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얼마나 쉽게 조종당하고 있을까?
- 천관율 기자
- 2017.07.20
실험의 실제 목적은 ‘징벌이 학습에 끼치는 효과’가 아니라 ‘권위에 대한 복종’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계속 전기 충격을 높이라는 연구자(즉, 권위자)의 요구를, 피실험자가 어느 선까지 복종하고 언제부터 거부하느냐를 본 것이다. 학습자가 비명을 지르거나 기절한 연기를 하는데도, 무려 65%가 최고치인 450V까지 전기 충격을 높였다. 이 실험은 인간이 얼마나 쉽게 권위에 복종하는지 보여주어 당대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누구나 얘기하지만 정작 아무도 읽지는 않은 책. ‘고전’에 대한 이 위트 있는 정의대로라면, 밀그램이 자신의 실험 결과를 정리한 책 〈권위에 대한 복종〉은 고전 중의 고전이다. 누구나 밀그램 실험에 대해 말하지만, 정작 그가 얼마나 정교하고 촘촘하게 실험을 설계했는지는 주목받지 못했다. 밀그램은 익히 알려진 기본 실험을 변주해 총 18종류를 실험했다. 여러 변수를 통제해가면서, 예상되는 반론에 증거로 답을 찾아간다. 물론 이 실험이 피실험자에게 정신적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연구윤리 문제로 큰 비판을 받았다는 사실을 독자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18개로 변주된 실험을 읽다 보면 어두우면서도 매혹적인 질문에 사로잡히게 된다. 인간은 왜, 어떻게 다른 인간에게 조종당하는가. 밀그램이 이 실험을 한 1961년은 나치의 기억이 서구 사회에 아직 생생할 때다. 다른 인간에게 조종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사람이 어떻게 조종당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결론을 아니까 이 악명 높은 실험을 다 안다고 생각했던 독자일수록 새롭게 얻는 통찰이 풍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