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 '블루클리닝'에서 세탁한 조선소 노동자의 작업복. 쇳가루와 기름으로 얼룩진 작업복이 깨끗하게 변했다. ⓒ시사IN 조남진
경남 거제시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 '블루클리닝'에서 세탁한 조선소 노동자의 작업복. 쇳가루와 기름으로 얼룩진 작업복이 깨끗하게 변했다. ⓒ시사IN 조남진

“기름 묻은 건 애벌빨래를 한번 해줘야 해요.” 2023년 12월2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연초면 오비리에 있는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블루클리닝’에서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선소 하청회사에서 수거해온 박스가 열리자 쇳가루가 묻거나 기름 범벅이 된 작업복들이 먼지를 날리며 쏟아져 나왔다.

2023년 12월27일 오전 작업자들이 인근 조선소 하청회사에서 수거해온 작업복을 옮기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2023년 12월27일 오전 작업자들이 인근 조선소 하청회사에서 수거해온 작업복을 옮기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주인이 바뀌지 않도록 작업복 이름을 꼼꼼히 체크한다. ⓒ시사IN 조남진
주인이 바뀌지 않도록 작업복 이름을 꼼꼼히 체크한다. ⓒ시사IN 조남진

작업복을 주인에게 정확히 보내주기 위해 작업자들이 이름과 수량을 일일이 확인했다. 그런 다음 기름에 오염된 옷가지는 따로 골라내 일일이 솔로 비벼서 기름얼룩을 제거했다.

기름으로 얼룩진 작업복은 솔을 이용해 일일이 지우는 애벌빨래를 한다. ⓒ시사IN 조남진
기름으로 얼룩진 작업복은 솔을 이용해 일일이 지우는 애벌빨래를 한다. ⓒ시사IN 조남진

초대형 세탁기로 옮겨진 작업복들은 70분 동안 세탁한다. 힘찬 물보라로 이물질을 제거한 뒤, 60분간 건조되어 주인에게 돌아갈 채비를 마친다. 수거부터 세탁과 배달에 이르는 전 과정에 드는 비용은 춘추복과 하복이 한 벌에 500원, 동복과 특수복은 한 벌에 1000원이다.

작업자들이 초대형 세탁기에서 세탁을 마친 작업복을 건조기로 옮기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작업자들이 초대형 세탁기에서 세탁을 마친 작업복을 건조기로 옮기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거제시에서 위탁받아 블루클리닝을 운영하고 있는 거제지역자활센터 박신규 팀장은 “가정에서 기름때와 쇳가루로 범벅된 작업복을 가족들의 옷과 함께 세탁하면 건강에도 좋지 않다”라면서 조선소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탁을 마친 작업복은 이름표가 적힌 주머니 위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시사IN 조남진
세탁을 마친 작업복은 이름표가 적힌 주머니 위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시사IN 조남진

2019년 11월 경상남도가 김해시 골든루트 산업단지에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를 처음 열었다. 가정 내 교차 오염을 방지하고 노동자의 복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했다. 이후 거제, 창원, 구미, 울산, 대전, 당진, 광주, 영암, 안산, 시흥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용료도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깨끗이 세탁된 작업복처럼, 2024년 모든 노동자의 일터도 안전하고 화사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기자명 조남진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nmoo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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