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23년 12월26일, 〈뉴스버스〉 이진동 대표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현장의소리 갈무리
검찰이 2023년 12월26일, 〈뉴스버스〉 이진동 대표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현장의소리 갈무리

검사와 기자는 ‘동료 시민’인가? 수사를 당할 때 두 직업의 행태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검사는 스마트폰에 20자리의 비밀번호를 설정해뒀다가 수사기관에 알려주지 않는 것으로 압수수색을 무력화한다. 함께 법률 위반 혐의를 받은 검사들은 신기하게도 거의 동시에 한결같이 스마트폰을 분실(?)한다. 사무실에 압수수색이 들어올 예정이면 데스크톱을 초기화해버린다.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는 기자들은 대체로 유순하게 수사에 협조한다. 검찰은 지난해 12월26일, 이진동 〈뉴스버스〉 발행인 겸 대표기자(이하 호칭 생략)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정보통신망법상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다. 이진동의 데스크톱과 스마트폰에 담긴 자료들이 디지털 포렌식 기법으로 분석되어, 검찰이 상상한 그의 취재 및 데스킹 ‘의도’를 입증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 포렌식 다음 수순은 대면 조사다. 지난해 9월에 이미 압수수색을 당한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이하 호칭 생략)는 지난해 12월 중순, 검찰에 출두해 조사받았다. 검찰은 무려 416개 질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취재 과정의 모든 순간이 조사 대상이었다는 뜻이다.

수사에 대처하는 행태로 볼 때, 이진동-한상진과 검사 출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말 ‘동료’ 시민이 맞는가?

검찰의 최근 압수수색은, 기자들이 ‘불온한 의도하에’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다. 해당 기자들과 〈시사IN〉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검찰은 여러 언론사의 기자들이 공모했으며 심지어 특정 정치세력의 조종까지 받고 있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 검찰의 야망은 해당 기자들의 취재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 그 ‘검은’ 의도를 밝혀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가 1월3일 〈뉴스버스〉 사무실에서 〈시사IN〉과 인터뷰하고 있다.ⓒ시사IN 박미소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가 1월3일 〈뉴스버스〉 사무실에서 〈시사IN〉과 인터뷰하고 있다.ⓒ시사IN 박미소

검찰은 이 기자들이 어떤 거짓말을 꾸며댔다고 보는 것일까?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대형 부패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검찰 부서, 이하 중수부)는 이른바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한 바 있다. 부산저축은행은 대장동 개발에도 1100억여 원을 부정 대출했다. 기자들은 중수부가 이 부정 대출을 수사하다가 덮어버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중수부는 대장동 대출을 수사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으며, 그러므로 무마도 없다’는 것을 ‘팩트’로 확립하고 있다. 검찰의 사고 회로에선, 자신들의 ‘팩트’에 제기된 의혹이 자연스럽게 ‘허위’로 간주되는 모양이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의혹은 2022년 대통령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지금도 진행 중이다. 대체로 두 갈래의 의혹이 제기되었다.

두 갈래의 ‘대장동 의혹’

하나는, 2015년 민관 합동으로 개시된 대장동 개발의 수익배분 구조가 ‘민’ 측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설계되었으며 이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하 호칭 생략)이 공모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민’은 민간 개발업자 김만배씨의 법인인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인 천화동인), ‘관’은 성남시다.

다른 하나가 바로, 검찰의 최근 이진동-한상진 수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대장동 대출 비리 수사 무마’ 의혹이다.

