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엎기도 한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 10·28 재·보선 경과를 이보다 명료하게 설명해주는 말을 찾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것이 실상이었든, 허상이었든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면서 정권이 교만해지는 기색을 보이자, 성난 민심이 ‘배’를 뒤엎어버린 형국입니다. 4대강과 세종시, 김제동.손석희씨 하차로 출렁이기 시작한 민심의 한 자락이 이번 재·보선에서 드러났다는 것이 중론입니다만, 문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재·보선 당일, 그리고 그 다음 날,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승리일지 모르지만, 민심을 더욱 사납게 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10월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한영석 부장판사)가 용산 참사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것은 힘없는 서민에 대한 국가권력과 사법 권력의 폭거로 보이기에 충분했습니다. ‘친서민’ 정책을 표방한 이 정부가 제일 먼저 달려갔어야 할 곳이 바로 용산 참사 현장이었음에도, 그들은 끝내 외면당했고 이제 마지막 희망마저 짓밟혔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친서민’을 외쳐봐야 ‘진짜 서민’이 믿지 않는 심경의 밑바닥에 바로 ‘용산’이 있습니다.

용산 참사는 ‘국가권력이 건설자본 편에 서서 서민의 생존권을 짓밟고 그 과정에서 무고한 인명이 살상된 사건’으로 각인돼 있다면, 미디어법 강행 통과는 ‘정부 여당이 족벌언론의 탐욕을 위해 무리수를 둔 사건’입니다. 10월29일 헌법재판소가 절차상의 위법이 있었다는 취지를 살려, 최소한 결론을 유보한 채 국회로 되돌려 보내기만 했어도,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헌재는 이날 자신의 존립 근거를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현실 권력’인 정부?여당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성난 민심에 또 하나의 대못을 박은 셈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집니다. 바로 아프간 파병입니다. 이미 지방재건팀(PRT) 요원과 이들을 경호할 전투병 및 경찰 병력의 파병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시사IN〉이 그동안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편집위원의 ‘오바마와 아프간 전쟁’을 연재한 것은 그 땅의 생생한 실상을 알려 혹시라도 있을 잘못된 결정을 막기 위함이었는데,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갑니다. 아프간은 이미 미국과 그 동맹국에게 ‘지옥의 땅’이자 ‘죽음의 땅’이 된 지 오래입니다. 누구나 빠져 나오고 싶어하는 그 사지에 생때같은 우리 젊은이들을 몰아넣는 이유가 뭔지, 속 시원한 설명 한마디 없습니다. 4대강?세종시?용산?미디어법으로 출렁이기 시작한 민심의 바다가 이제 아프간에서 날아올 사상자 소식으로 끓어 넘칠 날이 머지않은 듯합니다. 

기자명 남문희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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