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 만난 동네 아저씨들
- 차형석 기자
- 2018.04.27
〈좁은 방〉의 주인공 ‘용민’은 조직폭력, 강도 등을 저지른 강력범죄자들 방에 수감된다. 전과 3범 이상이 모인 다섯 평 정도의 ‘강력누범방’. 영화에서나 본 조폭들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니, 만화 속 표현처럼 이마에 ‘땀 삐질’ 날 일이다. ‘학생운동 하다가 잡혀왔다’는 말에 ‘족보 있는 건달’인 방장이 한마디 한다. “우리도 조직이고 너희도 조직이니 뭐 좀 통하겠네? 하하.”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실제 인물이라는데, 〈좁은 방〉에 같이 사는 캐릭터들이 흥미롭다. 방장 상현은 조직 내 ‘넘버 투’로 족보 있는 건달이다. 그는 틈만 나면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한다.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황석영의 〈장길산〉 등 대하소설 전집을 읽어 용민을 놀라게 했다. 다른 인물들도 택시강도, 조직폭력 등 죄목은 살벌한데, 인물 모양새는 그냥 ‘동네 형, 동네 아저씨’처럼 평범하다.
감옥 이야기라고 하면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를 떠올리기 쉽다. 이 책은? 전혀! 다섯 평짜리 〈좁은 방〉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유쾌하다. 그림체 덕분인지 따뜻한 느낌마저 전한다. 인물의 표정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두근두근 탐험대〉 〈내 친구 마로〉로 부천만화대상 어린이만화상을 두 차례 받은 만화가 김홍모씨는 만화를 통해 사회 참여를 해왔다. 〈내가 살던 용산〉에서 ‘용산 참사’를, 〈섬과 섬을 잇다〉에서 제주 강정해군기지 문제를 다루었다. ‘좁은 방’에서의 기억이 이런 작품 활동의 원동력이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