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곽영욱 진술 번복이 아니라 진술 구체화이다”

  • 김은지 기자
  • 2010.04.06

‘서울시장 선거는 4월9일에 승부가 갈린다.’
6·2 지방선거를 한참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 쪽에서도 이런 말이 나온다. 4월9일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 1심 선고일이다. 9일 내려지는 선고가 최종심은 아니지만, 1심에서 무죄가 선고 되면 공판 초기부터 불거진 검찰의 무리한 기소나 표적 수사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검찰이 한명숙 전총리의 1등 선거운동원이라는 말도 나온다. 

4월2일 검찰의 최종의견진술에서도 이런 초조감이 배여 났다. 이날 검찰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이라는 사자성어를 예로 들며 “(한 전 총리가) 진실을 은폐하고 정치적 타격이 두려워 거짓으로 일관하는 점은 묵과할 수 없다”라며 징역 5년에 추징금 5만 달러(선고 당시 환율)의 형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은 “오락가락 하는 곽 전 사장의 썩은 새끼줄과 같은 진술 하나에 의존해 일국의 전직 총리를 기소하고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이번 재판을 할 가치가 있었는지 의문이다”라며 한 전 총리의 무죄를 주장했다.

2일 오후 4시 30분, 검찰의 최후 의견진술이 시작되었다. 법정 스크린에 PPT 파일을 열고, 권오성 부장검사가 한 전 총리의 유죄 혐의에 대해 말했다. 1시간5분 동안 진행되었다.

■검찰 최후 의견 진술

검 : 이 사건은 정치적 사건이 아니다. 한명숙 피고인 측이 뒷조사, 흠집 내기 수사라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말은) 이 사건의 성격과 맞지 않다. 권력을 기반으로 한 고위공직자의 뇌물수수사건이다.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은 유착관계이다.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돈 받을 때의 상황과 두 사람(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의 친분관계를 검토해야한다. 먼저 곽 전 사장의 진술의 신빙성을 살펴보면, 공여 일시 금액 시간과 같은 본질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변함없이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직접 건네 준 것 같다’라고 조서에 기재되었지만, 법정에 와서 ‘의자에 두고 왔다’라고 말한 것은 새롭게 생각해낸 추가 사실이다. 이는 진술 번복이 아니라 진술 구체화다. 곽 전 사장의 주장은 신빙성이 충분하다.

총리공관 현장검증 결과 한 전 총리가 돈 봉투를 챙길 시간적, 공간적 여유는 충분했다. 2006년 12월20일, (곽 전 사장이 5만 달러를 넣은 돈 봉투 두 개를 꺼내자) 누가 볼 것을 염려해 (한 전 총리는) 본능적으로 서랍장으로 이동해 서랍장 안에 돈 봉투를 넣고, 거의 뛰다시피 해, 수행과장이 올 때까지 문으로 갔을 거다. 수행과장이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5~6초라, (한 전 총리는) 이미 돈을 서랍장 안에 넣고 정세균 전 산자부 장관과 강동석 전 건교부 장관에게 갔다. 한 전 총리가 서랍장에 넣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면 주머니나 핸드백에 넣었을 거다.

뇌물자금 용처는 해외여행 및 아들 유학경비로 필요했을 것으로 본다. 2005년 7월부터 2년5개월간 한 전 총리가 16회, 남편이 11회, 아들이 4회 해외 출국했지만 환전한 사실이 거의 없고, 아들의 유학자금 출처가 불투명하다.
한 전 총리의 주장의 허구성도 지적하겠다. 수차례 곽 전 사장과 가까운 사이도 아니라고 했다. 가까운 사이가 아닌데 장관시절, 어디로 갈지 말도 안 해주는 곽 전 사장을 따라 골프샵에 간다는 것 자체가 두 사람이 얼마나 친한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또 “단돈 1원도 받은 적이 없다”라고 한 말은, “(골프 비용을) 대납하게 한 적이 없다”에서 “1회 대납한 적이 있다”라고 바뀌었다.

결론적으로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하는 총리가 민간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점, 공직자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떨어뜨린 점, 뇌물수수가 반드시 해결해야할 고질적인 악행인 점을 고려하면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 장관과 국회의원, 총리 등 고위직을 두루 역임하고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진실을 숨기려 거짓된 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 일벌백계 차원에서 처벌해야 한다. 징역 5년, 추징금 5만 달러(선고 기일 환율 기준)의 형을 재판부에 요청한다.

검찰의 ‘징역 5년, 추징금 5만 달러’의 형 요청이 나오자, 방청석에서는 한 50대 여성이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라고 소리를 쳐 재판정에서 퇴장 당했다. 이어 검찰은 곽 전 사장에 대해서는 3년6개월의 징역형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은 결코 가벼운 죄가 아니지만, 죄를 인정하고 있고 횡령한 돈을 모두 변제했으며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자백하고 있다. 또 그가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달라”라고 말했다.

■변호인 최후 변론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의 최후변론이 이어졌다. 그들도 법정 스크린에 PPT를 띄워 변론을 했다.

