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는 틀렸고 선생님은 몰랐다 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아파트 한 동이 반으로 뚝 끊겨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출입구도 따로, 엘리베이터도 따로이고, 계단은 십몇 층에서 막혀 있다. 계단이 그대로 천장과 맞닿아 끊어져 있는 모습에 숨이 턱 막힌다. 분양 층인 고층 사람들은 땅으로 내려올 수 있지만, 임대 층인 저층 사람들은 옥상으로 올라갈 수 없는 구조. 불이 나서 옥상으로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냐고 기자는 묻는다. 그 아찔한 현장에 이 그림책이 겹친다.봉제공장, 인형공장, 단추공장이 모여 있는 서울 독산동.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은이가 산다. 할머니들이 잘못 만든 인형은 알아채지 못했던 속절없는 죽음들 이나미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착한 여자와 혼인을 해서 예쁜 딸을 얻었지만 핏덩이만 남겨두고 아내는 세상을 떠난다. 이 집 저 집 구걸하며 동냥젖을 얻어 먹여야 하는 어려운 형편에도 딸은 착하게 자란다. 그러나 돈만 있으면 눈을 뜰 수 있다며 탄식하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아버지를 너무 사랑한 딸은 몸을 팔아 먼 곳으로 떠난다. 고향 떠난 딸은 역사와 현실의 아픔도 동화로 재탄생 이오성 기자 동화 분야 올해의 책으로 추천위원들은 유은실의 <나도 편식할 거야>를 꼽았다. 어린이의 편식 문제가 심각해져가는 가운데 오히려 무엇이든 잘 먹는 아이의 처지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 작가의 솜씨가 빼어나다는 평을 받았다.올해 추천 목록은 어느 해보다 더 다양했다. 아픈 역사와 현실을 동화로 밝힌 작품이 여럿 나왔다는 게 특히 주목할 만하다. 보도연맹 에잇, 나도 편식할 거야! 윤소희 (동화작가) 우리는 동화를 읽을 때 무엇을 기대하는가. 재미, 판타지, 따뜻함, 순수, 감동, 아름다움, 교훈?그렇다면 여기에서 ‘우리’란 누구인가. 동화의 독자가 어린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똑똑한 우리는 ‘어린이’가 누구인지 모른 채 동화를 읽곤 한다. 읽으면서 생각한다. 추천위원이 꼽은 올해의 책 시사IN 편집국 제2부 뒤죽박죽 세상을 향해 외치다 김지은 (동화작가) ‘멀쩡하다’는 말을 동화에서 또 읽은 적이 있었던가. 그동안 동화의 빈출 어휘로는 ‘이상한’ ‘신기한’ ‘신나는’ ‘착한’ ‘슬픈’ 같은 낱말이 등장하곤 했지만 ‘멀쩡한’이라는 말을 본 기억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동화의 낱말은 종종 작가가 어떤 눈으로 세상과 어린이를 보는지 가늠하는 유용한 단서가 된다. 그렇게 보면 요즘 부쩍 동화에서 ‘신기한’이라는 말보다는 ‘이상한’이라는 말이 더 자주 나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상한’은 단순한 놀라움의 표현이 아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예측불허의 질주에 대한 부정적 예감을 더 나은 세상 꿈꾸는 동화작가의 시국선언 김은남 기자 김종도·이현·김해원·유은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