두 의혹의 공통분모는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의 ‘민간 개발업자(이하 업자)’들이다. 이강길, 남욱, 정영학, 김만배 등이 그 ‘업자’들이다. ‘불과 5000만원의 자본금(대장동 개발의 공식적 시행사인 성남의뜰에 화천대유가 투자한 금액)만 걸어놓고 십수만%의 수익률을 올렸다’라고 비난받지만, 업자들에게 이는 조금 억울한 평가일 수 있다. 그들에게 자본금은 개발사업에 뛰어드는 ‘입장료’에 불과했다. 업자들의 짐(비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들의 실제 역할은 개발사업 전 기간에 걸친 수천억 원대의 필요 자금을 ‘자신의 책임(빚)’으로 조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개발사업이 성공해서 아파트를 높은 가격에 분양하면 떼돈을 벌지만 실패하면 ‘깡통을 차는’ 정도가 아니라 수백억~수천억 원 규모의 채무에 짓눌리는 신세로 전락한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나온 대장동 개발 관련 증언들을 보면 업자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이 기사의 주요 인물인 이강길씨는 이미 2000년대 중반에 씨세븐이란 법인으로 대장동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는 당시 ‘공영개발(건설 공기업이 자사 책임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그 개발수익도 가져가는 방식)’로 방향이 잡혀 있었던 대장동 개발을 민간개발로 전환시켜 그 사업권을 차지하려 했다. 그러려면 토지매입비 등에 사용할 자금, 그리고 정계와 법조계, 지자체 권력에 대한 로비 능력이 요구된다. ‘힘 있는 사람들’과의 인맥은, ‘민간개발’ 과정에서 돌출할 인허가 등 법률적 시비들을 깔끔하게 해결하는 데도 필요했다. 이강길이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이하 호칭 생략) 등을 영입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2021년 11월3일, 화천대유 김만배씨가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시사IN 신선영
2021년 11월3일, 화천대유 김만배씨가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시사IN 신선영

이 영입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정영학은 ‘돈줄’을 터줄 대단히 중요한 사람을 이강길에게 소개했다. 이 기사의 중심 인물인 금융 브로커 조우형씨(이하 호칭 생략)다. 조우형은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친척이다. 조우형의 알선 덕분에 이강길은 부산저축은행 등 11개 금융기관으로부터 2009~2010년 1805억원(부산저축은행에서 1100억원)을 빌릴 수 있었다. 이강길은 조우형에게 10억3000만원을 줬다. 예금자들의 돈으로 영업하는 은행이 차입자의 신용도나 상환 가능성을 제대로 심사하기보단 관리자의 인맥에 따라 거액을 빌려주는, 이런 행위를 ‘부정(부당 대출)’이라고 부른다.

씨세븐은 이 돈으로 대장동 개발부지의 토지사용권을 사들이는 등 ‘지주 작업’을 전개하는 한편 공영개발을 민간개발로 바꾸기 위해 맹렬한 로비를 펼쳤다. 그 결과가 바로 ‘50억 클럽’ 등 정계-법조계-지자체 권력을 아우른 금품 커넥션이다. 2010년 6월,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공영개발을 포기했다. 업자들의 꿈이 이뤄질 듯했다. 개발 인허가권만 따내면, 이를 근거로 다시 더 많은 돈을 빌려(리파이낸싱) 기존 대출금(1805억원)을 갚고 사업을 속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성남시장으로 취임한 이재명은 공영개발을 재추진하려고 했다. 씨세븐의 리파이낸싱은 수포로 돌아갔다. 만기인 2010년 12월에 부도를 냈다.

이강길은 씨세븐 대표에서 물러났다. 다른 업자들은 대장동을 포기하지 못했다. 이 사업의 주도권은, 이강길이 다져놓은 기반 위에서, 2011년 7월 남욱에게 넘어갔다가 다시 김만배로 이어져 민관 개발로 추진된다. 그리고 ‘2022년 대선’을 몇 달 앞둔 2021년 9월 무렵엔 ‘대장동 스캔들’이 터진다.

당시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선 대통령 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었다. 당초 대장동 스캔들은 성남시장 출신인 이재명만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윽고 국민의힘 윤석열 예비후보 관련 의혹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대장동 업자들이 부도를 낸 다음 해(2011년),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같은 해 12월의 수사 결과 발표까지 133명의 수사 인력이 투입되어 3387명을 조사했다. 117명이 기소됐다. 수사 결과에서 대장동 부정 대출(1805억원) 건은 빠졌다. 업자들 중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다. 당시 중수부는 부정 대출 규모가 400억원대이거나 700억원대인 개발 사업장들도 적발해서 대출 알선 브로커와 뇌물 공무원들을 기소했다. 윤석열 예비후보는 중수부의 이 수사 당시 주임검사였다.

