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땐뽀걸스〉의 빈칸 채우기
- 김영화 기자
- 2019.04.15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는 〈땐뽀걸스〉에 등장하는 가족의 시선에서 출발해 거제를 읽는다. 조선업 불황이 한 가족과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거시사와 미시사를 촘촘하게 엮었다. 〈땐뽀걸스〉를 본 사람이라면 해소되지 않은 질문이 있었을 것이다. 주인공들의 아버지는 왜 거제를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딸들에게 ‘땐뽀’는 왜 마지막 추억이 됐는지, 이 책은 그 빈칸을 채운다.
저자는 거제 조선소에서 취업해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그는 현재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선소의 아침은 언제나 국민체조로 시작된다는 사실이나, 작업복을 입고 소개팅에 나갈 정도로 긍지에 찬 작업복 문화 등 조선소의 풍경을 내부인의 관점에서 세밀하게 포착했다. 동시에 중공업 가족이 맞게 된 위기를 분석하는 부분에서는 외부인의 관점을 견지한다. “딸의 이야기는 중공업 가족의 여러 모순들을 폭로한다(79쪽)” “중공업 가족은 애초에 배제와 포섭을 전제로 한 프로젝트였다(113쪽)”라며 중공업 가족이 누구를 배제했는지 짚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중년 남성 정규직 노동자’로 대표되던 거제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 하청업체 노동자, 사무보조직 여성, 조선소 취업을 앞둔 여고생, 젊은 엔지니어 등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의 삶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