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운(한동대학교 국제법률대학원·법학부 교수)교육의 경제화 담론에 대해서는 차분하게 헌법의 관점에서 그 한계를 논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가치 투쟁이 선행될 수 있다면 제도 개선에는 전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조직 개편론이 쏟아지고 있다.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가장 압도적인 것은 교육인적자원부를 없애고 공교육에도 시장 논리를 도입하겠다는 도발적인 주장이다.

문제는 ‘교육의 공공성’에 입각한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 매우 군색하고 공허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무너질 대로 무너진 공교육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라는 대중적 체념과 ‘공교육을 일으킬 뾰족한 방안이라도 있는가?’라는 관습적 반문 앞에서 공교육 수호 논리는 맥없이 꺾이고 있다.

이처럼 비참한 상황은 기실 2001년 1월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이름을 바꿀 때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그 법적 개명은 인격을 가진 시민을 교육을 통해 ‘경제적 자원’으로 관리하겠다고 국가가 선언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대한민국의 교육은 인격을 가진 시민을 인적 자원으로 국가 경제에 조달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차라리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겠다는 조기 유학 행렬에 속수무책이 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결국 7년 만에 교육 자체가 완전히 경제로 대체될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

교육과 경제는 범주 달라 버무릴 수 없는 것

무릇 교육은 예(禮)의 논리이며, 따라서 본질적으로 윤리적 공동체를 전제하는 공적 활동이다. 이와 같은 교육의 본질을 외면하고 섣불리 경제, 곧 호(戶)의 논리에 연결하려던 것이 큰 패착이었다. 범주가 다른 두 가지를 섞어 보려다가 ‘예’가 ‘호’에 매몰되어버린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연합뉴스1월2일 교육부 첫 업무보고 결과를 브리핑하는 대통령직 인수위.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의 교육인적자원부 철폐 주장에 대항해 교육의 공공성 담론을 전개하려는 사람들이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이들은 가치 투쟁과 제도 개선의 차원을 세심하게 구분한 뒤, 전자에 집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교육 논리 그 자체 범주의 독자성 문제를 논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 이를 무시한 채, ‘공교육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는 종래 주장만을 되풀이하다가는 고리타분한 규제주의자로 낙인 찍히거나, 교육인적자원‘부’ 차원의 자기 보위 투쟁에 동원당하기 십상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교육 논리의 범주적 독자성을 입증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 논쟁을 헌법 차원의 토론으로 승화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교육 활동의 공공성을 요청하는 윤리 공동체라는 사실은 헌법을 이끄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한마디에 농축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반드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의 관점에서 교육의 경제화 담론을 문제 삼는 것은 당연하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전면 제기될 필요가 있다. 교육의 경제화 담론은 개개 시민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 존재’로 선언하면서 모든 국민에게 교육받을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가?

헌법 차원의 토론은 항상 최대한이 아니라 최소한을 확보하는 게임이다. 교육의 경제화 담론을 덮어놓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그 헌법적 한계를 논증하는 과정이다. 이런 차원의 가치 투쟁이 시작될 수 있다면, 제도 개선의 차원에는 전향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문제의 핵심이 대학입시 등을 통한 공교육의 사사화(私事化) 현상이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마다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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