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바위 치는 사람이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이다. 과문한 탓인지 검찰 내부에 문제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현직 검사 중에 남성 검사는 드물다. 여성이 특별히 더 정의로워서는 아닐 것이다. 남성 중심 조직에서 여성이 불의와 불합리를 경험할 일이 더 많기 때문일 테다.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의 ‘미투’ 이후 꾸려진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법무부 산하기관 성범죄 전수조사를 실시했던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은 검찰을 완벽한 남성 사회라고 진단한 바 있다.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지시, 심지어 욕설과 인권침해, ‘까라면 까’라는 문화를 남성 검사는 당연시한다. ‘다루기 편하다’는 전제가 남성 검사 선호 문화를 만든다.”(〈시사IN〉 제566호 ‘성평등 관점에서 검찰을 개혁한다는 것’ 기사 참조)
그 결과 검찰 안팎에서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차이를 보인다. 남성 검사들은 성범죄나 뇌물수수 따위 권력형 비리로 ‘물의’를 일으키는 반면, 여성 검사들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조직에 ‘파문’을 일으킨다. 내부 고발은 쉽게 내부 분탕질이 되고 감당은 오롯이 개인 몫으로 남는다. 스스로를 ‘투명인간’으로 자처하거나(임은정 검사) ‘미친년’이라는 낙인(서지현 검사)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식이다.
검찰개혁 국면에서 정부도 검찰도 그 방안의 일부로 ‘여성 검사’의 목소리를 언급한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역시 취임 직후인 9월11일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폭넓게 들으라고 지시하면서 임은정 검사를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3개월 전인 6월24일 임은정 검사는 페이스북에 안미현 검사를 태그하며 수국 화분 사진을 한 장 올렸다. 생명의 기운이 다 사라져버린 화분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을 주고 아침저녁으로 말을 걸었더니 푸르른 줄기가 뻗어 나오더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마지막에 덧붙인 말은 다음과 같았다. “검찰과 법원을 포기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안에서 생명의 움을 틔워 올리려는 발버둥들을 보아주시고, 격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새로운 싹을 틔워 올릴 수 있을 테고. 결국 싹을 틔워 올리고 말 테니까요.” 이 발버둥치는 싹들은 어떻게 중용될까. 법무부와 검찰을 바라보는 요즘 나의 최고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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