선거를 앞둔 유력 후보의 전력(前歷)은, 언론에 대단히 구미가 당기는 기사거리다. 일부 매체들이 취재에 들어갔다. 그중 하나가 〈뉴스버스〉였다.

‘중수부, 대장동 수사 무마’ 기사의 근거들

2024년 1월 현재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뉴스버스〉 기사는 그해(2021년) 10월21일 출고된 “대검 중수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비리 ‘은폐’”이다. 이진동 대표기자의 데스킹(책임자가 취재기자들의 기사를 지원, 관리, 심의, 승인하는 행위) 아래 윤 아무개 기자(현재 퇴사)가 작성했다. 윤 기자는 이진동보다 두 달 빠른 지난해 10월26일, 같은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시사IN〉이 이진동을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뉴스버스〉가 이 기사를 게재한 근거는 핵심 관계자인 이강길로부터 입수한 ‘수사 기록’들이다. 중수부의 기소에서 제외된 업자들이 다른 수사기관들의 수사망에 걸렸던 것이다. 2013~2014년엔 경기남부경찰청, 2014~2015년엔 수원지검 특수부가 대장동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했다. 조우형(대출 알선)과 이강길은 구속 기소되어 실형을 받았다. 남욱은 이강길로부터 로비 자금 8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무죄판결로 풀려났다.

2014년 1월 경기남부경찰청에 출두한 조우형은 중수부 수사(2011년)에 대해 이렇게 진술했다. “대장동 관련된 부분도 있”었으며 “저(조우형)뿐만 아니라 회사, 가족들의 모든 계좌를 압수수색하고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이 같은 광범위한 계좌 압수수색까지 동원한 중수부 수사에도 기소되지 않은 만큼 자신은 ‘무혐의’라고, 조우형은 경찰 수사관에게 주장했다. 이진동은 “조우형이 자신의 혐의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부분에서도 중수부의 대장동 관련 수사를 언급해서" 2014년 경찰 수사 기록을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같은 조사에서 이강길도 이렇게 진술했다. “조(우형)씨가 우리 현장(대장동)에도 부산저축은행 대출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았는데, 부산저축은행 수수료를 받은 것 때문에 다른 곳에서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대장동 관련 수사들의 연혁을 감안하면, 이강길이 말한 ‘다른 곳’은 2011년 중수부밖에 없다.

수원지검의 2014~2015년 대장동 관계자 수사 기록도 〈뉴스버스〉 기사의 중요한 근거였다. 이 수사 기록에서 부산저축은행 직원은 “2011년에 대검 중수부 조사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조우형이 부산저축은행 회장과 친척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관이 ‘조우형이 다른 사업장 대출도 알선했는지’ 여부를 묻자 “제가 아는 건 대장동 개발사업뿐이다”라고 답변했다. 이강길 측 회사의 당시 경리부장도 2015년 수원지검 조사에서 “저축은행 관련으로 대검에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라고 진술했다.

이진동은, 이강길을 직접 만난 윤 기자에게 취재 내용을 추가 질문하며 해당 기사를 데스킹했다. 수사 기록의 주요 부분을 이미지로 ‘캡처’해서 기사에 삽입했다. 이 과정에서 윤 기자가 이강길로부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는 말을 듣고 그 내용을 기사에 추가했다고, 이진동은 주장했다. “그때(2011년) 대검 중수부에 간 일이 있는데, 조(우형)씨에게 10억3000만원을 건넨 사실을 대검 중수부가 이미 알고 있었다.”

