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페미니즘에 남성 저자도 가세

  • 이오성 기자
  • 2018.01.02

2017년에도 페미니즘의 물결은 이어졌다. 〈시사IN〉 설문에 응답한 출판·편집자들은 송인서적 부도 사태에 이어 페미니즘 관련 책이 큰 사랑을 받은 것을 올해 중요한 이슈로 꼽았다. 서울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여성혐오가 공고화하는 한편으로, 2017년의 여성들은 좀 더 구체적으로, 또한 연대를 통해 자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런 남자는 없다〉 〈그럼에도 페미니즘〉 〈페미니즘 리부트〉 등 여러 저자가 참여해 펴낸 공저가 많았다.

김민섭 사회문화 평론가가 〈기획회의〉에서 지적했듯 어느 한 운동가가 지침을 내리고 현상을 규정하기보다 여러 여성이 각각의 언어로 글을 묶어냈다. 남성 저자가 쓴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현남 오빠에게〉처럼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 등장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페미니즘 책 인기는 20~30대 여성이 출판 시장의 ‘헤비 리더’(heavy Reader)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각종 출판 통계에서 이 나이대 여성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책을 많이 구매한다는 점은 이제 상식이다.

작고 예쁜 문고판 서적과 표지를 새롭게 바꾼 ‘리커버’ 서적이 인기를 끈 것도 올해 중요한 출판계 흐름이었다. ‘쏜살문고’(민음사), ‘마음산문고’(마음산책), ‘땅콩문고’(유유), ‘소설의 첫 만남’(창비) 등 이름도 다양한 문고판 서적이 독자들에게 찾아갔다. 책이 팬시 상품화되는 것 아니냐는 염려도 있지만, 작은 책은 다품종 소량생산과 독창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독자에게 사랑받았다. 이 밖에도 출판·편집자들은 ‘도서정가제’ ‘도서구입비 연말정산 제외’ ‘김영사 대표 구속’ ‘SNS 저자로 지나친 쏠림’ ‘자연과학 도서의 약진’ 등을 올해 주요한 이슈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