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상황이 (심기 관리만 제대로 한다면) ‘흥미진진’합니다. 국민 70%가 반대하는 사업을, 국회 예산 심의도 있기 전에 기공식부터 치르고 보는 배짱하며,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애초 취지와는 무관한 방향으로 불가사리처럼 변모해 가는 세종 시 논란까지, 역시 ‘다이내믹 코리아’입니다. 여기에다 국세청 안원구 국장 전격 구속을 둘러싼 온갖 추문은 정권 막바지에나 익숙하게 보던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라 밖 상황 역시 이 못지않습니다. 특히 지난 11월25일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의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을 접견해 북․중간 군사교류를 본격화 했는데, 이는 11월17일 중국 국무원이 승인한 ‘창지투 개방선도구 사업(창춘․지린․투먼을 잇는 두만강 유역개발사업)’ 이후 확대되기 시작한 북․중 경협과 동전의 양면이라 할 것입니다.

최근 북한과 중국 최고위층 간에 북한 핵보유와 개혁․개방 문제를 둘러싸고 심도 있는 대화가 진행돼 왔는데, 이 일련의 군사교류와 경제교류는 바로 이런 양국 간 대화의 결과라는 것이지요. 즉 북한 측이 중국 측에게 자신들의 안전보장을 위해서는 핵무장이 필요할 뿐 아니라, 중국과 군사교류를 강화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고, 이렇게 해서 안전이 확실하게 보장되면 개혁․개방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입니다.

북한 최고위층의 이 같은 뜻을 접한 중국 측은 북한이 단기간 안에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핵 포기를 무리하게 강요하기 보다는 북한과의 군사 교류를 통해 안보를 제공하고,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기 위해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합니다.

중국은 또한 이 같은 입장을 미국에 전하고, 미국도 동참할 것을 설득 중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12월8일 보스워스 대북 특사 방북을 계기로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그렇다고 당장에 북의 핵 폐기를 이끌어낼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미국도 결국에는 북이 3차 핵실험이나 HEU(고농축우라늄) 개발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상황을 관리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핵 포기를 유도하는 ‘전략적 관리’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될 경우 북핵 문제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는 우리 정부 입장이 난처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그랜드 바겐에 따른 원샷딜은 말 그대로 허공에 불 뜰 수밖에 없고, 정부가 이를 고집하면 할수록 고립만 심화될 뿐입니다.  자칫하면 북한을 중심으로 중국 미국 일본이 동북아 질서를 형성해 가는 가운데 한국만 외톨이가 될 수 있습니다.

기자명 남문희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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