루즈 차를 공짜로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 지역 기업체인 ‘ㄱ임업’과 김씨의 부당한 유착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ㄱ’임업 박 아무개 사장의 두 아들과 조카가 김씨의 ‘백’으로 나란히 강릉시 기능직 공무원으로 특채되었다. 특히 10급 기능직으로 들어간 박씨의 둘째아들은 최연소 연한만 채우고 8급으로 고속 승진했다. 이 밖에 박씨의 조카는 강릉시청 청원경찰로 채용됐지만 청원경찰 업무 대신 골재 채취와 공유수면 점용 허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김호기 전 국장은 최명희 강릉시장의 실세 측근으로서 득세해왔다. 김씨를 둘러싸고 불거져 나오는 각종 인사 및 인허가 청탁 비리는 최명희 시장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강릉시 공무원들은 김씨가 최명희 시장의 해결사 노릇을 하며 지역에서 전횡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강릉시의 한 현직 공무원은 “얼마 전 감사원에서 강릉시가 벌인 사업의 문제점을 조사하자 김호기 국장이 최 시장을 대신해 자연산 송이버섯 4상자를 들고 서울로 찾아가 감사원 관계자에게 인사하고 왔다”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몇몇 공무원이 올해 초 검찰에 김 국장의 각종 비리를 제보했다. 하지만 강릉지청은 처음에는 수사에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김씨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지역 최대 세력이라 그렇다”라는 말이 제보자 사이에 흘러나왔다. 그러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조짐을 보이자 김씨는 지난 2월 전격 ‘명예퇴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강릉지청의 한 관계자는 “수사가 시작되니까 최명희 시장이 지청장을 찾아와 ‘김 국장을 명예퇴직으로 내보낼 테니 그 선에서 양해해달라’고 부탁하고 간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그 뒤 머뭇거리던 검찰은 지역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 6월 중순 김씨를 전격 구속했다. 하지만 김씨가 구속됐다고 해서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강릉시의 각종 이권사업을 둘러싼 유착 의혹의 몸통은 최명희 강릉시장이다. 취재 결과 최 시장의 선거 캠프 측근은 물론이고 친·인척이 각종 강릉시 관급 공사를 수주해 이권사업을 벌여온 사실이 확인됐다. 최명희 시장은 강릉시민 사이에서 ‘조폭 시장’이라 불린다. 조경과 폭포 공사를 유난히 많이 벌인다는 뜻이다. 강릉시가 추진하는 자전거도로와 조형물 공사, 데크 공사 등은 시장 친·인척이 참여하고 있다. 시내 대학로에 15억원을 들여 조성한 ‘걷고 싶은 길’ 공사는 최 시장의 매형이 맡았다. 시에서 발주한 자전거도로 공사 역시 최 시장의 동생과 인척인 민아무개씨가 서울의 에코텍이라는 자전거도로 회사를 끌어들여 주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사IN 정희상강릉시는 잇따른 비리 의혹으로 오명을 썼다.

그뿐이 아니다. 조경사업은 주로 강릉시의회를 장악한 한나라당 일부 실세의 친·인척과 최 시장의 선거 대책 캠프 인사들 차지다. 이들은 강릉시가 발주한 수십억원대 데크 공사를 수주했다. 또 최 시장은 자기 고교 동기이자 시장선거 당시 회계 책임자였던 고 아무개씨에게 강릉CC 골프장을 허가해주려고 추진하고 있다.

강릉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권성동 의원의 친·인척도 토착 비리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강릉시장 선거 당시 최 시장 선거운동을 앞장서 도운 권 의원의 경우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사촌동생이 시가 발주하는 각종 대규모 건설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주)신화건설 대표로 있는 권 의원의 사촌동생 권은동씨는 구속된 김호기 전 국장과도 친분이 깊다. 신화건설은 현재 강릉시가 발주한 150억원대 경포저류지 조성공사를 벌이고 있다. 강릉시 관계자는 "원래 70억원대 공사였는데 설계변경을 통해 150억원으로 늘었다"라고 귀띔했다. 또 신화건설은 강릉시에서 시내 문화예술회관 터에 추진하는 780억원대 아트센터 건립공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해 강릉시는 “정해진 입찰 절차에 따라 사업체를 선정한 만큼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처럼 시장과 국회의원 친·인척 등 한나라당 소속 지역 세력이 토호들과 유착돼 지역 내 이권 잔치를 벌여도 누구 하나 제대로 견제하는 이가 없다는 점이라고 한 공무원은 말했다. 견제 임무를 맡아야 할 검찰조차 뿌리 깊은 유착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대낮에 시청 국장실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

