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 구도심에는 1963년에 문을 연 오래된 극장 건물이 하나 있다. 아카데미극장. 전국에 몇 남지 않은 단관 극장으로 그동안 원주시 문화재생사업의 거점으로 운영되던 곳이다. 1960년대 한국 극장 건축의 미학이 남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곳이 최근 철거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취임한 원강수 원주시장이 이곳을 허물고 야외공연장과 주차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원주시가 주장하는 극장 철거 논리는 안전이다. 건물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이라 철거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약 5억원을 들이면 보수가 가능하며, 이미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으로 선정되어 30억원 지원도 가능한 상황이다. 리모델링 후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등록도 할 수 있다. 각종 지원금을 포기하면서까지 원주시는 철거를 밀어붙이고 있다.
시민들이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 2월 결성한 '아카데미의 친구들'(사진 왼쪽부터 신동화·오현택·박지혜 공동 수호대장)은 원주시민 250여 명이 모인 시민단체다. 이들 외에도 80여 개 시민단체가 아카데미극장 철거 반대에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5월11일 기자회견에서 “극장 보존과 철거라는, 극단적인 주민 대결과 반목 조장을 중단하고 토론과 조정을 통해 화합의 방안을 만들라”고 요구했다.
아카데미극장 철거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철거 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다.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고 원강수 시장과 원주시가 독선적으로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나 정책 토론회, 의견 수렴 절차가 없이 시장 마음대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태도에 화가 났다(박지혜).” “시에서 임명한 문화도시 위원장이 우리와 만난 자리에서 ‘문화는 방에서 할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시는 철거 반대 여론을 소수로 여기고 있다(오현택).”
극장에 대한 논쟁은 곧 도시의 미래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진다. 원강수 시장 체제에서 원주시는 자동차와 도로, 주차장 위주의 도시를 중시한다. 반면 아카데미극장 철거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생태계, 원주라는 도시만의 문화적 자산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아카데미극장을 지키는 의미에 대해 신동화 수호대장은 이렇게 말했다. “부족한 문화 인프라는 지방 도시에서 청년인구가 유출되는 주된 이유다. 지역마다 청년세대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극장을 없애고 문화·예술 생태계를 말살시키는 것이 청년을 위한 정책인지 의문이다. 이대로 묵인했을 때 이 도시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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