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새누리당은 어떻게 매번 선거에서 이길까


‘윤상현’ 막말 구출 작전?


여야 양당 구도에서 대구·경북, 야당에 쏠렸다


바둑보다 복잡한 정치

 

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라 부르는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겨냥한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죽여버려 이 ××. (비박계) 다 죽여.”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듯한 내용도 나온다. 여왕의 심복이 국정을 농단하고 고관대작을 능욕하는 사극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윤상현’ 막말 구출 작전? 기사 참조). 지난달 ‘살생부’ 논란을 시작으로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 조작 유출 파문, 공천심사 중단 등 새누리당의 막장 드라마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가 뛰쳐나가거나, 친박과 비박의 몸싸움이 전쟁으로 번지거나, 당이 쪼개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새누리당 영남권의 한 재선 의원은 “새누리당이라는 이름으로 싸우면 이길 게 뻔한데 누가 어디로 가겠는가. 우리 당의 대오는 조만간 박 대통령 아래 일렬로 정렬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헌법 위에 사람 관계가 우선인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헌법보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우선이라는 것은 새누리당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다.

새누리당은 선거에 강하다. 세월호 참사로 정부의 무능이 생방송됐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6·4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명박 실정’ ‘디도스 사건’ ‘민간인 사찰’로 수세였던 2012년 총선에서도 대승을 거두었다. ‘차떼기당’이라는 오명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불어 당이 난파 직전이던 2004년 총선에서조차 새누리당은 121석을 차지했다(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목표 의석을 ‘107석 플러스 알파’라고 말한 바 있다). 2004년 이후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패배한 기억이 거의 없다.

ⓒ연합뉴스새누리당 당직자들이 2014년 7·30 재·보궐 선거 현장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새누리당이 선거에 강한 이유를 새누리당 주변에 물었다. 새누리당 소속의 한 광역단체장은 이렇게 말했다. “선거는 전쟁이다. 새누리당 사람들은 정권을 잃는다는 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는 것인지 안다. 감옥에 가고 재산을 빼앗겨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선거에서 지면 공멸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아주 강하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선거는 죽기 살기로 싸우는 놈이 이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설사 법을 살짝 벗어나더라도. 법대로 하면 선거 못 치른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에는 정권을 잡아서 이것저것 하겠다고 돈을 대고 작전을 짜서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야당에는 의원 배지가 목표인 사람들만 모여 있다. 야당 지지자들은 절실한데 정작 정치인 선수들은 느긋한 게 승부를 가른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야당은 언론 다루는 게 확실히 떨어진다.” 새누리당을 담당하는 한 정보과 형사는 이렇게 말한다. “새누리당은 쇼에 능하다. ‘도와주세요’라고 피켓을 들고, 김무성 대표가 직접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반바지를 입는다. 아무것도 안 하는 야당보다는 나쁜 일이라도 하는 여당을 찍어주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한 중견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언론을 활용해 북한 변수와 ‘야당심판론’으로 치를 것이다. 선거 막바지 박근혜 바람과 여당이 불리하다는 엄살이 다시 새누리당 지지층을 결집시킬 것이다.”

이들의 말대로 새누리당의 선거 전략을 분석해보면 몇 가지 선거 공식이 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10월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제6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거수경례하고 있다.

티끌 같은 표도 허투루 보지 않는다. 표를 위해서라면 불법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불법적인 일에도 성실하다. 심지어 창의적이다.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이 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의결됐다. 시한을 111일이나 넘겼다. 선거가 한 달이 남지 않았지만 누가 출마하는지조차 유권자는 파악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현역 의원, 유명인, 지역 유지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새누리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투표권자 연령을 ‘만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것을 막았다. 젊은 층의 투표가 자신들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OECD 34개국 중 32개국이, 전 세계 232개국 중 215개국이 18세부터 투표를 시작한다.

2011년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렸다. 최구식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의 수행비서 공 아무개씨 등은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장 비서관 등과 술을 마신 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를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했다.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투표소를 찾아보는 사람들의 투표를 막아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유리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정당을 출입하는 정보기관 관계자는 “당시 한나라당 내에서는 수백 표를 모으려고 혼신을 다한 창조적인 청년들이었다는 칭찬의 말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최구식 전 의원은 최근 새누리당에 복당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는 청와대 행정관과 안기부(현 국정원) 공작원 등이 북한 인사를 만나 돈을 주고 휴전선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검찰은 이 사건의 배후에 권영해 안기부장, 이병기 차장 등 안기부의 수뇌부가 있다고 밝혔다. 이병기 차장은 국정원장을 거쳐 현재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있다. 최근에는 테러방지법 통과를 지휘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국정원, 국방부 등의 정예 요원들이 야당 후보에게 댓글 테러를 하기도 했다. 수구적인 목사를 지원해 이른바 ‘십알단’이라는 댓글부대를 운영하게 했던 것도 국정원이었다. 불법에 관여한 직원들 가운데 처벌을 받은 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승진하거나 포상받은 이들이 많았다.

당선만 된다면…‘공수표’도 서슴지 않는다

표를 모을 수만 있다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던지고 본다.