이진동에 따르면, 〈뉴스버스〉는 2021년 10월21일 기사를 준비하는 동안 또 다른 핵심 관계자인 조우형에게도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닿지 못했다. 그런데 당일 오전, 〈경향신문〉에 조우형의 인터뷰가 나온다. “2011년 5월 부산저축은행 관련 사건으로 (중수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실은 있지만 대장동 대출 건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그의 입장이 2014년 경찰 조사 때와 바뀐 것이다. 2021년 10월은 대장동 개발이 대선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시기다. 사건 핵심 관계자의 바뀐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반론은 필요하다. 결국 〈경향신문〉의 조우형 인터뷰를 반론 격으로 10월21일자 〈뉴스버스〉 기사에 인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진동은 〈시사IN〉에 말했다.

이진동에 따르면, 〈뉴스버스〉는 이런 취재 과정을 거쳐 2011년 당시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부정 대출’을 놓쳤거나 덮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덮었다면 그 이유는 뭘까.

2021년 10~11월엔 관계자들의 검찰 진술이나 언론 보도들이 계속 나오면서 의혹 추적을 이어갈 실마리가 등장하고 있었다. 2011년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가 전개되는 와중에 조우형은 저명 법조인인 박영수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에 사건을 맡겼다. 박영수는 2005~2007년 대검 중수부장(당시 윤석열 검사도 중수부 소속)을 역임했다. 2016년엔 박근혜-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게이트 특별검사로 임명되어 윤석열과 함께 수사했다.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지난해 12월18일 검찰조사에서 416개의 질문을 받았다.ⓒ한국기자협회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지난해 12월18일 검찰조사에서 416개의 질문을 받았다.ⓒ한국기자협회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6일,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는 이른바 ‘김만배-신학림’ 대화 음성파일을 기사화했다.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2021년 9월15일 김만배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자료다. 이 음성파일에서 김만배 발언을 근거로 〈뉴스타파〉는 김만배가 박영수에게 조우형을 소개했고, 박영수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를 통해 대장동 부정 대출을 무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이후인 2023년 9월1일, 검찰의 신학림 압수수색과 함께, 신학림이 김만배로부터 ‘책값’ 명목으로 1억65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뉴스타파〉는 격심한 혼란에 빠졌다. 음성파일 내용과 별도로 금품이 오갔다는 사실만으로도 해당 보도의 신빙성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즈음, 대장동 관계자들의 말도 바뀌었다. 같은 해 9월 초 석방된 김만배는 “그(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과장으로서 그런(대장동 대출 수사를 무마할)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같은 해 10월25일 〈중앙일보〉는, 이강길이 특별수사팀에 “〈뉴스버스〉 인터뷰 내용이 허위로 보도됐다”라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이 〈중앙일보〉 보도로부터 50여 일 전인 2023년 9월8일, 이진동은 이강길에게 전화를 걸었다. 2021년 10월21일 〈뉴스버스〉 기사에 넣었던 이강길의 발언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진동의 통화 녹음을 들어보니, ‘조우형에게 돈을 준 사실을, 2011년 중수부가 알고 있더라고, 〈뉴스버스〉 기자에게 말한 것이 맞느냐’란 취지의 질문에 이강길은 “응응”이라는 모호한 음성을 남겼으나 부인하지 않았다. 이진동이 다시 “그때 조사를 몇 번 받았느냐”고 물으니 이강길은 “두세 번 한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2023년 9월8일 〈뉴스타파〉 보도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반국가적 범죄… 사형이라도 해야 할 만큼 중대한 범죄”이며 “매우 고의적이고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기획된 선거조작”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이후 본격화된 검찰의 언론 수사 기조와 거의 일치한다. 검찰이 이진동에게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을 보면 그렇다.

“‘서초동 언론심의연구소’ 같았다”

검찰은 영장에 이진동과 김만배가 30여 년 전부터 지인이었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당시 이진동은 〈한국일보〉, 김만배는 그 자매지인 〈일간스포츠〉 기자였다. 2021년 가을, 이진동은 김만배와 두세 차례 통화했다. 그러더니 취재기자에게 대장동 취재를 지시했을 뿐 아니라 관련 자료나 다른 언론사 기사를 〈뉴스버스〉 내부 게시판에 올리기까지 했다고, 검찰은 영장에 썼다.

