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당일, 그리고 그 다음 날,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승리일지 모르지만, 민심을 더욱 사납게 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10월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한영석 부장판사)가 용산 참사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것은 힘없는 서민에 대한 국가권력과 사법 권력의 폭거로 보이기에 충분했습니다. ‘친서민’ 정책을 표방한 이 정부가 제일 먼저 달려갔어야 할 곳이 바로 용산 참사 현장이었음에도, 그들은 끝내 외면당했고 이제 마지막 희망마저 짓밟혔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친서민’을 외쳐봐야 ‘진짜 서민’이 믿지 않는 심경의 밑바닥에 바로 ‘용산’이 있습니다.
용산 참사는 ‘국가권력이 건설자본 편에 서서 서민의 생존권을 짓밟고 그 과정에서 무고한 인명이 살상된 사건’으로 각인돼 있다면, 미디어법 강행 통과는 ‘정부 여당이 족벌언론의 탐욕을 위해 무리수를 둔 사건’입니다. 10월29일 헌법재판소가 절차상의 위법이 있었다는 취지를 살려, 최소한 결론을 유보한 채 국회로 되돌려 보내기만 했어도,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헌재는 이날 자신의 존립 근거를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현실 권력’인 정부?여당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성난 민심에 또 하나의 대못을 박은 셈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집니다. 바로 아프간 파병입니다. 이미 지방재건팀(PRT) 요원과 이들을 경호할 전투병 및 경찰 병력의 파병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시사IN〉이 그동안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편집위원의 ‘오바마와 아프간 전쟁’을 연재한 것은 그 땅의 생생한 실상을 알려 혹시라도 있을 잘못된 결정을 막기 위함이었는데,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갑니다. 아프간은 이미 미국과 그 동맹국에게 ‘지옥의 땅’이자 ‘죽음의 땅’이 된 지 오래입니다. 누구나 빠져 나오고 싶어하는 그 사지에 생때같은 우리 젊은이들을 몰아넣는 이유가 뭔지, 속 시원한 설명 한마디 없습니다. 4대강?세종시?용산?미디어법으로 출렁이기 시작한 민심의 바다가 이제 아프간에서 날아올 사상자 소식으로 끓어 넘칠 날이 머지않은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