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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검사이고 싶습니다”

안미현 검사가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에 대한 외압을 폭로했다.
안 검사는 국회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을 소환하지도 못했고 그와 관련된 자료를 증거 목록에서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주진우 기자 ace@sisain.co.kr 2018년 02월 09일 금요일 제5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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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외압을 폭로한 안미현 검사(의정부지검)를 만났다. 안 검사가 언론에 등장한 ‘본심’을 전달하기 위해 그의 입말을 최대한 살렸다. 이 인터뷰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MBC 스트레이트 갈무리
안미현 검사는 “압력에 따라서 수사가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해결되려면 누군가는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춘천지검에서 근무했던 안미현 검사입니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를 담당하셨죠?

맞습니다.

국민적 관심이 큰데 왜 이렇게 수사 진행이 더딥니까?

다른 검사님이 1년여간 수사하셨고요. 그다음에 제가 수사를 맡게 됩니다. 그런데 수사를 진행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건 종결 지시를 받아 사건이 종결됩니다. 1차 수사는.

200명이 넘는 채용 비리 사건이고 실세 국회의원들의 부정 청탁이 쏟아졌는데 검사 한 명이 담당했습니까?

네. 전임 검사님께서 혼자 담당하셨고요. 그 방에 수사관도 한 분이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이런 크기의 사건이면 어느 정도 검사가 투입되는 게 정상인가요?

사실 이 사건은 춘천지검 전체 검사 10명이 다 투입돼도 모자랍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별도의 수사팀을 꾸려서 수사하겠다고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종전 수사팀에서는 그렇게 진행됐어요. 저도 똑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사실상 검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 사건을 담당했을 때는 어땠나요?

인수·인계해주신 검사님이 저에게 구속영장 초안을 작성해주었고, 당시 춘천지검장님(최종원 전 춘천지검장)이 보완 수사가 필요한 부분을 상세히 적시해주셨습니다.

그게 언제쯤이었습니까?

제가 인수·인계받았을 때는 2017년 2월이었습니다.

ⓒ시사IN 이명익

그런데 갑자기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로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제가 맡은 사건들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사실상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는 시작하지도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4월17일 갑자기 검사장님이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했습니다. 사건 처리 예정 보고서였습니다. 그것을 들고 검사장님(최종원 전 춘천지검장)이 총장님(김수남 전 검찰총장)을 만나고 오신 다음 날 바로 “불구속 기소하는 걸로 끝내라” 이렇게 지시했습니다.

그럼 수사를 아예 못한 채로 불구속 기소했다는 겁니까?

그게 지시 사항이었습니다.

비정상적으로 들리는데 평소 이런 경험이 있었는지요?

저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일단 지시하셨기 때문에 저는 따랐습니다.

왜 이런 지시를 내렸을까요? 짚이는 대목이 있습니까?

사건 처분 당시에는 면밀히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수사 처분에 대한 비난이 일고 사건 수사를 다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압수를 진행했는데요, 압수물에서 종전에 급작스럽게 처분된 이유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을 발견했습니다. 다 말씀드리긴 좀 곤란합니다. 수사와 관련된 부분이고, 현재 재판 중인 부분이라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는데 외부에서 뭔가 다른 작용이 있었던 걸로 추정됩니다.

불구속 기소로 처리하게 된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전직 검찰 간부와 모 국회의원이 개입된 게 아닌가 추정됩니다.

권성동 의원과 ○○○ 전 고검장이죠?

….

최흥집 강원랜드 전 사장에 대한 구속은 왜 그렇게 늦어졌나요?

지속적으로 구속하겠다고 보고를 드린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대검에서 오케이 사인 자체가 좀 늦어졌습니다.

대검 승인이 늦게 떨어졌군요?

네.

ⓒ연합뉴스
2월6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사위 위원들이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강원랜드 수사 외압에 항의해 모두 퇴장했다.

언론에 권성동 의원의 사촌 동생인 권은동 강원도축구협회장도 채용 비리에 개입했다고 나오고, 권성동 의원 본인도 채용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왜 이뤄지지 않은 거죠?

수사 보안과 관련된 부분이라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는데요, 권 의원과 관련해서는 수사가 전부 이뤄지지는 못했습니다.

검사가 수사를 못하다뇨?

권성동 의원 수사는 다른 부분에 비해서 진행이 원활하지 못한 점이 있었습니다.

권성동 의원을 소환 조사하지 못한 이유는 뭡니까? 국회 법사위원장이라서?

사실 수사팀 회의에서는 ‘소환 조사하는 게 맞다’고 결론이 나서 그렇게 보고를 드렸습니다.

그런데요?

승인되지 않았습니다.

권성동·염동열 의원 소환 계획을 대검에 보고했나요?

춘천지검장님(이영주 춘천지검장)이 권성동 의원 소환 부분에 대해 대검에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염 의원만 소환하는 걸로 향후 처리가 변경됐다고 하셨습니다.

그게 언제 있었던 일이죠?

작년 12월에 일어난 일입니다.

권성동 의원 수사에 대한 외압이 있었습니까?

관련된 사람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려고 했는데 그 부분은 대검 측에서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권성동 의원이 관련 있다고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게 했습니까?

