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이 떠난 자리에서

  • 사진 정병혁·글 이상원 기자
  • 2018.12.31

[올해의 사진]

 

새벽 4시 ‘6411번’ 버스에 올랐다. 여느 통근 버스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낯익은 이들끼리 가벼운 농담이 오갔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강남의 한 백화점 앞에서 내리는 이들의 낯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허리가 굽고 어깨는 작아졌다. 버스 승객이 청소 노동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어느 새벽 고 노회찬 의원도 봤던 장면일 것이다. 노 의원은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라는 연설에서 이들을 ‘투명인간’이라고 불렀다. 정치는 수많은 투명인간들의 고단한 삶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그는 믿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새벽 버스를 찾는 정치인이 다시 나올까? 이름 없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고통을 드러낸 이가 2018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