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0년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취재하고 경남도지사 6·2 지방선거 취재를 위해 김해에서 창원으로 넘어온 직후였다. ‘노란 비’에 젖어 추레한 차림이라 누가 봐도 연인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스무 살이 넘은 남녀 둘이 모텔촌을 서성이려니 영 겸연쩍었다. 〈시사IN〉 입사 후 첫 숙박을 겸한 출장이자 전국 모텔 기행의 시작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온라인 정치팀에서 사회팀으로 부서를 옮기면서 출장이 잦아졌다. 구제역 후폭풍 속 경북 안동, ‘형님 예산’의 현장 쫓아 경북 포항, 연평도 포격 소리 따라 인천…. 시인 윤동주가 밤하늘의 별을 헤며 ‘패, 경, 옥’과 같은 이국 소녀들의 이름을 불렀다면, 나는 밤거리의 네온사인을 보며 전국 어느 모텔촌을 가나 보이는 ‘파라다이스, 퀸, 티파니’의 이름을 읊을 수 있게 되었다.
어딜 가나 비슷한 모텔 특유의 향기에도 익숙해졌다. 그 냄새의 정체는 모양과 이름이 제각각이어도, 비슷한(것 같은) 내용물이 담긴 모텔 샴푸와 비누 때문이라는 것도 눈치채버렸다.
지방 출장 여덟 번째였던 지난달 부산 취재는 처음으로 혼자 갔다(보통 지방 취재는 사진기자와 함께 간다). 울부짖음과 고함이 오가던 부산상호저축은행 현장 취재를 끝내자 밤이 찾아왔다. 몸 누일 곳을 찾아 부산역 앞 모텔촌을 헤맸다.
역시나 부산에서도 눈에 띄어 이유 모를 안도감을 주었던 ‘퀸모텔’은 4만원을 불렀다. 가격 흥정이 되지 않아 당장 뛰쳐나왔다. 밤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썬모텔’을 거쳐 ‘귀빈모텔’에 안착했다. 5만원에서 3만5000원까지 떨어진 가격에, ‘그래, 난 귀한 손님이야’라는 자기최면으로 돈을 건네고 방 키를 받았다. 결코 더 다니기 귀찮아서가 아니다.
사회팀 6개월차. 다른 건 몰라도 모텔 기행 하나는 괄목상대했다고 자부한다.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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