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절대권력 떠받치는 ‘소조’를 아시나요 새창
- 몇 년 전 베트남 기자협회 초청을 받아 한국기자협회 대표단에 끼어 베트남을 방문한 일이 있다. 당시 베트남 기자협회장과 1시간 가까이 회담하며 양국 기자들 간의 교류 방안을 논의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매우 ‘이상한’ 일이었다. 그곳 기자협회장은 베트남 집단지도체제의 최고 의사결정 기관인 공산당 정치국원 18인 중 한 명이었다. 정치국에는 당 서기장,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이 포함돼 있다. 민간인인 우리가 한국의 대통령이 만나도 어색하지 않을 베트남 최고위 인사와 공적인 회합을 가진 셈이다. 당시 한국 기자협회장은 YTN ...
- 문정우 기자 2018-05-01
- 새로 나온 책 새창
- 아무튼, 방콕 김병운 지음, 제철소 펴냄 “왜냐하면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은 수동이 아닌 능동의 세계에서만 허락된 일이니까.” 여행 얘기인 줄 알았는데 연애 얘기다. 냉큼 애인에게 책을 건넸다. 몇 년 전부터 방콕(혹은 동남아)에 가자고 노래를 불렀지만 애인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런 그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분명 방콕에 가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런데 또 방콕이 아니어도 무슨 상관이람. “사실 방콕보다는 방콕을 함께 여행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크다”라는 저자 소개 문구처럼, 함께라면 뭐 어디든 즐겁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때론 ...
- 시사IN 편집국 2018-04-28
- 자녀를 사랑하라 사랑스럽기 때문에 새창
- 엄마는 언제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했다. 끝에 “책임을 지면 된다”라는 말과 함께. 몇 달간 급식비를 빼돌려 잡지를 사기도 했고, 전공 혹은 첫 직장을 정할 때도 부모님과 상의하긴 했지만 마지막 선택은 결국 내 몫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지난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양육가설>의 저자는 집단 사회화 이론(Group Socialization Theory)을 제시하며 아이는 부모의 양육보다는 또래 집단 안에서 ‘스스로’ 사회화한다고 주장한다. 부모가 어느 정도의 배경을 제공하지만 결국 본인이 세부적으로 선택한다는...
- 김미선 (도서출판 이김 편집자) 2018-04-28
- 구치소에서 만난 동네 아저씨들 새창
- <좁은 방>은 만화가 김홍모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렸다. 1992년 김씨는 삼수 끝에 홍익대 미대에 입학했다. 어렵사리 입학한 대학의 수업은 기대만 못했다. 그는 강의실 대신 거리를 뛰어다녔다. 미대 학생회장,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을 했다. 이로 인해 수배를 받게 되고 1997년에 붙잡혀 투옥되었다. 구치소에서 보낸 8개월여 동안의 이야기가 <좁은 방>에 담겨 있다. <좁은 방>의 주인공 ‘용민’은 조직폭력, 강도 등을 저지른 강력범죄자들 방에 수감된다. 전과 3범 이상이 모인 다섯 평 정도의 ‘강력누범방’. 영화에서나 본 조...
- 차형석 기자 2018-04-27
- 인생을 위한 미니멀리즘 안내서 새창
- 워킹우먼으로 에너지 넘치게 살던 여성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 “으악!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삶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어”라고 한탄하는 장면은 너무 익숙해 진부하기까지 하다. 그 현실이 프랑스에서도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인생은 간결하게>의 저자 쥐디트 크릴랑은 그런 인생의 절벽 앞에서 미니멀리즘이라는 지푸라기를 손에 쥐고 살아남은 사람이다. ‘살아남았다’는 표현은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그녀는 결혼과 출산 이후 갑자기 늘어난 일에 당황하고 그것을 해내느라 허둥대는 자신과 점차 뒷전으로 밀려나는 작은 행복을 바라본다. ...
