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광고를 볼 때는 생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름지기 관절 치료제라면 억척스러워 보이는 중장년 배우가 나와 “효과 확실합니다, 껄껄” 외쳐주는 게 정석 아니던가. 이번 호에 실린 노인들의 ‘로맨스 열풍’ 기사를 읽으며 세상이 변해도 크게 변했음을 깨닫는다. 황혼기 사랑의 열정이 청춘남녀 못지않다. 그러고 보면 광고는 정곡을 찔렀다. 굳어가는 심신에는 약물보다 가슴 뛰는 로맨스가 특효일지 모른다.
익히 알려진 대로 노인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고리 가운데 하나다. 지난 어버이날,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아들과 며느리를 여행 보내놓고 목숨을 끊은 병든 노부부의 사연에 눈시울 붉힌 분들이 많았을 것이다. 어찌된 게 한국 노인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7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이 다른 나라의 20~30배다.
여기에는 분명 사회구조적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놓고 웬 로맨스 타령이냐고 타박하실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노인 문제=빈곤·자살 문제’라는 도식에만 매일 일은 아닌 것 같다. 흔히 노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돈과 건강이라고들 하는데, 그 건강이란 게 육체적 건강만을 얘기하는 건 아닐 터이다. 물론 밑바닥 수준인 노인 복지를 끌어올리려는 사회적 노력이 선행돼야 함은 기본이다. 단, 같은 조건에서라면 행복한 정서를 유지할 줄 아는 사람이 건강하게 더 오래 산다고 긍정심리학은 말한다. 치매나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도 이는 필수다. 긍정적인 정서가 뇌 기능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마음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홀로 사는 노인 100만 시대, 황혼의 사랑법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흥미로운 것은 연애하는 노인 상당수가 비혼(非婚)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2주 전 〈시사IN〉이 들여다본 주제가 이른바 비혼 세대였는데, 노년의 연애에서도 이것이 핵심 주제어로 등장한 셈이다. 이들 공히 비혼을 선택한 주된 이유가 경제적인 문제와 집안 문제라는 게 의미심장했다. ‘88만원 세대’라는 20대나, 두 명 중 한 명꼴로 절대 빈곤에 놓여 있다는 70대나 돈 문제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집안 문제라니…. 젊은 남녀는 부모 반대, 나이 든 남녀는 자식 반대가 결혼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한국적인, 지극히 한국적인 현실 앞에 새삼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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