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패닉 바잉’하던 2030 고금리에 패닉”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띄었다. 8월2일 한국부동산원 발표를 인용하며, 지난해 ‘패닉 바잉’ 열풍을 주도했던 20·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젊은 층일수록 타격이 크다고도 덧붙였다.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자가 소유가 안정적인 삶을 의미하는 사회에서 집은 많은 시민에게 ‘영혼까지 끌어모아야 하는’ 욕망의 대상이 되었다. 패닉 ‘바잉’할 수 있는 20·30대도 전체 청년의 일부일 테지만, 집을 살 때도 사고 난 이후에도 ‘패닉’이 반복된다면 부동산 소유를 향한 각자도생 전략이 정답일까? 이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저자는 ‘투기’가 결코 특정 소수의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지금껏 한국 사회에서 ‘내 집’이 생활 터전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배타적 생계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한국의 도시 중산층은 어찌하여 자가 소유권을 맹목적으로 좇는 사람들이 되었을까?”

책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197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집의 공급과 소유, 분배를 둘러싼 역사적 경로를 추적한다. 저자는 1970~1980년대 민간 자원을 동원하며 이뤄졌던 주택공급의 편익이 어떤 계층에 분배되었는지를 분석한다. ‘무주택자’들의 집을 둘러싼 쟁투가 주거 생존권, 소유의 평등 등 ‘주거 민주화’ 요구에서 어떻게 ‘자가 소유의 욕망’으로 이전해왔는지도 보여준다.

너도나도 주택 투기에 뛰어들어 주거 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거의 불가능해진 지금, 이 책은 왜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지를 짚는다. 필요한 대안을 내놓기 위해선 ‘생존과 투기 사이에서’라는 책의 부제가 보여주듯 집을 둘러싼 복잡한 욕망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자명 이은기 기자 다른기사 보기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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