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흐느낌

  • 사진 이명익·글 최은미(소설가)
  • 2019.01.04

[올해의 사진]

 

가슴이 부서져 내린 흔적 같은 저 결빙들 틈 사이로 지금 무엇이 보이는가? 이름 세 글자가 새겨진 작업복. 육개장 사발면. 홈런볼 과자. 홀로 사망한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유품엔 이 외에도 사비로 산 손전등이 있었다.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어떤 물품도 충분히 지급받지 못한 채 그는 분진과 소음과 어둠 속에 혼자 있었다. “원청 애들은 잘 안 죽어.” 언젠가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했던 이 말이 2018년 겨울, 죽지만 않게 해달라는 흐느낌으로 반복되는 걸 듣는다. 망도 펜스도 없는 컨베이어벨트처럼, 안전과 생명을 비용이란 말로 돌린 채, 저 결빙들을 깔고서, 저 직선은 어디로 내달리고 있는가? 갈라지고 부서지는 것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