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는 나라’에 대한 읽을거리로는 크게 두 종류가 필요하다. 하나는 이론적 설명이다. 다른 하나는 구체적 이야기(소설)다. 구체적 이야기는 이론적 설명을 보완하거나 심지어 반박하면서 그 나라에 대한 ‘앎’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 나 개인적으로는 ‘중국 공산주의’에 대한 마오쩌둥의 저서(〈모순론〉 〈실천론〉 등)를 읽던 시절, 이른바 ‘상흔 문학(문화혁명을 비판하고 부정하는 문학 조류)’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이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타이완의 존재감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이 나라는 반도체 제조업의 글로벌 허브라는 점에서 한국의 경쟁국이자 협력자다. 두 나라 모두 1980년대 후반에 민주화되었으며, 지금은 권위주의 국가로부터 안보 위협을 받고 있다. 만약 중국이 실제로 타이완에 대한 무력 합병을 시도한다면, 그 1차적 여파가 미칠 나라는 한국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타이완이 ‘중국 문제’의 일부분으로만 다뤄지는 경향이 크다. 전문 연구자도 많지 않다. 타이완 소설의 경우, 1980년대까진 충야오(경요, 연애소설 작가)나 워룽성(와룡생, 무협소설가) 등의 작품이 꽤 읽혔으나 이른바 ‘본격문학’ 작품은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다행히 지난 수년 동안 간혹 타이완의 ‘본격문학’이 번역되긴 했는데, 일단 최근 출간된 〈귀신들의 땅〉을 추천하고 싶다.
어림잡아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를 시간적 무대로 삼는 이 소설은 타이완 한 지역의 가족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고향이나 수도 타이베이에 사는 딸들, 독일로 이주했으나 연인 살해로 복역한 뒤 귀향한 아들, 이미 숨진 가족 구성원(귀신) 등의 독백으로 각 장이 구성된다. 가족 일대기인 동시에 권위주의 시대의 정치·문화적 억압을 소재로 삼고 있다는 측면에서 전성기 시절 한국 문학과 비슷한 분위기다. 다만 이 소설의 중심 주제는, 좀 더 현대적인,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하는 차별’이다.
본격문학으로 소개했지만 무척 재미있다. 당초엔 설 귀향 열차 안에서 ‘읽다가 자야지’라며 펴 들었는데 잠은커녕 다음 날 새벽까지 손에서 놓기 힘들었다.
-
인류의 발자취 쫓으며 질문을 던지다 [기자의 추천 책]
인류의 발자취 쫓으며 질문을 던지다 [기자의 추천 책]
이상원 기자
3년 전 이사를 준비하다가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오래 고민했다. 좋은 책이지만 다시 읽을 것 같지는 않았다. 중학생 때부터 닳도록 읽어 질린 게 한 이유였고 시의성을 타는 몇 대...
-
친중과 친미 넘어 타이완이 선택한 것
친중과 친미 넘어 타이완이 선택한 것
타이베이·김영화 기자
“전 세계가 타이완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2024년 1월14일 총통 선거를 앞두고 수차례 언급한 말이다. 실제로 그랬다. 전 세계 언론인 400여 명이...
-
[타이완 현지 인터뷰] 양안 관계를 보는 두 시각
[타이완 현지 인터뷰] 양안 관계를 보는 두 시각
타이베이·김영화 기자
국민당 싱크탱크인 타이완 국가정책연구기금회의 제중(揭仲) 연구원은 양안 관계 전문가다. 1월11일 타이베이에 있는 국가정책연구기금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타이완 선거 결과가 타...
-
마트에 갈 때마다 두려운 당신에게 [기자의 추천 책]
마트에 갈 때마다 두려운 당신에게 [기자의 추천 책]
이오성 기자
기후위기에 관한 기사를 쓸 때마다 벽을 느낀다. 사람들은 둔감하다. 한파가 몰아쳐도 폭염이 기승을 부려도 그때뿐이다. 올겨울 체감온도 영하 50℃를 기록한 미국의 한파, 몇 해 전...
-
꾹꾹 눌러쓴 “사랑을 담아” [기자의 추천 책]
꾹꾹 눌러쓴 “사랑을 담아” [기자의 추천 책]
이은기 기자
지난해 겨울 최은영 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 책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처럼, 창문 밖에 눈이 흩날리던 날이었다. 감기를 앓고 있던 최은영 작가는 북토크 동안에 혹여나 재채기할...
-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면 [기자의 추천 책]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면 [기자의 추천 책]
주하은 기자
종종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요? 누군가는 올해 서른 살인 저를 보고 참 좋은 나이라고 합니다만, 이런 저 역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
이 책 읽으면 ‘아바타’와 너구리 ‘로켓’이 달리 보인다 [기자의 추천 책]
이 책 읽으면 ‘아바타’와 너구리 ‘로켓’이 달리 보인다 [기자의 추천 책]
김다은 기자
‘어차피 모든 것은 망했다’라는 종말 시나리오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 한때는 종말을 상상하는 일이 근대적 인간에게 미약한 자성을 촉발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아니다. 대중...
-
어긋나고 구멍 나서 아름다운 식물처럼 [기자의 추천 책]
어긋나고 구멍 나서 아름다운 식물처럼 [기자의 추천 책]
문상현 기자
다른 사건을 취재하다가 우연히 접한 일이었다. 아동학대 혐의로 부부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그들은 밥 먹듯이 가출하는 중학생 딸과 다투다 생긴 일이라고 했다. 오히려 딸이 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