이런 점들로 미루어볼 때, 검찰은 김만배가 2021년 가을 시점에 ‘대장동 수사’의 방향을 돌리기 위한 음모를 꾸몄고 이에 이진동이 적극 협조한 것으로 보는 듯하다. 심지어 2011년 당시 ‘중수부가 부정 대출 수사를 무마했을 리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이진동에 따르면, 검찰은 〈뉴스버스〉 보도가 다른 언론사들과 비슷한 시점에 나온 점에 주목하며 큰 그림을 그리려 한다. 김만배의 ‘음모’ 배후에 특정 정당이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이진동은 “터무니없는 망상”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같은 언론 그룹에 근무했기 때문에 김만배와 아는 사이긴 하지만 친하지 않았고 교류도 없었다. 그 사람이 가장 뜨거운 이슈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기자로서 그에게 연락해 뭔가 알아내려 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대표기자가 ‘핫’한 기사거리에 대해 기자에게 취재를 지시한 것이 뭐가 이상하단 말인가.”

이진동은 해당 기사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 기록을 바탕으로 관계자들에게 사실 확인까지 거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압수수색을 기사의 흠결 때문이 아니라 검찰의 ‘보복성 정치수사’로 보고 있다. 〈뉴스버스〉는 ‘고발 사주’ ‘이정섭 검사 처남의 마약 혐의에 대한 수사 지체’ 등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곤혹스럽게 만든 특종을 잇달아 내놓은 바 있다. “〈뉴스버스〉의 해당 보도는, 대통령 후보가 과거 공직생활을 제대로 했는지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검증당한 사람이 권력을 잡은 뒤 의혹 제기 언론들을 여론조작이니 공작이니 하며 수사하고 있다. 취재원을 보호해야 하는 기자의 휴대폰을 수사기관이 공공연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경우가 한국 같은 선진국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진동은 과거에도 ‘의도’에 대해 공격받은 적이 있다. TV조선 사회부장 시절인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일련의 기획기사를 주도했다. 당시 ‘태극기부대’는 이진동이 김의겸 당시 〈한겨레〉 기자와 공모해서 ‘탄핵을 설계했’고 그 배후가 윤석열 검사라고 주장하며 ‘체포조’까지 결성했다. 관련 소송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진동과 교류하거나 배후로 활동한 적도 없다’는 취지의 서면 증언을 법정에 내기도 했다.

지난해 9월14일, 〈뉴스타파〉를 압수수색하려는 검찰이 이 언론사 직원들과 대치하고 있다.ⓒ시사IN 조남진
지난해 9월14일, 〈뉴스타파〉를 압수수색하려는 검찰이 이 언론사 직원들과 대치하고 있다.ⓒ시사IN 조남진

포렌식 작업이 끝나면 검찰은 이진동을 불러 취재 및 데스킹 경위를 하나하나 따져 물을 것이다. 그 일을 이미 당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다.

한상진은 지난해 12월13일 검찰에 출두해서 416개의 질문을 받았다. 검사는 취재 과정을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이럴 때 ‘진정한 기자’라면 이렇게 해야 하지 않나요?”라는 식의 질문을 이어갔다. 한상진은 “검찰 수사가 아니라 ‘서초동 언론심의연구소’에 온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씁쓸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취재하면서 ‘수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봐준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수없이 발견했다. 대장동 건만 딱 떼어 수사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조우형은 이후 유죄가 입증되었는데, 이걸 2011년에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은 검찰이 부끄러워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수사 안 했다’고 쓴 언론들을 수사하고 있다.”

한상진은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 청문회 당시 윤 후보의 거짓 증언을 폭로했다가 당시의 여당(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뉴스타파〉의 구독자들이 우수수 떨어져나갔다. 한상진은 그 기사를 쓰면서 회사의 재정 상황에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기사를 썼다. 데스크는 해당 기사를 내보냈다. 이것이 독립언론의 힘이다. 그 보도의 사회적 유용성은 4년이 흐른 지금 더욱 분명해졌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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