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발레뤼드 교수는 “학교가 문을 닫을 경우 미래에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라고 말했다. ⓒ시사IN 김연희

헬레나 스발레뤼드 웁살라 대학 교수(노동경제학)

스웨덴은 팬데믹 기간에 16세 이하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의 문을 닫지 않았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lower secondary school)에서 대면 수업이 계속되었다. 대신 고등학교(upper secondary school), 대학교, 성인 교육은 전면 원격 수업으로 전환했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유행 상황에 따라 학교 문이 닫혔다 열리길 반복했던 것과는 다른 선택이다. 왜 스웨덴 사람들은 흔들림 없이 줄곧 학교 문을 열었을까? 코로나 위원회에서 팬데믹 기간 교육·학교 정책 조사에 참여했던 헬레나 스발레뤼드 웁살라 대학 교수(노동경제학)를 9월21일 스톡홀름 시내에서 만났다.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묻고 싶다. 스웨덴은 팬데믹 기간에 왜 학교 문을 닫지 않았나?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스웨덴 사회에서는 등교는 중요하며 학교가 문을 닫을 경우 미래에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배움 면에서도, 보육 면에서도 그렇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자녀를 학교에 보내야 부모도 일터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보건의료계 종사자들이 필수 인력이었는데 학교가 문을 닫아 아이들이 집에 머무른다면 그들도 출근을 할 수가 없다.

16세 이하 학생들이 다니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의 문을 닫지 않는다는 결정은 어린아이들이 어른에 비해 코로나19 감염력·전파력이 낮다는 연구들을 근거로 내려졌다. 아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곳은 대부분 학교가 아니라 가정이라는 것을 여러 연구가 보여주었다(2022년 오미크론이 출현하며 전파 양상이 달라졌지만, 그전까지는 어린이들이 코로나19에 덜 걸리고, 덜 전파시킨다는 것이 의학계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합의된 사안이었다).

학교 문을 닫으면 등교를 할 때보다 바이러스가 덜 전파돼 유행이 조금 더 통제되는 이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다른 한편에서는 극심한 비용을 초래한다. 학교 교육에 제약이 가해지는 건 특히 (부모의 경제력 등에서) 불리한 배경에 있는 아이들을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몬다.

코로나19 유행이 심할 때에도 등교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 학부모들의 반대는 없었나? 자녀가 감염될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 걱정스러울 텐데.

스웨덴 공중보건청에서는 유행 초기부터 코로나19가 고령층, 특히 70세 이상에게는 매우 위험하지만 아이들의 건강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렸다. 공중보건청은 시민들의 두려움을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래서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히지는 않았다. 자녀의 등교를 꺼리는 가정이 일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스웨덴에서 무단으로 등교를 거부하는 것은 불법이다. 법에 따라 경찰이 집으로 찾아간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을 이유로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는 가정이 있으면 부모가 재고하도록 학교에서 설득했다. 상대적으로 큰 불만은 교사들 사이에서 나왔다. 실제로 많은 교사들이 코로나19에 걸렸고 아픈 사람들도 생겼다.

학생이 코로나19에 걸리면 어떻게 되나?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오면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집에 머물러야 한다. 그러나 2020년 봄에는 진단키트 등이 부족했기 때문에 코로나19 검사를 받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검사 대상자는 아주 증상이 심한 사람들로 한정되었는데, 아이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어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니 거의 검사를 받지 않았다. 2020년에는 가족 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겼어도 본인이 아픈 곳이 없다면 (코로나19에 걸렸는지는 모르지만) 학교에 갈 수 있었다. 그러나 2021년부터는 가족 내에 감염자가 나오면 등교를 자제해달라는 권고가 나왔다.

코로나19에 확진돼 아이가 등교를 못하게 되면 누가 돌보나?

만약 자녀가 아파서 집에 있게 되면 부모도 출근하지 않을 수 있다. 그 기간에는 정부의 사회보장제도에 따라 부모의 임금이 보장된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전부터 시행되던 제도이다. 줄여서 VAB (Vård av Barn·자녀돌봄휴가)라고 부른다.

9월23일 스웨덴의 한 초등학교. 학교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시사IN 김연희

팬데믹은 스웨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나?

나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학생들의 ‘정신 건강’과 관련한 연구를 했다. 계속 등교한 중학교 학생들과 원격 수업을 받은 고등학교 학생들이 상담소를 찾는 횟수를 비교했는데, 두 집단 간에 의미 있는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변화가 있는지도 알아보기 어렵다. 스웨덴에서는 9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한 번씩 공통 시험을 치른다(대입 시험과는 다르다). 그런데 좁은 교실에 학생들이 밀집해서 시험을 보기 때문에 2020년과 2021년에는 이 공통 시험이 시행되지 않았다. 아직은 학생들에게 가해진 코로나19의 영향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코로나 위원회는 2021년 10월 발표된 2차 보고서에서 ‘원격 학습의 영향’을 다뤘다. 코로나 위원회는 원격 수업의 접근성은 좋은 편이었지만, 직업교육에서 실습 등 일부 과정이 지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일부 학생에게는 원격 학습이 적합했지만 전부는 아니었으며 신경정신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팬데믹 기간에 스웨덴 교육 시스템이 덜 공평하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 대응 면에서 스웨덴 정부의 학교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학교 문을 열어두는 건 옳은 결정이었다. 아마 아직은 알 수 없는 장기적 영향이 있을 것이다. 다만 코로나 위원회는 스웨덴의 초기 대응이 너무 늦었다고 지적하는데 나도 이 시각에 동의한다. 2020년 2월 이탈리아에서 대규모 감염이 발생했을 때, 스웨덴 공중보건청은 스웨덴에서는 그런 위험이 없을 거라고 했다. 매우 이상한 일이다. 

물론 지금 아는 것들을 2020년 2월이나 3월에는 알 수 없었지만, 그때로 돌아간다면 유행 초기에 한해 예방조치로 중학교 문을 잠시 닫았다가 곧 다시 여는 결정을 내렸을 것 같다. 그러면 당시 급격한 확산세도 다소 늦추고 교사들도 보호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초등학교와 유치원은 여전히 닫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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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스톡홀름·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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