일례로 강릉지청 터줏대감 격인 검찰계장들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지난해 터진 ‘스폰서 검사’ 파동 때도 확인된 바 있다. 당시 MBC 〈PD수첩〉에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 외주업체 장 아무개 사장이 강릉지청 검찰계장과 검사들에게 수시로 룸살롱과 골프 등 향응 접대를 하고 돈다발을 주기적으로 안겼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특검 수사 결과 강릉지청 김 아무개 계장이 수십 회에 걸쳐 성 접대와 골프 접대를 받고 자가용과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김 계장은 파면당했다.


이처럼 ‘토호 계장’이 비리를 저지를 때에는 반드시 강릉지청 검사들을 끼워넣어 보호막으로 삼고 영향력을 과시했다고 한다. 강릉 지역 터줏대감으로 자리해온 검찰 지청 계장들은 비리 공직자들과도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최명희 시장은 강릉시를 토호들의 무법천지로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대표 사례가 지난봄 발생한 한 토호의 시청 간부 폭행 사건이다. 비교적 규모가 큰 지역 사업가인 정동진썬크루즈 박기열 사장이 대낮에 시청에 있는 권혁문 경제진흥국장실로 찾아왔다. 그는 다짜고짜로 인허가 문제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 뒤 권 국장을 마구 폭행했다. 권 국장은 얼굴이 찢기는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대낮에 시청 국장실에서 벌어진 ‘백색 테러’에 대해 상급자인 최명희 시장은 어떤 법적 대응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격앙된 시청 공무원 사이에서는 “시장이 폭행범에게 무슨 약점이 잡혀 있기에 부하 공무원이 집무실에서 얼굴이 찢기는 폭행을 당해도 아무런 대꾸도 못하느냐”라는 불만이 팽배했다. 사건 당시 주위의 신고로 검찰에 체포된 폭행범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석방됐다.

김호기 전 국장이 구속되자 지역사회에서 이번에는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비록 2000만원대 금품 수수라는 비교적 가벼운 혐의만 적용했지만 강릉에서 토착 비리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고위 공무원을 구속했다는 점만으로도 뿌리 깊은 비리의 복마전 구조를 수술할 수 있는 첫 단추를 끼운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김 전 국장은 구속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7월 중순 보석으로 전격 석방됐다. 속전속결로 진행된 공판에서 검찰은 그에게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했지만 춘천지법 강릉지원 재판부는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김씨가 낸 보석 신청을 받아들였다. 지역사회 최대의 토호라는 평가답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김 전 국장이 이렇게 파격적으로 석방된 데 대해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역시, 파워 맨’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석방 직후인 7월14일, 〈시사IN〉은 김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비리 연루 혐의를 둘러싸고 한 달여 동안 추적한 내용을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기자가 신분을 알리자마자 그는 아무 대꾸도 않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뒤 거듭 통화를 피했다.

토착 비리의 몸통은 고사하고 ‘깃털’조차 이토록 쉽사리 법망을 빠져나가는 강릉 지역에서 시민들이 바라는 변화는 요원한 일인지도 모른다. 뿌리 깊은 강릉 지역 토착 비리 구조는 감사원과 대검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근절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역사회의 중론이다.

‘강릉 신화건설 토착비리 의혹’ 관련 정정 보도

● 본지는 지난 2011년 7월23일자 제201호 40면 「강릉은 ‘무법천지’ 썩은 내 진동해도 검찰은 솜방망이」 제하로, 강릉 소재 신화건설의 공사 수주 등에 특혜 및 토착비리 의혹이 있다는 취지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신화건설은 ‘경포습지 조성공사’를 수주받은 바 없으며, 강릉아트센터 건립공사는 국내 굴지 건설사 등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민간투자(B.T.L) 방식의 사업으로 신화건설의 시공지분율은 5%에 불과하고, 낙동강 43공구 공사 역시 국토해양부에서 발주한 최저가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낙찰받았기에 특혜 의혹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이를 바로잡습니다.
위 보도문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라 보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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