변 : 금품수수여부에는 공여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다. 이때 곽 전 사장의 신빙성이 관건인데 곽 전 사장은 10만 달러를 줬다고 이야기한 적이 한 번 있고, 3만 달러에서 5만 달러를 줬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첫 번째 경우, 법정에서 증언했듯이 10만 달러를 준 적이 없음에도 검찰 수사 압박을 견디다 못해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번복도 다른 진술에 의해 뒤집히자 비로소 철회했다. 심지어 이 부분은 조서에도 남아있지 않다. 10만 달러 자백 및 번복의 과정은 증인의 신빙성을 어떻게 볼 수 있을지를 잘 드러낸다.

곽 전 사장은 강 전 장관의 수첩이 공개되기 전까지 오찬 날짜도 잘못 알고 있었는데, 오찬이 2006년 12월20일이었음이 드러나자 공기업 사장 청탁 시기도 번복해서 진술했다. 오찬 후 한 전 총리에게 전화하고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가, 강 전 장관의 수첩이 공개 된 후에는 전화 통화를 한 후 오찬을 했고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정확한 날짜를 알지는 못해도 순서를 헷갈린다는 것은 곽 전 사장의 말이 거짓임을 강하게 의심하게 한다. 인사 청탁에 대해서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가 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등 핵심진술이 왔다 갔다 한다.

또 오찬장에서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았다고 한다면, 12가지가 넘는 가정이 동시에 일치해야한다. 첫째, 곽 전 사장이 3.2cm~2.6cm 정도 두께의 봉투 두 개를 양복 주머니 안에 넣고 1시간 이상 한식 식사를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둘째, 오찬이 끝난 후 한 전 총리가 앞장서지 않아야 한다. 셋째, 곽 전 사장이 정 전 장관과 강 전 장관이 자기 앞을 다 지나가기까지 기다려야한다. 넷째, 두 사람이 들리지 않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해야하고, 다섯째, 수행과장이 이 장면을 보지 않아야한다. 여섯째 정 전 장관과 강 전 장관이 일행이 따라오지 않음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뒤를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 일곱째, 케이터링 직원이 돈 뭉치를 발견하지 않아야 하고 여덟째, 한 전 총리는 돈 뭉치를 챙기러 다시 오찬장에 들어가야 한다 등이다. 이와 같은 가정이 동시에 충족될 가능성은 확률로 따지면 1/1000이다. 검찰의 진실 밝힐 의무에 의문이 든다. 곽 전 사장에 대한 배려의 1/100만 했어도 이런 검찰의 가설이 상식에 반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곽 전 사장이 진술로 어떤 이익이 있는지를 살펴봐야한다. 곽 전 사장과 검찰의 ‘빅딜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와, 이국동 전 대한통운사장과 이하 직원과 곽 전 사장의 횡령 금액이 차이가 난다. 또 새벽까지 곽 전 사장을 수사했으며 곽 전 사장 스스로도 “검찰이 무서웠다”라고 말했다.

골프 빌리지 사용에 대해서는 2번 간 거 인정한다. 그러나 그 곳은 거의 비어있었고, 사용한다고 해서 곽 전 사장이 추가로 금전 지출을 했나? 골프비 대납도 한 전 총리 모르게 이루어졌다고 곽 전 사장이 스스로 그랬다.
이와 같은 과정을 살펴보더라도 금품 수수나 인사 청탁 여부, 뇌물의 출처 등 각 쟁점은 증거가 없거나 사실이 아니다. ‘그럴 수 있음’으로 수사하는 게 아니다. 어떤 증거에 의해 입증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엄정한 판단을 재판부가 해주시길 바란다.

1시간 20분 가량의 변호인 최후변론이 끝나자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졌고 재판부 경위는 이를 제지했다. 이어 5분 동안 한 전 총리의 최후진술이 있었다.

■한명숙 최후진술

한 :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인으로서 진술을 하는 마지막 이 순간까지도 제가 왜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 지 이유를 모르겠다. 현장 검증 때, 밖에서 누가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아랑곳 하지 않고 돈 봉투를 서랍에 넣고 오찬장을 나갔다는 뇌물상습범 같은 모습을 연출해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렇게 살지 않았다. 이 고백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진실이다. 친절하게 대한 것이 돈을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는, 식사를 한 것 가지고 청탁이 오고갔다는 해괴한 논리는 잘 모른다.

총리를 지냈으면 훨씬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아야 당연하지만, 뚜렷한 증거도 없이 추정과 가정을 바탕으로 기소 당해야 한다는 현실은 참으로 참기 힘들었다. 피고인석에 앉아 검사를 보며 저는 마음속으로 묻고 또 물었다. 왜 저를 그렇게 무리하게 잡아넣으려 했는지, 왜 저에 대해 그토록 응징을 하고 망신을 주고 흠집을 내려 했는지, 도대체 어떤 절박한 상황 때문에 그렇게 했는지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 검사는 오로지 진실만으로 사실관계에 기반해 수사를 하고 공소장을 제시해야한다. 주어진 시련을 견디는 동안 몸과 마음이 정말 고통스러웠다.

영문도 모르고 모진 일을 겪게 된 주위 분들과 가족들의 고통을 바라보는 일이 무엇보다 힘들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학생의 신분으로 미국에서 조용히 공부하고 지내는 아이마저 마치 부정한 돈으로 유학생활을 하는 것처럼 알려지는 등 상처받았을 마음을 생각하면 엄마로서 한없이 미안하다. 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표적수사로 생겨난 비극의 역사를 잘 알고 있으며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저의 결백을 밝혀주셔서 정의와 진실이 반드시 이긴다는 믿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