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과 관련해 지금까지 모두 16명이 산업재해(산재) 신청을 했다. 산재 심의를 거친 10명 가운데 단 한 명도 산재 인정을 받지 못했다. 삼성 백혈병뿐 아니라 다른 사업장의 직업성 암 인정 건수도 저조하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05년 직업성 암과 관련해 249건을 신청했지만 30건만 인정받았다. 2009년에는 125건 가운데 17건을 인정받았다. 현재 공식 인정을 받는 발암물질은 방사선 피폭·크롬·벤젠·석면 등 7종이다. 그런데 7종의 법정 물질은 직업성 암을 법으로 명시한 ‘산재보상보험법’이 1963년 제정된 뒤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암을 비롯한 희귀 질환에 대한 산재 보상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높아지면서 정치권과 고용노동부도 관련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직업성 암 등 업무상 질병에 대한 인정 기준 합리화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11월 연구 결과물이 나왔다. 이를 근거로 기업과 노동계·의료계 등 다양한 의견을 취합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기준에 없는 발암물질을 추가하거나 직업병을 판정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운영 등을 보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올림 제공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반올림 회원.
현행 산재 인정은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이루어진다. 노동자가 산재 신청을 하면 공단은 질병이 업무와 관련이 있는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역학조사를 요청한다. 공단 산하 산업보건연구원(산보연)이 역학조사를 한 뒤 연관성 여부를 근로복지공단에 통보하는 형식이다. 근로복지공단은 변호사·노무사·의사로 구성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를 승인한다.

이 과정에서 산보연의 형식적인 역학조사뿐 아니라 기업의 비협조, 피해자인 노동자들의 정보 부족 등으로 희귀 질환의 직업병 판정률이 낮은 실정이다. 공유정옥 산업보건의는 “산재보험은 4대 사회보험 제도 가운데 하나이다. 암 등 비용이 많이 드는 산재 판정은 사회보험 제도 차원에서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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