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식당은 맛집으로 알려졌으면 해요. 가성비 좋은 맛집이요. 가난하고 어려운 청년을 위한 식당으로만 알려지면 청년들이 오는 걸 부담스러워하거든요. 그냥 그들이 편하고 맛있게 먹고 갈 수 있는 문턱 낮은 식당이었으면 해요.”
식탁을 닦는 이문수 신부 어깨 너머로 구수한 밥 냄새가 넘어온다. 주방에서는 솥째 김치를 볶는 냄새가 매콤하게 풍겨왔다. 오전 11시, 식당 문을 열자 어느새 자리는 만석. 각자 취향에 맞게 라면 사리를 추가하거나 고기 사리를 추가할 수 있다. 메뉴는 김치찌개 하나이지만 밥과 반찬은 무제한이다. 3000원짜리 한 상이라기엔 맛도 양도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다.
이문수 신부가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식당 ‘청년 밥상 문간’을 차린 건 2015년.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난 청년의 소식을 접한 이후다. 성직자로서 충격이 컸다. 주위에 그런 청년들이 많다는 이야기에 고민은 깊어졌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2년의 준비를 거쳐 2017년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로 식당을 열었다.
“처음엔 무료 식당으로 운영할까 생각했어요. 근데 생각해보니 무료인 청년 식당? 저라도 안 갈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목사님이 운영하는 청소년 식당에서 3000원을 받는다니까, 청년들한테도 3000원 정도면 눈치 보지 않고 올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7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모든 청년의 끼니를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는 식당이 된다면, 저희로서는 그거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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