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언론과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은 무엇일까? ‘재기’ ‘열정’ ‘신선함’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그러나 현실에서 대학 언론과 제일 빈번하게 연결되는 말은 ‘위기’이다. 독자들의 관심은 식어가고, 학보사 문을 두드리는 신입 기자들은 줄어든다. 학교 당국으로부터의 편집권 독립이라는 해묵은 딜레마도 여전히 건재하다.

제13회 〈시사IN〉 대학기자상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응모작이 접수됐다. 3년째 심사에 참여하는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올해 출품작 수준이 높아져 상당히 놀랐다”라고 말했다. 어둠이 짙기에 대학 언론의 존재 이유를 묻고 또 물으며 길을 찾아가는 대학 언론인들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지도 모른다.

〈시사IN〉 대학기자상은 총 3차례 심사를 거친다. 1차 심사에서는 〈시사IN〉 편집국 구성원들이 7개 조로 나뉘어 응모작 288편을 모두 검토했다. 2차 심사에서는 팀장급 기자들이 응모작을 평가해 최종 심사에 올라갈 17편을 추렸다. 최종 심사에는 〈시사IN〉 이종태 편집국장과 외부 언론계 인사 4인이 참여해 수상작 6편을 선정했다. 이 자리를 빌려 각자의 매체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지원자들에게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취재보도 부문을 수상한 〈서강학보〉의 주현우 기자.ⓒ시사IN 윤무영

■ 취재보도 부문 수상

유한회사 대출 갈아타기로 민자사업 투자금 상환 완료

〈서강학보〉: 주현우

학교 내에 위치한 식당 사장님과의 대화가 단서였다. 서강대학교는 2007년 민간 자산운용사에서 투자금 410억원을 유치해 민자사업으로 기숙사와 학내 부대시설을 건설했다. 20년간 투자금을 상환하고 영업수익을 보장해주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사장님 말에 따르면 학교가 이미 민간 자산운용사에 투자금을 모두 갚았다는 것이다. 학교 예산 대부분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채워짐에도 학생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소식이었다.

주현우(물리학과 16학번) 기자는 민자사업을 위해 학교가 설립한 ‘서강국제학사 유한회사’에 이 사실을 문의했다. 그러나 유한회사는 “운영·재정에 관한 부분은 실시협약 및 대출약정 계약상 비밀유지 사항이므로 답변하기 어렵다”라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조각난 정보들을 하나씩 수집해가는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 학교가 거래하는 은행, 익명의 학교 관계자를 접촉했다. 난색을 표하는 취재원들을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그렇게 모은 정보의 퍼즐들을 꿰맞추자 큰 그림이 드러났다. 학교는 몇 년 전, 저리의 은행 대출을 받아 민자사업에 참여한 민간 자산운용사에 투자금을 모두 상환한 상태였다. 그러나 학교가 절감한 비용은 학생들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학생들은 여전히 주변 원룸 월세와 비슷한 수준의 높은 기숙사비를 부담하고 있었다.

학교 당국으로서는 따끔할 만한 보도. 기사가 나간 이후 어떤 반응이 있었을까? 주현우 기자는 “학교 측은 무시로 일관하는 것 같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주변 지인들 정도만 기사를 읽었다. 그래서 의기소침한 상태였는데 그 와중에 〈시사IN〉 대학기자상 수상 연락을 받았다”라며 희미하게 웃었다.

학교도 학생들도 학보사에 관심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아니 그럴수록 주현우 기자는 학보사가 학생 사회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한다. “여러 대학교가 수년째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을 이어주는 구심점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당국을 감시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을 요구할 수 있는 곳은 학보사뿐이다.” 주현우 기자는 총장 선출 논란을 취재해 제12회 〈시사IN〉 특별상을 수상했던 ‘서강대 언론사협의체’에서도 활동했다. 2회 연속 수상이다.

 

■ 취재보도 부문 심사평

고난도의 취재인데 뛰어난 기자 역량 발휘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

취재보도는 가장 치열한 부문이다. 이번에도 총 응모작 288편 가운데 218편이 취재보도 부문에 몰렸다. 2차 심사에도 40편 중 24편, 최종 심사에도 17편 중 8편이 취재보도 부문이었고, 결국 대상도 이 부문에서 배출됐다.

심사위원들은 기성 언론에 게재돼도 전혀 손색없을 만큼 훌륭한 기사가 취재보도 부문에 많았다고 평가했다. 고심 끝에 심사위원들은 〈서강학보〉 주현우 기자의 ‘민자사업’ 기사를 이 부문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이 기사는 무엇보다 기자의 역량과 취재에 대한 집념이 돋보였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대학의 민자사업은 학교 당국은 돈 한 푼 안 들이고 건물을 지을 수 있고, 투자자는 위험부담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투자금 상환 부담은 높은 기숙사비와 시설 이용료 등으로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된다. 이런 구조이기에 학교 측과 사업시행사를 대상으로 한 취재는 막힐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양측은 비밀유지에 합의까지 했으니 취재는 더욱더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 기자는 교육부와 은행, 민자시설 상인회 등을 대상으로 어렵지만 우회적 취재를 통해 학교 측의 상환 현황과 민자사업 구조의 문제점 등 사안의 총체적 진실에 접근했다. 대학 언론 기자가 감당하기에는 고난도의 취재임에도 뛰어난 기자 역량을 발휘해 심사위원들로부터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민자사업 문제는 비단 서강대뿐 아니라 많은 대학이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학생들이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그 손실을 학교 측이 민자사업자에게 등록금으로 메워주고 있다는 점도 이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학생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보편적 사안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문제의식과 뛰어난 취재 역량으로 훌륭한 기사를 완성했다.

※수상작 보러가기: https://sgunews.sogang.ac.kr/front/cmsboardview.do?siteId=sgunews&bbsConfigFK=3606&pkid=875668

[제13회 대학기자상]

*대상: 학교가 사라졌다, 동네가 무너졌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07

*취재보도 부문: 학생들은 여전히 '비싼' 기숙사비를 낸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11

*방송영상 부문: 청소노동자의 파업, 이후 7년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12

*뉴커런츠 부문 ①: 판결문 424개로 들여다본 음주운전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10

*뉴커런츠 부문 ②: 죽음 이후에도 '차별'은 이어진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09

*특별상 부문: "모두가 떠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13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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