- 박희선 (도서출판 가지 대표·편집장) 2018-04-26
- 프레임에 속지 않는 법 새창
- 조지 레이코프는 원래 변형생성문법 이론으로 언어학계를 평정한 놈 촘스키의 제자였으나, 독립적으로 인지언어학을 개발하면서 스승의 거의 모든 이론과 대립하게 된다. 두 사람은 언어학계 안에서는 숙적이지만, 미국 정치 현실에 적극 개입하는 비판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촘스키가 무정부주의적이고 레이코프가 미국 민주당을 지원하는 전략가라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두 사람은 미국 안팎에서 활동하는 진보주의자들의 강력한 우군이다. 언어학은 문외한에게 도통 접근을 불허하는 난이도 높은 학문이다. 하지만 언어학자이자 시민운동가로서 레이코프의 특이...
- 장정일 (소설가) 2018-04-26
- 새로 나온 책 새창
- 캐비닛의 비밀 이재정 지음, 전진한 기획, 한티재 펴냄 “기록은 기억 앞에 겸허해지는 지성들의 반성이고, 기억을 두려워하는 권력을 감시하는 일이다.”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 내내 ‘이재정 의원실에 따르면’이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지금이 삼성의 골든타임, 왕이 살아 있는 동안 세자 자리 잡아줘야”라는 2014년 7월 박근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문건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토록 부인하고 싶어 하는 승계 작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이 의원이 국가기록원에서 옮겨 써온 자료였다. 그뿐 아니라 박근혜 청...
- 시사IN 편집국 2018-04-20
- “돋는 해와 지는 해는 반드시 보기로” 새창
- 글쓰기 수업 시간, 연예인 지망생 아들을 둔 엄마가 글을 써왔다. 아이가 고등학교 시절 연극영화과를 지망한다고 했을 때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우리 집안에 그런 피 없다”라고 말했고, 엄마인 자신만 홀로 지지했다고 한다. 진로, 연애, 취업 등 인생의 모든 선택에서 ‘엄마는 무조건 네 편’이라는 응원에 힘입어, 아이는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고 엄마는 아들의 공연에 초대받는 유일한 혈육이자 비밀 없는 친구가 되었다는 훈훈한 일화였다. 이 글을 본 20대 취업준비생 학인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현실에 없는 엄마 같다, 이렇게 자식을...
- 은유 (작가) 2018-04-19
- 시사IN 추천 주말에 읽을만한 책 새창
-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하재영 지음, 창비 펴냄 “다음 생엔 절대 이 나라에서 개로 태어나지 마. 꼭 개로 태어나야 한다면 품종견으로 태어나.” 매년 8만 마리 넘는 동물이 길거리에 버려진다. 버려진 개들은 아주 적은 수만이 보호소에서 새 주인을 찾고, 대부분은 안락사된다. 보호소조차 가지 못한 개들은 개고기가 되거나 길에서 죽는다. 한국에서 개는 그나마 가장 나은 처지인 반려동물이자 최악의 처지일 수밖에 없는 식용동물이다. 소설가인 저자는 갈 곳 없어진 강아지를 떠맡으면서 생전 처음 동물을 ‘개별적 존재’로 인식하게...
- 시사IN 편집국 2018-04-19
- 굽시니스트가 쓴 한·중·일 관계사 새창
- 표지에서부터 작가의 야심이 전해온다. 1권이 아니라 ‘01’권이다. 아편전쟁부터 시작해, 한·중·일 삼국이 서로의 운명에 얽혀 들어가는 동아시아 근대사 100년을 다루는 장대한 프로젝트다. 얼마나 그릴 생각인지 굽시니스트에게 물어봤다. 답변도 야심차다. “10년 역사를 그리는 데 두 권 분량이 필요하더라. 100년사를 그리려면 분량으로 15권에서 20권, 기간으로 5~6년은 그릴 것 같다.” 작가는 <시사IN>에 연재되는 ‘굽시니스트의 본격 시사만화’로 잘 알려져 있다. 사실 그가 진짜 자신 있게 다루는 주제는 역사다. 이 책...
