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동 뉴스버스 대표.ⓒ시사IN 박미소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시사IN 박미소

검찰의 ‘언론사 연쇄 압수수색 사건’을 기사화한 뒤 묘한 상상을 하고 있다. 기사에 등장하는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기자가 수사받게 된 이유 때문이다. 이진동 기자와 김만배씨(화천대유 최대주주)는 30년 전 같은 언론 그룹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인이다. 대장동 사건이 큰 이슈로 떠오르자 기자인 이진동은 김만배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었다. 이런 정황으로 검찰은 이진동이 김만배의 사주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 실추를 위해 ‘의도적’인 허위(?) 기사를 기획했다고 주장한다. 그 배후에 친(親)민주당 언론 커넥션이 존재할 가능성까지 ‘기대’하는 모양이다.

이런 식이라면 검찰이 내가 쓴 기사에 시비를 걸어도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닐 듯하다. 이진동은 학교 동기로 38년 전부터 아는 사이다. 이진동이 압수수색을 당하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쓴 책과 그의 책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오기도 했다. 졸업 이후 30여 년 동안 그를 네댓 번이나 만났을까 기억도 아득하지만, 이는 이진동과 김만배도 마찬가지였다.

겁 많은 나의 공상이겠지? 그러나 법치주의 국가에서 기자가 형사소송에 걸릴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은 결코 건전하지 않다. 대한민국을 통치하고 있는 ‘검사 출신’들이, 정작 법치주의와 언론 자유의 시스템적 관계와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법치주의의 기본적 아이디어는, 시민들의 자유와 기본권을 지키려면 통치자의 권력을 법률로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치주의에서 통치자는 자신의 ‘자유’보다 공사(公私) 구분과 권력의 조심스러운 사용을 법률에 의해 훨씬 더 요구받는다. 법치주의가 단지 용의자에 대한 싹쓸이 수사와 엄벌을 의미한다면 그것을 제일 잘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아무도 중국을 법치주의 국가라 부르진 않는다. 통치자가 공사 구분 없이 개인적 친분을 가진 자들로 행정·사법·입법부의 요직을 채우고, 정적(政敵)에 대해 자의적으로 수사와 처벌이 이뤄지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치자 본인과 지인들은 수사도 받지 않는다. 중국식 법치주의(이른바 의법치국)에서는 통치자만이 자유롭다.

쓰다 보니 남의 나라 일 같지 않다. 대통령 부인의 범법 혐의에 대한 사과 요구 정도로 나라가 발칵 뒤집어지는 현재 상황도 마뜩지 않다. 그러나 한국에는 대통령실로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같은 반(反)자유민주주의적인 폭언을 듣고도 얌전하게 인내할 ‘동료 시민’이 몇몇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하곤 없다고 확신한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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