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요? 누군가는 올해 서른 살인 저를 보고 참 좋은 나이라고 합니다만, 이런 저 역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떠올리는 시기는 고등학교 시절입니다. 기억력이 나빠 초등학교 시절은 잘 기억나지 않고, 중학교 시절에는 인성 함양이 더뎌 부끄러운 일을 많이 했습니다. 비록 입시에 지치긴 했지만 추억이 많은 고등학교 시절을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저에겐 당연한 일처럼 느껴집니다.
작가 사사키 아이 역시 저와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표제작을 비롯해 단편소설 총 세 편이 고등학교 시절을 배경으로, 학생들의 서툴지만 풋풋한 사랑을 소재로 합니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에 이런 아련한 연애 따위는 해본 적 없는데도 그 이야기가 마치 나의 추억인 듯 그리워지려고 합니다. 독서는 무언가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과 같다고 하죠. 이 책은 독자의 직접적 기억마저 왜곡시켜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표제작의 주인공 오가와는 ‘프루스트 효과’를 이용한 실험을 합니다. 매일 공부를 시작하기 전 ‘죽순마을(일본 과자)'을 먹고, 대입 시험을 치르기 직전에도 그 과자를 먹어 공부한 기억이 떠오르게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황당한 실험이지만 어쨌든 오가와는 대입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실험을 함께했던 연인 오사다는 대입에 실패하고 결국 오가와에게도 차이죠. 오사다는 꽤 오래 힘들어하지만 결국 성장의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먹어본 적 없는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알고 싶다. 그 맛에 떠오르는 사람과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라는 다짐과 함께 말입니다. 조만간 일본 여행을 가면 죽순마을을 사봐야겠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때, 꺼내 먹을 용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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