- 천관율 기자 2018-04-19
- 정신건강 전문가가 본 트럼프 새창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더 큰 핵 버튼이 있다”라며 곧장 전쟁을 일으킬 듯하더니 이제는 온화한 표정으로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고 말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진짜 속내는 뭘까? 우리에게 전쟁의 주요 당사자인 미국 대통령이 그토록 기이한 존재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위협이다. 이 책은 미국의 저명한 정신 건강 전문가 27인이 ‘직접 진찰하지 않은 공인의 정신 상태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미국정신의학협회 (APA) 윤리강령을 깨면서까지 트럼프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들이 이토록 절박하게 나선 것은 그가 ‘자연인’ 트럼프가 아닌, ‘미국 대...
- 이은정 (심심 편집장) 2018-04-19
- 이 모든 소동의 진앙에 시진핑이 있다 새창
- 이 눈치 저 눈치 다 봐야 기껏 8년을 권좌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어서 그럴까. 미국 대통령들은 상대적으로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는 중국의 지도자들에게 도가 지나친 경외심을 표현하기로 유명하다. 리처드 닉슨은 마오쩌둥을 만나 “주석님의 글은 세계를 바꿨다”라고 치켜세웠다. 지미 카터가 덩샤오핑에게 바친 형용사의 행렬은 끝이 없다. 현명하고, 강인하고, 지적이며, 솔직하고, 용기 있고, 자상하고, 자기 확신이 있고, 붙임성 있고…. 빌 클린턴에게 장쩌민은 ‘비전이 있으며’ ‘비상하게 지적’이었다. ‘투 머치 토커’...
- 문정우 기자 2018-04-19
- ‘찬란한 슬픔’을 그린생생하고 처연한 미문 새창
- 죽음과 그로 인한 이별은 인간사에서 피할 수 없다. 그걸 알면서도 남은 사람들은 어김없이 비탄에 빠지곤 한다. 이별 후 슬픔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괴물에 붙들린 사람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는 걸까. 폴 하딩의 장편소설 <에논>을 통해 상실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지나오는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일별할 수 있다. 미국 동부 소도시 에논에서 가족과 행복하게 살아가던 찰리는 어느 가을날 아내한테 긴급한 전화를 받는다. “케이트가 죽었어. 차가 쳤대. 그래서 애가 죽었어.” 아내는 하나뿐인 딸의 죽음을 알린다. 찰리는 끝도 ...
- 손예린 (문학동네 편집자) 2018-04-13
- 죽지 않는 저널리즘을 위하여 새창
- 저널리즘 혼돈기다.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메커니즘이 변함에 따라 위기를 맞는가 하면, 의미 있는 팩트마저 좌파와 우파 양쪽에서 조롱받는다. 어렵게 쌓아 올린 보도의 전문성은 존경보다 의구심의 대상이 된다. 업계 종사자로서 착잡하고 야속한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다른 누군가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 이 책은 ‘복잡한 현실’을 만든 책임이 저널리즘 자체에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 언론이 저지른 기사 조작 사건은 저널리즘의 신뢰도를 추락시켰다. 저자는 미국 CBS 탐사보도 프로그램 <60분>의 진행자 댄 래더가 불명예스럽게 중...
- 송지혜 기자 2018-04-13
- 새로 나온 책 새창
-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조지 레이코프·엘리자베스 웨흘링 지음, 나익주 옮김, 생각정원 펴냄 “사실 그 자체는 의미를 지니지 않으며, 마음속 해석 판형과 통합할 때에야 의미를 갖는다.” 합리주의는, 사고가 의식적이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고 본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로 널리 알려진 인지과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이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사고는 은유적이고 무의식적이며, 개인은 마음속에 있는 인지적 틀에 따라 달리 사유한다. 합리주의가 ‘모순’이라고 보는 풍경이 인지과학에서는 자연스럽다. 가령 사회보장제도 ...
