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언론과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은 무엇일까? ‘재기’ ‘열정’ ‘신선함’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그러나 현실에서 대학 언론과 제일 빈번하게 연결되는 말은 ‘위기’이다. 독자들의 관심은 식어가고, 학보사 문을 두드리는 신입 기자들은 줄어든다. 학교 당국으로부터의 편집권 독립이라는 해묵은 딜레마도 여전히 건재하다.

제13회 〈시사IN〉 대학기자상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응모작이 접수됐다. 3년째 심사에 참여하는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올해 출품작 수준이 높아져 상당히 놀랐다”라고 말했다. 어둠이 짙기에 대학 언론의 존재 이유를 묻고 또 물으며 길을 찾아가는 대학 언론인들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지도 모른다.

〈시사IN〉 대학기자상은 총 3차례 심사를 거친다. 1차 심사에서는 〈시사IN〉 편집국 구성원들이 7개 조로 나뉘어 응모작 288편을 모두 검토했다. 2차 심사에서는 팀장급 기자들이 응모작을 평가해 최종 심사에 올라갈 17편을 추렸다. 최종 심사에는 〈시사IN〉 이종태 편집국장과 외부 언론계 인사 4인이 참여해 수상작 6편을 선정했다. 이 자리를 빌려 각자의 매체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지원자들에게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뉴커런츠상을 공동 수상한 〈광운대신문〉의 이은서·김동찬·구동현 기자(왼쪽부터).ⓒ김흥구

■ 뉴커런츠상

묵시적 면죄부, 윤창호법

〈광운대신문〉(데이터저널리즘팀·KDT): 김동찬, 구동현, 이은서

2018년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윤창호법’이 도입되었다. 그로부터 3년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사고를 줄이는 데 효과를 발휘하고 있을까? 〈광운대신문〉은 데이터 저널리즘 기법을 통해 ‘윤창호법’의 실효성을 따졌다.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분석시스템을 뒤져 음주운전 사고 관련 데이터 9만1622개를 확보했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대법원 판결문 424건을 입수해 윤창호법 시행 전후로 가해자에 대한 판결 내용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비교 분석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하는 김동찬(15학번), 구동현(17학번), 이은서(20학번) 기자가 학보사 내에 광운대 데이터저널리즘팀을 꾸려 이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2021년 6월 본격적인 취재에 착수한 뒤 이들은 곧 깨달았다. 데이터저널리즘이란 지난한 수작업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확보한 판결문 424건을 모두 읽고 일일이 정보를 분류했다. 세 명이 나눠서 해도 밤을 지새워야 하는 일이었다. 김동찬 기자가 보여준 엑셀 시트에는 사건 발생일, 판결 선고일, 징역 기간, 혈중 알코올 농도, 음주운전 전력 등의 기준에 따라 424개 판결의 세부 정보가 빼곡히 담겨 있었다.

모래알처럼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진주알을 발견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하루 차이로 벌어진 두 건의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 0.116%, 인명 피해 1명으로 동일.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징역 6년과 징역 1년6개월(집행유예 3년)로 판이하게 달랐다. 법원이나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음주운전 사건이라도 윤창호법이 아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운대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이 두 사례를 비교해 음주운전 형사처벌 제도에 허점이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혀냈다.

완성도 높은 인터랙티브 페이지와 깊이 있는 보도는 심사 과정 내내 놀라움을 샀다. 더 놀라운 점은 세 기자 모두 온라인 페이지를 제작하고 데이터저널리즘 기법으로 기사를 쓰는 게 처음이라는 사실이다. 비결을 묻자 뉴커런츠상 공동 수상작인 〈포브〉가 언급돼 또 한 번 놀랐다. 2020년 〈포브〉의 ‘유령집회’ 기획을 접한 뒤 〈포브〉에 연락을 했고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여러모로 예상을 뛰어넘는 팀이었다.

※수상작 보러가기: https://www.newkdt.com/

[제13회 대학기자상]

*대상: 학교가 사라졌다, 동네가 무너졌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07

*취재보도 부문: 학생들은 여전히 '비싼' 기숙사비를 낸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11

*방송영상 부문: 청소노동자의 파업, 이후 7년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12

*뉴커런츠 부문 ①: 판결문 424개로 들여다본 음주운전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10

*뉴커런츠 부문 ②: 죽음 이후에도 '차별'은 이어진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09

*특별상 부문: "모두가 떠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13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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