선거를 앞두고 걸린 새누리당 현수막은 사실과 거리가 먼 내용이 많았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 “등록금 부담 절반으로” “고교 무상의무교육 시대” “맞춤형 보육 서비스!” “취업 스펙 타파”….

박근혜 대통령조차 주요 공약을 거의 지키지 않았다. 자신이 반드시 지키겠다고 거듭 천명한 ‘국민 행복 10대 공약’ 가운데 지켜지고 있는 약속은 거의 없다.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노인들을 위한 공약은 폐기되다시피 했다. 대선 공약의 히트 상품인 ‘모든 노인한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도 철회했다.

2014년 4월 김무성 대표의 대한변호사협회 강연 내용이다. “거짓말 못하는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인데 참모들이 써준 공약을 그대로 읽었습니다. ‘내가 당선되면 어르신 여러분 한 달에 20만원씩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노인들 표가 많이 나왔죠. 그러니까 이제 거짓말 안 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 20만원씩 드리라’(고 했는데) 돈이 있어야 주죠. 돈이 없는데 어떻게 줍니까.” “국민 여러분 내가 당선되면 이런 거 해주겠습니다, 여기에 속아 가지고 표 찍어주고 대통령·국회의원에 당선됐죠. 정치인들에게 국가재정 건전성을 감안해서 공약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선 당선되고 봐야 하는데 되겠습니까?”

ⓒ연합뉴스4월 총선은 팽팽한 남북 관계 긴장 속에서 치러진다. 한·미 해군이 3월10일 키리졸브 훈련 중이다.

선거 때마다 북풍이 분다. 그때마다 북한은 공교롭게도 새누리당 도우미 구실을 했다.

1987년 11월 대한항공 858편이 인도양 상공에서 폭발했다. 폭파범 김현희는 대선 전날 한국에 압송됐다. 대선에서 민정당(새누리당 전신)의 노태우 후보는 여유 있게 당선됐다. 1992년 대선을 두 달 앞두고는 안기부가 조직원 300명 규모의 ‘중부지역당 간첩 사건’을 조작했다. 민자당(새누리당 전신) 김영삼 후보의 당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집요하게 공격했다. ‘노무현 정부가 NLL을 북한에 상납했다’며 공격을 주도한 것은 윤상현 의원이었다. 선대위 총괄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은 부산 유세에서 대화록을 쭉 읽었다. 일급비밀인 정상회담 대화록을 입수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물론 불법이다. 그러나 2014년 5월 원내수석 부대표 자리를 물러나면서 윤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NLL 포기라는 말은 한 번도 쓴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국가기밀 불법 유출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정치적 이용 등 무수한 불법을 낳은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검찰 조사에서 김 대표가 ‘지라시’에서 읽은 내용이라고 했더니 검찰은 죄가 아니라고 했다.

“새누리당의 전략은 유권자의 투표 포기”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남북 긴장 관계에서 치러진다.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 이후 개성공단 폐쇄와 대북 제재…. 미군과 국군은 3월7일 사상 최대 규모의 키리졸브·독수리 연합훈련을 개시했다. 북한 핵시설 정밀타격이 초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북한은 불바다 발언을 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국정원은 연일 북한의 사이버 테러 기사를 생산한다. 종편을 비롯한 방송과 수구 언론은 전쟁을 부추기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놈 촘스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명예교수는 〈시사IN〉 기자에게 “한국과 북한의 정권은 평화와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위기와 갈등이 정권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군사 충돌이 일어나면 정권에 힘이 생기니 선거철마다 무력 충돌이 계속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수구 언론은 새누리당을 대신해서 야당을 공격하고 폄훼한다. 선거철만 되면 더욱 기승을 부린다. 공중파와 수구 신문 그리고 종편에서는 정치평론가를 빙자한 선거운동원들이 맹활약 중이다. 이 활약을 경력으로 새누리당에 입당한 이들이 수십명에 이른다. ‘선거의 여왕’이니 ‘선거의 왕’이니 왕관을 씌워주기 바쁜 언론사도 많다.

지난 대선을 지휘하던 김무성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의 전략은 중간층이 이쪽도 저쪽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를 못하겠다면서 투표 자체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별로 문제 삼지 않았다.

총선 정국에 나타난 국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은 큰 변수였다. 새누리당도 다급했다. 피켓 시위로 맞불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철수를 선언한다.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한 관계자는 “‘무제한 토론이 사실상 지역구 선거운동’ ‘국민 생명을 선거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등 새누리 의원의 말만 되풀이하는 언론의 파상 공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의 테러방지법 반대 투쟁에 국민은 열광했다. 하지만 방송으로 뉴스를 접하는 시민에게 필리버스터는 대통령 발목 잡기로만 전달됐다.

방송사와 수구 신문사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편에 서서 보도하는 게 현실이다. 정치 뉴스는 새누리당 프레임대로 전달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대중·노무현 탓이다’ ‘친노 탓이다’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 ‘보수는 유능하고 진보는 무능하다’…. 언론은 지속적으로 새누리당 프레임을 되풀이한다. 새누리당이 불리할 때마다 ‘종북몰이’라는 무기를 꺼내는 것도 언론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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