권성동 의원과 강원랜드 사장 그리고 당시 현직 검찰 간부와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사람에 대한 압수수색이었습니다. 대검에서는 채용 비리 사건의 본류가 아니라는 이유로 압수수색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권성동 의원과 강원랜드 사장, 검찰 고위 간부 등이 부적절한 통화를 자주 했군요?

일단 추정되는 자료가 확인이 됐습니다.

권성동 의원 쪽에서 민원이 들어온다거나, 불만을 제기한 적이 있었나요?

상당히 지속적으로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

여러 경로로 굉장히 항의를 하고 있다고 들었고요. 증거 목록에서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수사 증거 목록에서 자기 이름이 들어 있는 기록을 삭제해달라는 지시를 받았습니까?

이름뿐만 아니라 관련된 내용이 있는 것을….

통화 내역 자료?

구체적으로 딱 집어서 말씀드리기는 곤란한데요. 일단 종전에 채용 비리 사건이 급작스럽게 종결된 것과 관련해 영향력이 행사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증거들을 비롯해서 기본적으로 자신이 언급되는 부분들은 전부 빼달라는 취지였습니다.

조사 대상자가 불편하다고 대검에서 검사한테 증거 목록에서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까?

네.

증거 목록은 한 권에 묶여 있잖아요. 그런데 거기서 빼라는 지시를 했습니까?

법원에 이미 제출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거부했습니다.

ⓒ연합뉴스
문제가 불거지자 문무일 검찰총장(아래)은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단’을 긴급 편성했다.

지난해 검찰개혁위원회에서 대검에서 일선 청에 수사를 지휘하거나 지시할 때는 반드시 문서로 하라고 했고, 검찰총장이 이를 수용했는데, 대검에서 문서로 지시를 받았습니까?

아니요. 제가 직접 받을 때는 유선으로만 받았습니다.

본인의 검사 경력에 비춰볼 때 이런 압력은 부당하다고 느꼈나요?

네. 특별한 경우였습니다. 법원에 이미 제출했는데 증거 목록에서 빼라고 하는 경우는 저는 처음 겪었습니다.

수사 외압에 대해 내부에서 문제 제기한 적 있습니까?

저희 간부님들에게 여러 차례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뭐라고 하던가요?

“이번에는 좀 참아달라.” 뭐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참으면요?

참으면 다음번 인사 때나 앞으로 챙겨주겠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어떻게 했습니까?

거부했습니다.

검사님은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수사 검사가 내부의 외압에 대해 말하는 게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보다는 검사님을 인신공격할 겁니다. 크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데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이유가 뭡니까?

사실 내부에서 해결이 가능하다면 해결하는 것이 제 개인적으로도 덜 부담스러운 방법입니다. 이제 저는 소위 ‘문제 있는 검사’로 낙인이 찍힐 테고요. 그동안 저를 격려했던 분도 태도를 달리하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검사님은 작년에 검사들이 가장 선망하는 상을 받았습니다. 입을 닫으면 승진하고 좋은 자리에 갈 거예요. 그런데 검사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면 검찰 내에서 왕따가 될 것입니다(대검은 지난해 상반기 대포통장 유통조직 4개를 적발한 공을 인정해 ‘모범 검사’로 안미현 검사를 선정한 바 있다. 그동안 안 검사는 법무부 장관 표창을 비롯해 형사 분야 우수사례 선정(4회), 강력 분야 우수사례 선정(3회), 과학수사 분야 우수사례 선정, 수사지휘 분야 우수사례 선정, 공판송무 분야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저는 검사님이 지금이라도 멈췄으면 좋겠어요. 문제 제기를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문제 제기를 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실세 국회의원을 수사하는 데 검사로서 당당하게 자기가 세운 수사 계획대로 그리고 법률상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해나가는 게 옳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압력이 들어와서 그 부분이 수사 종결됐습니다. 그다음에도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전혀 확보할 수가 없고, 제대로 수사를 진행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사로서 상당히 무섭고 위축되는 그런 일이었습니다. 제가 앞으로 검사로서 제대로 이 일을 수행해나가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참고 입을 닫고 눈을 감으면 앞으로 좀 더 나은 생활이 보장되거나 크게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겠지만, 스스로 제가 검사라는 마음이 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외롭더라도 압력에 따라서 수사가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스템적으로 그 부분이 해결되려면 누군가는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검찰 역사에서 부당한 압력으로 수사를 못하게 한다고 수사 검사가 용기를 낸 예를 보지 못했습니다. 매우 훌륭하고 가치 있는 일이지만, 검사님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고통이 큽니다.

저는 검사이고 싶습니다. 수사하고 싶습니다. 검사는 불편부당 없이 수사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권력) 실세라 해도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저는 괜찮습니다. 각오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지시를 전달하는 입장이었을 텐데 피해가 갈까 봐 그 부분이 제일 걱정됩니다. 저는 제가 감당하겠다고 해서 하는 일이지만 그분들께 누가 되는 건 원치 않습니다.

부당한 지시였고, 부정한 명령이었지 않습니까.

그래도 그 결정을 직접 하신 건 아니니까요. 결정을 직접 한 사람들이 당해야 할 불이익을 지시를 따라야 하는 분들이 받는 건 원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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