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13일 손준성 공직선거법 위반 등 8차 공판
지난 공판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공소장 변경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한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공수처에 ‘공소장을 다시 다듬어 변경 신청을 해달라’는 결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김옥곤 부장판사(이하 재판장):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변경된 공소 사실이 법관에게 예단을 심어줘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공소장 일본주의(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하나만 법원에 제출하고 재판부에 선입견을 주는 다른 서류나 증거물은 첨부하거나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위반될 부분이 좀 있다. 변호인의 주장과 재판부의 의견을 반영하여 (공수처에서) 재차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되, 공소장 일본주의를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해달라는 게 재판부의 취지다.
이날 오전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던 이서준 JTBC 기자는 출석하지 않았다. 이 기자는 1·2차 고발장을 보낸 메시지에 달려 있던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이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라는 사실을 2021년 9월13일에 최초 보도한 기자다. 공수처는 보도 영상을 증거로 신청했지만, 변호인 측은 해당 영상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기자가 재판에 나와서 신문에 응해야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재판장:이서준 증인은 ‘기자가 법원에 출석하는 게 관례화가 될까 봐 꺼려진다’는 취지로 불출석 경위서를 냈고 (앞으로도) 안 나오겠다는 거 같은데.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계획을) 유지해야 하나? (보도) 영상 자체도 계속 부동의하는 건가?
변호인:그렇다. 영상 자체도 이해하기 어렵다.
재판장:기자들을 계속 증인으로 부르는 게 적합한가 의문이 드는데. 아무튼 영상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하니까 증인으로 소환하기로 하겠다.
오후에는 지 아무개씨(이른바 ‘제보자 X’)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씨는 신라젠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의 지인으로, 그를 대신해 채널A 소속 이 아무개 기자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이 기자는 “유시민을 한번 쳤으면 좋겠다. 유시민 치면 검찰에서도 좋아할 거다” 등의 말로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에 대한 비리 사실을 진술하라고 설득했다. 이 기자는 또 자신이 “윤석열 한 칸 띄고 최측근 이렇게 치면 나오는 그 사람(한동훈 당시 부산고등검찰청 차장검사)”과 통화했다며 녹음된 통화 음성을 들려주기도 했다.
지씨는 이 사실을 MBC에 제보해 2020년 3월31일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이 알려졌다. 강요 미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은 이 기자는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지씨는 수사가 부족해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며 검찰이 검언 유착 의혹을 덮기 위해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사건을 제보한 지 사흘 만인 2020년 4월3일 ‘손준성 보냄’으로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전달된 메시지에는 “제보자 X는 지OO임”이라는 문자와, 지 아무개씨의 실명이 적힌 판결문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명 판결문은 사건 당사자 외에는 현직 판사와 검사만 열람·출력할 수 있다.
증인신문이 이루어진 세 시간 동안 지씨는 변호인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고, 목소리를 높이며 언쟁을 하기도 했다. 때로 판사가 나서 둘 사이를 중재했다.
변호인:증인의 (실명) 판결문이 어떤 경위로 첨부된 건지 아는 바 있나?
증인(‘제보자 X’ 지 아무개):나는 알 수 없다.
변호인:판결문이 어떤 내용인가?
증인:아시는 내용 그대로다.
변호인:그렇게 답변하면 안 된다.
증인:여기서 답변하면 또 내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느냐. ‘손준성 보냄’(으로 보내진 메시지)에 있는 판결문 그 내용 그대로다.
재판장:증인이 내용을 밝히기 싫어하는 거 같으니 넘어가자.
변호인:통화 녹취서 보니까 증인은 이 아무개 전 채널A 기자에게 “그럼 검찰에게 교감이 있어서 (이런 제안을) 하는 건지”라고 말했다. 증인이 먼저 검찰과의 교감을 이야기했는데.
증인:제 경험상 이런 법조 출입기자가 브로커 역할도 하고, 변호사를 소개하기도 하더라. 처음에는 이 전 기자를 기자로 보지 않고 브로커나 사기꾼으로 봐서 그런 질문을 했다.
변호인:법조 브로커나 사기꾼이 맞는지 확인도 안 됐는데 ‘검찰과의 교감’을 물어볼 이유가 있나?
증인:법조 브로커니까 더더욱 검찰과의 교감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변호인:(이 전 기자가) 수사가 원칙적으로 진행될 거라고 했고 총선에 관심이 없다고 했는데도 증인은 MBC와 접촉했다.
증인:읽고 싶은 내용만 질문하시는데, 이 전 기자는 “가족을 지키겠냐, 돈을 지키겠냐”(는 식의) 본인 선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없는 내용을 말했다.
변호인:편지와 통화, 만남에서 총선 개입 목적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총선 개입을 언급한 이유는?
증인:총선 직전에 유시민 작가가 포토라인에 서면 불 보듯 뻔한 거 아닌가. 여태까지 검찰은 그래왔다.
변호인:언론사 취재 윤리 위반 사건을 검찰과 언론의 유착 프레임으로 몰고 간 거 아닌가?
증인: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기 전에 부산고검에서 한동훈 검사를 만나지 않았나. 그 자리에서도 신라젠, 유시민이 언급된다.
변호인:3차 만남 때 한동훈 검사 목소리 녹음 파일을 얼마나 들었나?
증인:제 기억에는 15초인데 이 전 기자는 7초라고 하더라.
변호인:들었을 때 한동훈 검사 목소리라고 생각했다는 건가?
증인:전날 한동훈 검사 목소리를 여러 번 듣고 갔다. 지금도 뒤에서 얘기하면 한동훈 검사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안 되겠지. 그러려면 한동훈 검사 휴대전화를 까야 하는데.
변호인:채널A 사건 재판 결과 알고 있나? 한동훈 검사 불기소, 이 전 기자 무죄 확정.
증인:알고 있다.
변호인:1·2심 판결 내용이 증인 주장과 너무 다른데.
증인:한동훈 검사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안 알려주지 않았나. 그래서 수사가 미진했던 거 아닌가.
변호인:채널A 사건이 피고인(손준성)과 관련이 있다고 보나.
증인:채널A와 검찰이 총선에 개입하려다 걸려서 프레임을 짜 고발 사주를 일으키고….
변호인:고발 사주 말고 채널A 사건과의 연관성을 묻는 거다.
증인:고발 사주 고발장에 채널A가 나온다.
변호인:그거 말고….
재판장:거기까지 하자. 증인은 증인 입장을 이야기한 것 같다. 주요 쟁점과 어긋난 걸로 신문 시간이 길어지는 건 부적절하다. 앞으로 이 점 고려해서 주신문과 반대신문을 준비해달라.
다음 공판은 2주 뒤인 3월27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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