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공동체라디오의 황호완 제작본부장, 장수정 대표, 이창민 편성책임PD(왼쪽부터). ⓒ시사IN 박미소
서대문공동체라디오의 황호완 제작본부장, 장수정 대표, 이창민 편성책임PD(왼쪽부터). ⓒ시사IN 박미소

서대문공동체라디오(서대문FM)는 4월27일 개국한 ‘새내기’ 방송사이다. 장수정 대표(41)·황호완 제작본부장(48)·이창민 편성책임PD(33)가 이 신생 매체를 이끌고 있다.

출발은 2013년 시작한 마을미디어 ‘가재울 라듸오’였다. 가재울은 서울시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있던 마을의 옛 이름으로 가재가 살고 산에 둘러싸인 지역 특성에서 유래했다. '가장자리 동네'라는 뜻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2021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공동체라디오로 신규 허가를 받고 주파수 대역 91.3㎒를 배정받았다. 서울 서대문구 지역에서는 라디오를 91.3㎒로 맞추면 서대문FM을 들을 수 있다. 소출력(10W 이하) 전파를 통해 지역밀착형 방송을 하는 공동체라디오는 전국에 총 27곳이다.

마을미디어인 ‘가재울 라듸오’에서 정규 방송사인 서대문FM으로 전환하면서 바뀐 점을 묻자 “엄청 바빠졌다(웃음)”라는 답이 돌아왔다. 방송법에 따라 공동체라디오는 하루 6시간 이상 방송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가재울 라듸오’ 시절에도 고정 콘텐츠들이 있었지만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 기반이라 상황에 따라 업로드 일정을 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대문FM은 매일 실시간으로 방송이 전파를 타야 한다. 청취자인 서대문구 주민들과 약속 혹은 결속이 더 강해졌다고 할 수 있다(이창민 PD).”

서대문FM 건물 3층의 라디오 스튜디오. 이곳에서 주민들이 직접 라디오 방송을 한다. ⓒ시사IN 박미소
서대문FM 건물 3층의 라디오 스튜디오. 이곳에서 주민들이 직접 라디오 방송을 한다. ⓒ시사IN 박미소

서대문FM 방송 편성표는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빼곡하게 차 있다. DJ는 대부분 라디오 진행을 희망한 서대문구 주민들이다. ‘줌인서대문’은 그 주의 지역 이슈와 구의회 의정활동 모니터링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천충사랑인’은 서대문구 천연동·충현동 주민들이, ‘홍삼라디오’는 홍제3동 주민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재울 잉글리시’는 지역의 영어 선생님이 생활 영어를 알려주는 10분짜리 코너이다. ‘아름다운 우리풀꽃, 홍제천의 풀꽃들’에서는 서대문구를 흐르는 개천 홍제천변에 그 시기 피어 있는 꽃들을 하나씩 배운다. 육아 고민과 정보를 나누는 ‘우리 아기 잠든 사이’는 실제로 밤 10시부터 전파를 탄다.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찾아 들을 수 있다. 재방송 비중을 낮추고 현재 25개인 프로그램을 조만간 40개로 늘릴 계획이다.

방송사 1층에는 ‘건설에 함께해주신 분들’의 이름이 적힌 현판이 걸려 있다. 서대문FM은 지역 주민들의 모금을 받아 주민자산화라는 형태로 서울시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4층 건물을 지었다. 부지 물색부터 건물 설계, 준공까지 주민들과 함께 꾸린 자산화 위원회가 참여했다. 3~4층은 방송사 사무실과 라디오 스튜디오로, 1층은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쓰인다. 장수정 대표는 “서대문FM의 역할은 단순히 미디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의 구심점으로서 공동체성을 쌓아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대문FM 건물 1층에 걸려 있는 현판. ⓒ시사IN 박미소
서대문FM 건물 1층에 걸려 있는 현판. ⓒ시사IN 박미소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공동체라디오의 의미는 무엇일까? “2019년 고성 산불 때, 산불 규모에 비해 인명 피해가 적었던 이유는 지역 공동체성이 살아 있기 때문이라는 재난 전문가의 말을 들은 적 있다. 그동안 ‘재해’는 서울 밖의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인왕산 산불을 보면 재난은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럴 때 주민들에게 필수적인 정보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곳이 공동체라디오다(황호완 본부장).”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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