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4〉는 13일자 조선일보가 실은 ‘수능 3개 영역 평균합산 서울 상위 100개교’ 표 중에서 상위 50개 학교만 발췌해 실은 것이다. 강남 3구, 양천구, 노원구 등 사교육 강세지역 학교가 우선 눈에 띈다. 더 분명해 보이는 것도 있다. 〈시사IN〉은 위 표에다, 서울시 25개 구 중에서 3.3㎡당 집값 평균 상위 5개구에 속한 학교는 굵게 처리를 해봤다. 강남구, 서초구, 용산구, 송파구, 강동구가 그에 해당한다. 무려 30개 학교가 집값 상위 5개구에 있다. 나머지 14개 학교도 양천구와 노원구에 있다. 상위 50개 중 44개 학교가 집값 상위 5개구 또는 ‘사교육 특구’에 있는 셈이다. 애초에 조선일보가 학력 격차가 크다며 제시한 지역부터가 강남 3구 대 성동·구로·중랑·관악구다. 집값으로 따지면 1, 2, 4위 대 9, 24, 17, 16위의 싸움이다.

 

이쯤 되면 성적 격차의 원인이 평준화가 아니라 자산·소득 격차가 아닐까 의심이 드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서 〈시사IN〉은 수능성적 연구를 계속해온 권영길 의원실에 분석을 의뢰해봤다. 서울지역 일반계 고등학교(특목고·자사고 제외)의 수능성적과 학부모의 학력, 해당 구의 집값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부모의 학력은 가계소득 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분석 결과 수험생이 수능 1·2등급을 받을 확률은, 집값과는 과목에 따라 0.78 ~ 0.84, 부모가 전문대 졸업 이상일 확률과는 0.92 ~ 0.95의 상관계수를 보였다. 대단히 높은 상관성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지역별 자산·소득 격차와 수능성적이 밀접하게 연동한다는, 스스로 실은 〈표 4〉만 봐도 알 수 있는 현실 대신 엉뚱한 평준화에 죄를 물었다. 14일자 조선일보는 서울대 백순근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하위권 학생도 학업 수준이 높아져 중간에 접근하게 하는 ‘진짜 평준화’가 이뤄지려면 정확한 학업 수준 실태가 공개되고, 그에 따른 ‘맞춤형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것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유를 댔다. 조선일보의 말대로라면, 상하위권의 격차가 적을수록 좋은 교육제도인데 평준화는 이를 달성하지 못했으므로 실패한 제도라는 뜻이 된다.

그래서 따져봤다. 마침 좋은 샘플이 있다. 이전까지 비평준화 지역이었던 전남 목포, 여수, 순천은 2005년부터, 경남 김해는 2006년부터 평준화로 전환했다. 〈표 5〉는 이들 네 지역에서 비평준화 세대의 마지막해 수능성적과 평준화 세대의 첫해 수능성적 표준편차를 비교한 것이다. 4개 지역 3개 과목에서 하나의 예외 없이 평준화 세대의 표준편차가 작게 나왔다.즉, 평준화 세대의 학력 격차가 비평준화 세대의 그것보다 작다는 의미다. 조선일보의 표현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진짜 평준화’가 이루어졌다.

 

혹 이것이 ‘평등하게 성적이 떨어진’ 결과는 아닐까. 이른바 ‘하향평준화’라는 의심이다. 평준화가 최상위권의 성적을 일정 부분 하락시키는 경향이 관찰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표 6〉에서 보듯, 상위권이 줄어드는 폭보다 하위권이 줄어드는 폭이 더 눈에 띈다.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크게 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소한 하향평준화라는 ‘오래된 미신’은 이 네 지역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앞서 〈표 2〉,〈표 3〉에서 전국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올해 경기도교육청이 가톨릭대 성기선 교수팀에 의뢰한 평준화와 학업성취도 변화의 관련성을 분석한 연구를 봐도 비슷한 결론이 나온다. 1학년 입학 당시 평균 성취도가 비평준화 지역보다 1.75점 낮았던 평준화 지역 입학생이 3년 후에는 0.33점 높은 성취를 보여줬으며, 학생들 간의 학력 격차는 비평준화 지역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분석을 두고, 보수적인 교육학계와 정치권에서는 도농 격차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고 축적된 데이터가 지나치게 적다는 이유를 들어 제대로 된 연구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평준화 지역은 주로 대도시인 반면 비평준화 지역은 중·소도시나 농촌 지역이어서 학업 포기율이 다를 수밖에 없는 차이를 무시했다는 것인데, 의미 있는 지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표 2〉, 〈표 3〉은 동일한 학생들을 추적 분석한 것이고 〈표 5〉, 〈표 6〉은 같은 지역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도농 격차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더욱이 수능성적을 ‘연구용’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공개를 외친 것은 오히려 보수 정치권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공개된 수능성적을 이용한 연구의 데이터가 부실하다는 비판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평준화가 다원화고 비평준화가 획일화다”
    

조선일보는 나흘 에 걸쳐 수능성적 기사를 실었다. 데이터는 화려했지만, 진단은 엉 뚱했다.
부모의 자산·소득 격차는 ‘평준화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교육정책으로 메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조선일보의 ‘특종’이 보여준 진짜 의미도 이것이다. 그런 전제하에서만, 조선일보가 제시한 맞춤형 교육이나 수준별 이동수업 같은 대안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조전혁 의원과 조선일보가 개시한 ‘수능 2차대전’은 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벌써부터 학원가에는 지난 한 주의 조선일보 기사가 벽보처럼 붙고 상담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고교선택제 시행을 앞두고 학부모의 마음이 수능점수가 1점이라도 높은 학교로 쏠리는 것을 어찌할 도리는 없다. 점수가 높은 학교에 우수 자원이 몰리는 속도는 정부가 준비하겠다는 ‘대책’이 점수가 낮은 학교를 끌어올리는 속도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고, 조 의원과 조선일보가 그토록 ‘암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던 학교간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참에 평준화의 진짜 의미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현장의 모든 문제를 쉽게 ‘평준화 탓’으로 돌리지 말자는 것이다. 민노당 권영길 의원은 “보수언론은 평준화가 학생을 획일화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평준화는 선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다양한 학생을 한 학교에 섞는다는 의미에서 ‘다원화’고, 비평준화야말로 비슷한 계층의 학생만 뽑게 되는 ‘획일화’다. 평준화의 틀 속에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고민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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