- 시사IN 편집국 2018-04-13
- 강간 문화를 고발하다 새창
- 수전 브라운밀러의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오월의봄, 2018)는 ‘뒤늦게 온 고전’이다. 1975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었으니 무려 43년 만에 번역본이 나온 셈이다. 제목만 갖고는 무슨 책인지 알기 어렵지만 ‘남성, 여성 그리고 강간의 역사’라는 부제는 이 책이 어떤 분야의 고전인지 단박에 알려준다. 살인·폭행·강도·절도·사기 등 세상에는 온갖 범죄가 있지만, 특정한 성이 특정한 성을 대상으로 저지르는 범죄는 따로 없다. 강간만이 예외다. 동성 성폭행이 엄연히 있기는 하지만, 대개 강간은 남성이 여성을 향해 저지른다는 점에...
- 장정일 (소설가) 2018-04-10
- 원더풀 비혼 너에겐 친구가 있잖아 새창
- 전주에는 친구 봄봄이 산다. 봄봄은 5년 전 전주에서 서울까지 오가며 내가 하는 글쓰기 강좌 16주 과정에 참여했다. 비혼 여성 공동체 ‘비비’를 운영하는데 강의료와 교통비를 동료들이 지원해주어 자기가 ‘대표’로 유학 오는 거라 했다. 그녀의 자기소개는 멋지고 대단하게 들렸다. 수업에 오는 기혼 여성 중 일부는 (자격증도 나오지 않는) 자기 공부를 위해 돈과 시간을 쓴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갖거나 배우자를 설득하기 곤란하다는 고민을 터놓곤 했다. 그렇기에 봄봄이 들려주는 고만고만한 일상을 넘어선 삶, 결혼 제도 바깥에서 이뤄지는...
- 은유 (작가) 2018-04-06
- 새로 나온 책 새창
- 우울할 땐 뇌 과학 앨릭스 코브 지음, 정지인 옮김, 심심 펴냄 “뇌 회로들은 우울증을 만드는 능력뿐 아니라 상승 변화를 만드는 능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우울증은 뇌의 생각하는 회로와 느끼는 회로가 잘못 작동해 생기는 문제다. 구체적으로는 뇌의 전전두피질과 변연계가 우울증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신경과학자인 저자가 뇌 과학의 관점에서 우울증에 대해 조언한다. 우울증에 빠져 한없이 마음이 처질 때 ‘우울증의 상승 나선’을 만들어야 빠져나올 수 있다. 몇 가지 긍정적인 감정만으로도 시동을 걸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게 신경가소성...
- 시사IN 편집국 2018-04-06
- 왜 성폭행 피해자들은 신고하지 않을까? 새창
- ‘썸을 타던’ A와 B는 밀폐된 공간에서 영화를 본다. 둘은 어느 순간 애무를 시작하지만 더 이상은 원하지 않았던 A가 “이제 그만하고 영화나 보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B는 멈추지 않는다. 이건 강간일까, 섹스일까? 이 질문에 즉시 “그건 강간이야!”라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미줄라>를 꼭 읽어보기 바란다. 나만 해도 이 책을 만나지 못했다면 여전히 위 질문에 제대로 답을 내지 못했을 거다. “A도 원했던 거 아냐?” 하는 반문에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른다. 위 사례는 책에 나오는 세실리아 워시번(가명)과 조던 존슨의 사건...
- 정회엽 (원더박스 기획팀장) 2018-04-06
- 아흔세 살에 고발한 역사의 야만 새창
-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민간인 불법 사찰 피해자 김종익씨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지독한 괴롭힘에 맞서 마음을 가다듬을 때마다 역사를 공부하고 번역을 했다고 한다. 이미 <적도에 묻히다>(2012년), <오동나무 아래에서 역사를 기록하다> (2016년) 등을 옮긴 바 있다. 그는 주로 국가권력에 의해 어지럽혀진 개인의 삶에 주목했다. 김씨가 최근 번역한 이 책은 ‘한국인 BC급 전범 이학래 회고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식민지 조선인 이야기다. 1925년생 이학래는 열일곱 살 때 일본군 포로 감시원이 되어...
- 김은지 기자 2018-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