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AP Photo

올해 1월 미국 인플레이션율(지난해 같은 달 대비)은 6.4%로 나타났다(2월14일 발표). 2022년 1월 물가가 100이었다면, 2023년 1월엔 106.4라는 의미다. 물가가 여전히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다만 ‘오르는 폭’이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다. 지난해 6월 9.1%에 달했던 인플레율이 7개월 동안 연속적으로 떨어져 6.4%에 이르게 되었다. 다만 지난해 12월 인플레율이 6.5%였던 것을 감안하면 ‘떨어지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우려(6.4%로 고작 0.1%포인트 하락했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난달 대비’로 보면, 1월의 물가는 한 달 전인 2022년 12월에 비해 오히려 0.5% 올랐다.

1월의 물가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는 ‘서비스 인플레율’로 보인다. 무려 7.6%다. ‘서비스 물가’는 ‘재화(goods) 물가’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의료비, 식당 음식값, 보험료, 숙박비, 임대료(주거비의 한 요소) 등을 포함한다. 특히 임대료(rent)는 서비스 물가 계산에서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임대료 인상률은 지난해 초 4~5%대에서 계속 상승한 끝에 이번 1월엔 7.9%에 이르렀다. 임대료 인상이 서비스 물가, 나아가 전체 인플레율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1월 인플레율 추이를 정리하자면,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로는 매우 근소하게 떨어졌으나 ‘지난달 대비’로는 오히려 올랐다. 이런 가운데 서비스 인플레율이 상승세다. 연준은 0.75%포인트씩 올리던 기준금리 인상 폭을 지난 1월 말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로 줄였다. 1월 인플레율이 ‘물가 인상 추이가 진정되고 있다’고 확신할 정도로 떨어졌다면 오는 3월과 5월 FOMC의 금리 인상 폭도 0.25%포인트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을 터이다. 그러나 물가 추이 자체가 매우 불투명해졌으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 폭을 0.5%포인트 이상으로 확대할지도 모른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가장 영향력이 큰 비관론자는 연준이다. 최근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해 가을부터 급격한 오름세를 탄 서비스 물가를 ‘주적(主敵)’으로 거론한다. 서비스 물가에 초점을 맞추면 실업률을 크게 높여야 할 필요성이 더 커진다. 연준은 임금 상승을 인플레의 주된 요인으로 보는데, 서비스 업체는 특성상 비용 가운데서 임금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1월 고용지표에 따르면, 미국 노동시장은 매우 ‘타이트(tight:노동 공급이 수요보다 작아 임금이 오르는 상황)’한 상태로, 실업률이 1969년 이후 최저다. 서비스 인플레를 잡으려면, 실업률 상승으로 임금수준이 내려갈 때까지 금리를 올려야 한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최근 CNBC와 한 인터뷰에서 ‘최근의 인플레 하락 추이는 일시적 요인(transitory factors) 덕분’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유가나 중고차 가격 하락 같은 일시적 요인 때문에 인플레율이 ‘실제’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서머스는 인터뷰에서 “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와의 싸움을 너무 일찍 중단하면” “가장 큰 비극이 닥쳐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관론자 가운데 일부는 연준이 긴축을 완화하는 경우 미국 인플레율이 올해 중반 4~5%대까지 내려간 뒤 그 수준에 고착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인플레 목표치(2%)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총수요 이외에도 미국과 중국 경제의 분리, 녹색에너지 전환(그린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원자재 수요 증가 및 규제 강화 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인상) 등 ‘근본적 추세’가 높은 인플레율을 일상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모하메드 엘에리안 케임브리지 대학 퀸스칼리지 총장은 〈블룸버그〉(1월20일)와 한 인터뷰에서 “올해 중반 인플레이션이 4%대로 고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학 교수,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 대학 석좌교수 등 낙관론자들의 생각은 180° 다르다. 크루그먼은 1월31일자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물가가 2022년 중반까지 인상되었지만 (그 이후엔) 오를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라고 단언한다. 근거는 2021년 초부터 2022년 사이의 인플레율을 6개월 단위(‘지난해 말’이나 ‘지난달’ 대비가 아니라)로 계산한 수치들이다. 이 인플레율은 2022년 7월에 10%를 넘어선 이후 급속히 떨어지다가 연말엔 2%(연준의 인플레 목표치)에 근접한다. 측정 방법에 따라 인플레율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 교수.ⓒEPA

측정법에 따라 달라지는 인플레율

크루그먼은 공식 인플레율이 ‘실제’보다 훨씬 높게 추산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임대료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기존 임대료와 신규 임대료를 함께 계산해 ‘임대료’ 지표를 산정한다. 그래서 신규 임대료가 떨어져도 그 낙폭이 공식 지표에 나타나는 것은 무려 1년 정도 지나서다. 미국의 신규 임대료는 지난해 초중반부터 이미 크게 하락했지만 그동안의 물가지표엔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임대료가 인플레율 산정에 미치는 영향이 압도적으로 큰 만큼 ‘지금’의 인플레율은 ‘실제’보다 훨씬 높게 계산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크루그먼은 “저변의(underlying) 인플레율은 실제로 상당히 떨어졌다고 말하고 싶”으며 “인플레 상승이 완전히 끝났다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우리가 큰 경제적 고통 없이 물가안정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경제적 고통’은 대량 실업이다. 연준과 달리 크루그먼은 대량 실업 없이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왜 그런가? 이미 수개월 전부터 미국의 임금상승률이 팬데믹 이전의 낮은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우려(임금 상승→인플레 격화)와 반대로 이미 임금상승률이 떨어지고 있다면, 일부러 금리를 올려 실업률을 높일 필요 역시 없다. 크루그먼이 임금상승률 추정의 기준으로 삼은 지표는 고용비용지수(ECI·Employment Cost Index:급여뿐 아니라 유급휴가·사회보장비 등 기업이 고용에 지출하는 비용의 변동을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다. 크루그먼은 1월13일자 칼럼에서도 “경기 냉각(cooling)이 실업률의 큰 상승 없는 인플레 급속 하락을 의미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은 뒤 “적어도 지금까지 볼 때는 예스(yes)다”라고 답한다.

스티글리츠도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문(1월26일)에서 “인플레의 극적 하락”을 긍정한다. 그에 따르면 2021~2022년 인플레의 원인은 “(총수요 과잉이라기보다 팬데믹에 따른) 공급 측면의 혼란과 수요 패턴의 변화”다. 이후 공급사슬(supply chain)이 점차 복구되면서(기업의 생산과 유통이 회복되면서) 인플레 역시 진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금리 인상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 공급 부족을 해소해야 인플레를 낮출 수 있는데, 금리 인상은 기업의 비용을 높여 공급 증가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또한 임대료 등 주거비를 낮추려면 더 많은 주택 공급이 필요한데, 연준은 금리 인상으로 주택 건설을 축소시켜 인플레를 심화하고 있다.

연준이 가장 우려하는 ‘임금 인상→물가 인상’의 악순환에 대해서도 “임금상승률이 물가인상률보다 오히려 낮게 나타나고 있다”라며, 스티글리츠는 파월을 이렇게 조롱한다. “경기를 심하게 침체시키면 인플레를 확실히 잡을 수 있긴 하다. 그렇다고 경기침체를 초래해야 하나? 파월 의장과 그 동료들은 경제에 반(反)하는 환호를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기자명 이종태 선임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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