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에 대한 팔레스타인 측의 권리를 영구적으로 박탈할 의도를 내비쳤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월6일 미국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난 뒤 누가 가자지구를 통치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이스라엘이 무기한(indefinite period)으로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적인 안보 책임성(overall security responsibility)’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안보 책임성’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하마스의 상상을 뛰어넘는 테러 행위가 자행되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 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전면 점령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가장 가까운 동맹의 경고까지 무시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이스라엘 시민들을 위한 새로운 안보 현실 구축”
가자지구는 서안지구(West Bank)와 함께 팔레스타인의 영토로 국제적 승인을 받은 지역이다. 다만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가자지구는 하마스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두 영토에 대해 ‘복속’ 정책을 펼쳐왔다.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 민간인들의 정착촌(군대가 따라간다)이 잇따라 건설되며 팔레스타인의 영토를 그 내부에서 침식 중이다. 하마스가 지배하는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인 정착촌을 철거하는 대신 이 지역을 완전 봉쇄하면서 스스로 말라죽기를 기대해 왔다.
이러던 와중인 지난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기습 공격해서 민간인 학살까지 자행했다. 이스라엘인 1400여 명이 숨졌다. 이로 인해 전면화된 전쟁의 목표로,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에 대한 안보 책임’을 내건 것이다.
이스라엘이 가지겠다는 ‘안보 책임’의 구체적 의미는 모호하다. ABC 인터뷰에서도 그냥 넘어갔다. 다만 지난 10월 말,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발언을 단서로 그 의미를 추정해볼 수는 있겠다. “(전쟁의 마지막 단계는) 가자지구의 생명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책임성을 끊어내고, 이스라엘 시민들을 위한 새로운 안보 현실을 구축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한 달간 팔레스타인 어린이 4100여 명 사망
한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의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한 달 동안 최소 1만22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 중 4104명은 어린이라고, 가자지구 보건부는 집계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11월6일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가 어린이들의 무덤(graveyard for children)이 되고 있다”라며 인도주의적 휴전(humanitarian ceasefire)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구테레스 총장은 하마스 측에도 “민간인들을 방패로 삼아 이스라엘 영토로 무차별적 로켓 발사를 계속 하고 있다”라며, 인질 석방을 요구했다. 이스라엘 당국에 따르면,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241명을 억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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