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기자(37)는 2013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사회부·문화부 등을 거쳤다. 2016~2017년에는 뉴콘텐츠팀 소속으로 회사 기사를 SNS에 유통했다. 기사를 읽고 쓸 때마다 갈증을 느꼈다. 독자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좀 더 읽을 맛과 읽을 가치가 있는, 읽을 수 있는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2021년 8월 뉴콘텐츠팀에 자원해 기획·발행하고 있는 뉴스레터 ‘인스피아’는 2년 반 만에 ‘아는 사람은 아는’, 어디서도 보기 힘든 오리지널 콘텐츠가 됐다. 김지원 기자는 뉴스레터 기획과 제작 과정의 고민을 담은 책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유유 펴냄)을 최근 냈다.
인스피아는 뉴스를 모아 소개하는 편지가 아니다. ‘이제 지루한 단순 반복 작업은 모두 AI가 하고, 사람은 창조적인 일만 할 수 있다’는 식의 뉴스가 쏟아질 때, 인스피아는 리처드 세넷의 책 〈장인〉에서 ‘단순 반복 작업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통찰을 길어 올린다. 강력범죄가 연달아 일어나고 ‘악인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댓글이 달릴 때는, 미국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범인의 어머니가 쓴 책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일본 사린 가스 살포 가해자 측인 옴진리교 교도들을 인터뷰한 책 〈약속된 장소에서:언더그라운드 2〉를 통해 ‘어떤’ 가해자의 서사가 필요한지 묻는다. ‘넥슨 손가락 논란’ 때는 ‘커뮤니티는 여론인가’, ‘노○○존 현상’에는 ‘도시의 가게에서 시민으로서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지원 기자는 이를 ‘책을 지팡이 삼아 해찰한다’고 표현한다. ‘해찰’이란 ‘마음에 썩 내키지 않아서 물건을 부질없이 이것저것 집적거려 해친다’ 또는 ‘일에는 마음을 두지 않고 쓸데없이 다른 짓을 한다’는 뜻이다. 힘 빼고 기웃대는 태도로, 책을 디딤돌 삼아 어떤 현상을 “바닥부터 성찰하고, 다른 관점으로 살펴보는 글”을 쓴다.
사람들이 긴 글을 읽지 않는다는 시대에 왜 책에 주목할까. 김 기자는 ‘우리 시대에 진정성 있는 텍스트는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응답이 ‘책’이라고 했다. “좋은 글은 수고 없이 나오지 않는다. 진정성을 가지고 어떤 문제를 파고들었던 저자의 책은 세월이 지나도 힘이 있다.” 인스피아는 학술 콘텐츠 플랫폼 ‘디비피아’와 ‘영감(inspiration)’을 합해 만든 말이다. 실제로 논문 형식으로 만든다. “진보지든 보수지든 의무감에 찬 텍스트로 가득한데,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새롭고 의미 있는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을 좋아한다. 길고양이 학대든 층간소음이든, 사회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할지 영감을 주는 것도 독자에게 큰 효용일 수 있다. 사실 언론사에는 주로 ‘모범생’이 들어오고, 딱딱한 글만 생산하도록 시스템화되어 있다. 아직 이런 시도가 돈이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인스피아를 보고 ‘저런 골때리는 글도 가능하구나’ 여기고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는 기자들이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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