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서비스를 종료한 〈중앙일보〉 뉴스 콘텐츠 채널 ‘듣똑라(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 ⓒ듣똑라 유튜브 갈무리
2023년 12월 서비스를 종료한 〈중앙일보〉 뉴스 콘텐츠 채널 ‘듣똑라(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 ⓒ듣똑라 유튜브 갈무리

〈중앙일보〉의 뉴스 콘텐츠 채널 ‘듣똑라(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의 마지막 방송을 최근에야 봤다. 2019년 ‘2030 세대의 시사 친구’를 내세우며 시작해 특히 여성 청년을 주 타깃으로 삼아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이 서비스를 〈중앙일보〉는 2023년 12월부로 중단했다.

지난 10여 년간 국내 저널리즘 업계에는 수많은 혁신 시도가 있었다. 좋은 저널리즘과 좋은 저널리즘을 원하는 이용자를 더 긴밀하게 연결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저널리즘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그 목표였다. 언론계는 〈뉴욕타임스〉나 〈가디언〉 같은 해외 언론의 혁신 성공 사례가 아닌 국내 언론의 저널리즘 혁신 성공 사례가 나오기를 간절히 원했다. 듣똑라는 그 성공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시도 중 하나라고 여겨진 터라 서비스 종료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꽤 충격이었다.

마지막 방송에 달린 이용자의 댓글을 찬찬히 읽다 보니 듣똑라는 이미 훌륭한 성공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지 못했던 주제에 관심 갖게 해주고 진짜 똑똑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덕분에 계속 질문하고 사유할 수 있는 동기를 가질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어요” “아는 언니처럼 많이 배워가고 연대받기도 했다” 등의 댓글은 듣똑라가 양질의 뉴스를 원하는 청년과의 연결 면에서 큰 성공을 이뤄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패 사례이기도 하다. 지속 가능한 저널리즘 모델을 제시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 목표를 향해 가던 중 서비스가 중단됐다. 회사로서는 서비스 규모 확대와 함께 인력, 예산 등 투입 비용이 늘어난 데 비해 언제 수익을 창출할지 불투명한 이 조직의 유지가 부담되었을 수 있다.

듣똑라 종료가 보여준 혁신의 어려움

그래서 듣똑라는 혁신의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요하는 것이 혁신이지만 사실 그 불확실성을 견딜 만한 조직은 많지 않다. 〈중앙일보〉 같은 메이저 언론사마저도. 정곡을 찌르는 댓글 하나. “듣똑라조차 유지가 안 된다니.... 한국은 좋은 언론이라는 게 불가능한 구조인가 봅니다. 너무 안타깝네요.”

구성원의 피로도 큰 어려움이다. “(팀원들의) 지친 마음을 어떻게 달래가며 일을 같이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더 많이 했어야 한다고 듣똑라 창립 멤버 이지상 기자는 말한다. 이는 요즘 같은 때 마음을 담아 저널리즘을 한다는 건 피로와 무력감을 수반하는 일임을 잘 보여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년 언론인 조사 결과를 봐도 응답자의 38.3%가 혁신에 대해 피로감을 느낀다고 답했고, 이 피로감은 젊은 기자(30~34세 44.2%, 35~39세 42.1%) 사이에서 특히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혁신에 지속적 지원을 하고 누군가는 혁신 피로를 이기며 꼭 하나의 혁신 성공 사례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 욕심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마지막 방송을 뒤늦게 본 것은 그 마지막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합해 듣똑라의 구독자는 무려 70만명이 넘었다. 양질의 뉴스를 원하는 20, 30대 이용자 70만명을 누가, 언제, 어디서 다시 모을 수 있을까? 그 70만명은 앞으로 어디에서 그들이 원하는 좋은 뉴스를 얻을 수 있을까?

기자명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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