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가는 잡히고 있는가? 일단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기준으로 보면 나라별로 천차만별이다. 여기서 CPI는, 가계가 소비하는 물가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기 위한 지수다. 언론에 흔히 거론되는 ‘인플레이션율’은, 지금의 CPI가 지난해 같은 시기의 CPI에 비해 얼마나 변동했는지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의 차이

이 CPI 상승률을 보면, 미국은 지난 5월에 4%까지 내려갔다. 미국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6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유로존의 5월 CPI 상승률은 6%대로 여전히 높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6월1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리면서 비교적 강한 어조로 이후의 인상까지 예고했다. 영국의 해당 지표는 5월에 무려 8.7%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금융정책 당국들이 CPI만큼 중요시하는 생산자물가지수(PPI)의 동향은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PPI는 생산자(예컨대 기업)가 재화 및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구입하는 재화‧서비스의 물가 변동을 측정하기 위한 지수다. 일반 소비자들과 달리 생산자들은 원자재, 중간재, 기계 등 생산재를 매입해야 한다. PPI는 CPI의 선행 지표로 많이 사용된다. 예컨대 기업 처지에서 원자재 물가가 오른다면, 일정한 기간 뒤엔 자사 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의 경우라면 소비자물가 역시 일정한 시차를 두고 떨어질 가능성이 클 것이다.

중국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추이
중국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추이

최근 글로벌 물가 동향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주요국의 생산자물가가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6월22일 발간된 하이투자증권 〈하이 Today’s Chart〉는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PPI 상승률’을 국가별로 집계했다(이전의 가장 높았던 시기를 현재와 대비). 이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3월 11.7%였던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5월엔 1.1%로 하락했다. 유로존은 지난해 8월의 43.4%에서 지난 4월엔 1.0%, 중국은 2021년 10월의 13.5%에서 지난 5월엔 –4.6%까지 폭락했다. 한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 역시 지난해 6월의 10%에서 지난 5월엔 0.6%로 떨어졌다.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

‘하이 Today’s Chart’는 이처럼 “소비자물가보다 생산자물가 둔화 폭이 가파른” 원인을, “경기 둔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안정, 중국 디플레이션 영향, 재고 부담 및 글로벌 공급망 개선” 등으로 분석했다. 기업들 처지에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생산재 수요가 많지 않은 데다 공급망의 점차적 개선으로 필요한 원자재들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생산자물가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글로벌 생산재들의 블랙홀 역할을 해왔던 중국 경제는 올해 초 ‘리오프닝’ 이후 기대만큼 급속히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다 최근엔 심지어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판매처를 상실한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재고를 빨리 털어내지 못하고 있으니 생산재 수요도 그만큼 줄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올해 하반기의 물가와 경기 동향은 어떨까? 〈하이 Today’s Chart〉에 따르면, 생산자물가의 빠른 둔화는 “하반기 소비자물가 안정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공산이 높”지만, “재고 부담, 즉 수요 부진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반길 수”는 없다. 결국 올 하반기 경기의 결정적 변수는 수요다.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하락(생산자물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물가마저 추가 하향 안정되고 수요가 살아난다면 현 생산자물가의 급락 현상이 하반기 경기와 주가에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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